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가는 소
우리 아버지 논을 가신다.
소와 같이 논을 가신다.
그렇게 큰 소가
성큼성큼 걸어갈 때에
흙이 두 조각나며 고랑이 생긴다.
처음 시작해서 끝까지 가면
흥흥 하며 콧노래를 부르신다.
소도 알아듣는지
큰 귀를 펄럭인다.
소, 그렇게 큰 소가
아버지 이랴 하면
딱딱한 땅을
여러 고랑 지게 한다.
강원 정선 봉정분교 5학년 김숙희
형
추석이라고
형 친구들이 왔다.
형의 친구들은
멋있는 옷을 입고
우리 집에 들어왔다.
우리 형만 매일 잠바만 입고 있다.
그래도 형이 더 멋있다.
사나이같이
아무것이나 입는다.
형이 더 멋있다.
경북 울진 온정초등학교 4학년 전용걸
나
3학년 이영식
내 이름은 이영식.
별명은 영라면, 식당.
나는 그전쩍에 책상을 한 손으로 들었다.
아이들도 들고, 의자도 든다.
아이 두 명을 업을 수도 있고,
가벼운 아이는 어깨다가 놓기도 한다.
난로
4학년 권현석
난로는 교실에 들어앉아 있으면서
불도 피우지 않고 뭐 하노.
아이고 추워라.
이빨이 우들들들
난로를 만져 보니
얼음 같다.
우리가 추운 게 아니고
난로가 더 춥다.
아기염소
백창우
메~~~ 메~~~
할아버지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할아버지는 피곤한 얼굴을 하고
큼직큼직 걸어가는 할아버지 뒤에
조롱조롱 달려가는 아기염소
발이 아파도 배가 고파도
할아버지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땅만 보며 걸어가는 할아버지 뒤에
달랑달랑 끌려가는 아기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