-
-
슬롯 - 2007년 제3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사회에는 확률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자연현상과 다른 점이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비가 오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며,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린다. 자연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찾아온다. 정해진대로 움직이기만 한다. 물은 100도가 아니면 끓지 않으며, 사과는 중력의 힘에 의해 땅으로 떨어진다. 이런 법칙들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 사회문화는 법칙을 발견하기 어렵다.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보편성은 있지만 같지는 않다. 인생 또한 같을 수 없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지구에 60억 인구가 살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같은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다. 모든 일들이 각자의 생각에 의해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확실하지 않으니 확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도박은 인간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확률을 중요시하는 놀이이다. 하루 수십억의 돈이 오가고 그 돈 때문에 웃고 운다. 이 책을 보기 전 나는 '타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행운에 모든 재산을 탕진한다. 대부분이 스스로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고, 그들 중 십중팔구가 한 번 크게 돈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과 슬롯의 주인공들이 다른 점은 전자는 애초부터 힘들었지만, 후자는 삶에 어느정도 만족을 하고 있고 도박으로 불리지 않아도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과연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카지노에 갈 이유가 있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10억이라는 돈이 작은 것도 아닌데 그 돈으로 자산관리를 하던가 흥청망청 써버리던가 해도 될 텐데 왜 구지 본전을 뽑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도박에 투자하는 것일까.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일까. 책은 결국 답을 던져주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답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실패한 것이 아닐까.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글로서의 가치가 없다. 제목은 왜 슬롯일까. 단지 카지노에 갔기 때문이라면 출판사는 인지세를 돌려 받아야한다. 도박과 여자를 다룬 소설이라면서 도박과 여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안타깝다. 전개도 지루한 편이라서 주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뛰어 넘어가며 읽었다. 사실 지금 리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