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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세월호 참사 때문에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와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가 공저한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허봉금 옮김, 민음인, 2014)를 읽다가 신기한 대목과 조우했다. '그냥' 보통의 심리학 책이요 경험 많은 임상심리치료사들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신기한 아니 신비한 주장을 드러낸다. 애도에 관한 주옥 같은 고견들이 책 곳곳에 있지만, 명리학도인 나로서는 초자연적인 대목에 눈길이 먼저 간다. 우선,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우리가 보통 어떻게 애도를 비켜가려 하는지를 저자들은 지적한다.
"모든 상실과 사별은 너무나 잔인하리만큼 고통스럽고, 애도 작업은 아주 오래 걸리고 괴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찾는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힘들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지 않고, 아픔을 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79)
저자들은 이러한 방법은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상상치 못했던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다시 말해서, 고통이나 현실을 회피하거나 고통의 경감만을 찾게 된다면 "(…) 심하게 상처 입은 사람을 고통 속에 가두어 놓거나 틀에 갇힌 사람처럼 고통을 부인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79)는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이 은폐가 후대/후손에까지 이어진다는 점.
"그렇게 되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거나 때로는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된다. 고통을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후손들도 그 일로 고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족 간의 의리 때문에 후손들이 같은 나이에 같은 일을 자기들 몸으로 직접 다시 겪을 위험이 있다."(79)
실로 놀라운 주장이 아닌가! 나는 이 대목에서 살풀이나 원혼제처럼 제대로 된 애도의 중요성에 대해 새로운 관념을 획득했다, 고 생각한다. 제대로 애도받지 못한 조상 혹은 근친의 일이 그대로 후손에게 일어난다. 저자들은 케네디 가문을 예로 든다. J. F. 케네디의 친증조 할아버자는 1858년 11월 22일에 사망했다. 외증조 할아버지는 1900년 11월 22일에 사망했다. 놀랍게도 케네디 역시 1963년 11월 22일에 암살당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발견과 임상경험의 축적으로 새로운 심리치료방법론을 계발해낸다. '제노소시오그램Genosociogramme'이 그것이다. 옮긴이의 설명에 의하면, "이 방법은 5대 내지 7대에 이르는 집안 내력을 연구해서 숨겨진 과거사를 찾아내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작업을 한다. 이 방법은 가족 내에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이해하게 도와주고, 쉬쉬하는 문제들, 가족의 비밀, 기념일 증후군, 자신도 모르게 집착하는문제, 반복해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명확하게 해명해준다. 이 치료 도구는 여러 세대에 걸쳐 무의식적으로 유전되어 오는 가족력을 확실하게 드러내 보여준다."(128쪽 각주34번 참조.)
나는 전에, 귀신들이 왜 혈연인 후손에게 달라붙어서 못된 짓을 할까 궁금했다. 저자들의 경험을 참조하자면, 그들[귀신들]은 제대로 애도받지 못한 것이다.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애도를 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직계 후손들이 해주어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무속인들이 신을 받을 때도 거의 예외 없이 혈족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