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범우사상신서 19
콜린 윌슨 지음 / 범우사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아웃사이더>는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빙의된 듯 쏟아낸 걸작이다. 약관의 나이에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경이로울 뿐이다. 

나이가 어릴 때 쓴 글이어서인지 많은 지식인들이 이 책의 평가에 인색하다. 아니, 무관심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박식하기만 한 청년의 문학 박람강기가 아니다. 과장인 것 같아 민망하지만, 나는 이 책은 문학적 정신현상학이라고 찬탄하고 싶다. 자학하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나이에 이 정도 작품이 출현하려면 꽤나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석주는 다음과 같이 썼다.

“세계에 대한 알 수 없는 적의를 품고 성난 얼굴로, 문득 인파가 휩쓸려가는 거리의 한 모퉁이를 돌아보던 그 익명의 청춘 시절이 그리워질 때, 나는 <아웃사이더>를 다시 꺼내 읽게 될 것이다” 장석주, <11월> 중에서

청춘 시절에 마땅히 읽어야 할 책인 건 맞다. 반항과 방황, 도전과 파괴의 시절에 이 책은 관념적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이 책이 걸작인 것은 아니다. 삶의 부조리와 공허, 와해된 자아와 지하생활자의 함몰된 분노는 이 책은 전반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는, 그 나이에 이 책을 썼다는 그 놀라운, 믿을 수 없는 깨달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방황과 분노는 연속되지만 차이나는 반복과 상향하는 정신의 변증법적 운동이 노정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나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글을 이 나이에 쓸 수 있는 인물이 당분간 나오기가 힘들다고 했지만, 사실 이미 있었다. 바로 이어령이다. 20대부터 80 넘어까지 수미일관 보여준 그의 창조적 삶과 그 업적은, 가히 초인에 가깝다. 비록 20대에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쓴 것은 아니지만, 시대만 허락했더라면 20대에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윌슨을 넘어섰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작가 호영송은 이어령이 안정된 시대에 태어났었더라면 콜린 윌슨을 넘어선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가정적 탄식을 뱉어낸다. “콜린 윌슨! 그렇다. 나는 직관적으로 확신한다. 이어령은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에세이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웃사이더>를 넘어설, 충격적이도 기발하며, 지적인 흥미와 철학을 읽게 하는 고급 에세이를 이어령은 만들어 냈을 것이다.” 호영송, <창조의 아이콘, 이어령 평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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