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타자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강영안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레비나스를 처음 알게 된 건 강영안 교수의 레비나스 연구서를 통해서였다. 다소 신앙적 열정으로 레비나스를 해석한 과도함이 눈에 띄였지만 오히려 레비나스에게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서동욱 교수의 <차이와 타자>를 읽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후 서동욱 교수에게 반해 버렸다.

 

레비나스의 원전을 최초로 접한 게 바로 이 <시간과 타자>이다.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운 레비나스의 사상은 일상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었다.

 

무엇보다도 <존재에서 존재자로>라는 그의 주저의 제목처럼 레바나스는 일상적 존재자에게서 구원의 빛을 보고 있다.

 

예컨대, "경제적 투쟁은 이미 그 자체로 구원을 위한 투쟁이다."(62)와 같은 통찰이 그러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여성적인 것의 외적 표현이 가장 거칠거나, 가장 뻔뻔하거나 또는 가장 무미건조한 물질성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닌 신비, 그것의 수줍음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아무리 모독한다고 해도 신비는 부정되지 않는다. 모독은 차라리 신비와 관계하는 하나의 가능한 방식일 수 있다."(105-106)는 피력이다.

 

타자성의 신비는 근원적으로 에로스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여자에 대한, 혹은 여성적인 것에 대한 현대적 취급 때문에 냉소적이었던 내게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하이데거와의 평생 대결을 통해 독자적인 철학을 구축한 레비나스의 이 책에서 우리는 타자에 대해 근원적으로 다시 사유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일상과 경제에 깃든 형이상학적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명리학을 하는 학도로서 고통을 안고 오는 타자들의 신음소리를 어떻게 환대하고 어떻게 비대칭적으로 진정한 평등관계를 이룰 수 있는지 좋은 화두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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