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사람들에게는 외견상 이렇다 할 고통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위장이다. 그러한 위장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가장 건강한 사람 노릇을 하느라 친절한 행동을 하는 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래야만 할까? 무엇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가? 근본적으로 그것은 공포이다. 그들에게는 그 가면이 깨져 자신의 참 모습이 자신과 세상에 드러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악한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그 공포는 너무나 만성적이고 존재 깊숙한 곳에 뿌리 깊게 얽혀 있어서 심지어는 공포로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이다. 설령 느껴지더라도 그들의 끈질긴 나르시시즘이 그들로 하여금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을 것이다. 이 악한 사람들에 대하여 그들이 불가피하게 맞게 될 유령 같은 노년기나 또 죽음 후 맞이하게 될 영혼의 상태에 대해서는 우리가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한시도 끊이지 않는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을 보면 누구라도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