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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 현대 생물학을 뒤흔든 후성유전학 혁명
네사 캐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직관으로는 분명 나의 삶의 여러 양태가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기존의 진화론에서는 아니라고 해서 늘 고민했었다. 드디어 후성유전학의 시대가 열렸다. 나의 노력이 후손에 영향을 미치고, 그래서 당연히 태교는 중요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발견은 따로 있다.
조상들의 뭔가가 지금의 나와, 내 문제와 밀접하다는 것이다. 조상 때문이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심리학 저술인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에도 잘 나와 있는데, 이제 그것의 과학적 근거가 등장한 것이다. 다만 후성유전학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저 책은 잘 포착한다.
바로 '애도'이다. 적절한 애도만 이루어진다면 많은 나쁜 일들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나 데리다, 바르트가 애도에 관해 그렇게 육중한 관심을 가진 이유도 이에 관련시켜 볼 수 있다. 적절한 애도는 무척 쉽다. 하지만 직접 읽으면서 그 의미와 맥락을 음미해야만 애도의 행위가 지닌 함의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들, 그러니까 당분간 과학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런 영역들에 대한 관심이, 과학과 기술이 향도할 미래사회로 가기 전에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 3장 10절에서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