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가 되고나서 최초로 읽게 된 이 책은 내게 큰 위안과 치유를 주었다.상처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모른 나는 침묵과 피눈물로만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에 단편 하나하나가 가슴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상실, 그것도 목숨을 던질만할 상실을 겪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허조그>를 쓴 솔 벨로 같은 상처를 당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귀천하지 못한 영혼이 무속인을 통해 내게 이별과 그로인한 고통을 계시했을 때도 나는 믿지 않을 정도로 사랑의 신뢰 위에 포근한 잠을 자고 있었다.사치스러운 실존주의적 멜랑콜리가 어느덧 선혈이 낭자한 분노와 우울로 뒤바뀌어 버리고 고통에 못이겨 단말마의 신음이 나날을 사로 잡았다.그러니 이 책이 내게는 얼마나 눈물이고 지푸라기였는지......여자없는 지금, 다행히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인지 사태를 음미할 수 있게 된건, 그리고 어느정도 감사함을 지니게 된건 전적으로 하루키가 들려준 이야기 덕분이다."모든 여자는 거짓말을 하기 위한 특별한 독립기관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 는 것이 도카이의 개인적인 의견이었다. 어떤 거짓말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모든 여자는 어느 시점에 반드시, 그것도 중요한 일로 거짓말을 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로도 물론 거짓말을 하지만 그건 제쳐두고, 아무튼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때 대부분의 여자들은 얼굴빛 하나, 목소리 하나 바뀌지 않는다."<독립기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