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아침이 밝았다. 나는 23살의 끝자락에서 발버둥 쳤지만, 24라는 숫자위로 강제탑승(?) 당했다. 정말 그런느낌이다. 나는 그대로 인데 숫자만 바뀌어간다(작은 숫자도 아니고 큰 숫자로...). 하지만, 중국 관광을 할 생각에 부풀어 있던 나는 마냥 신나는 새해 아침을 맞이하였다. 집에서 먹는 떡국대신 숙소에서 제공되는 아침을 먹었다. 원동유스호스텔의 좋은점은 숙박비에 아침식사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 식당역시 중국풍이 물씬 풍기는 곳인데, 식당에 들어서면 숙소에 묵고 있는 세계 각국의 인종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 또한, 가끔 숙소에 묵고 있는 한국인을 만나기도 해서 아주 좋은 정보의 교환장소가 되어준다. 종업원이 나와 '쥬스? 우유? 콜라?' 라고 묻는다. 나는 쥬스, 친구는 우유를 주문했다. 음료와 함께 제공되는 아침은 구운 식빵과 햄, 계란 구운것이었다. 친구는 우유가 매우 맛있다고 하였지만, 솔직히 쥬스는 형편없었다. 말이 쥬스지 그것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자주 마시는 주황색 설탕물(이름은 모르지만) 불량식품 같은 맛이 났다. 빵은 그럭저럭 먹을만 하였다. 거기서 우리와 같은 방을 쓰는 프랑스 남,여를 또한번 보았는데 그들은 우리가 1시간에 걸쳐 씻고, 준비를 해서 밥을 먹으러 나오기 직전에 벌떡 일어나 사라지더니 우리보다 먼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숙소에 돌아가보았을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이지 빠르다. 그리고.... 단 한번도 씻지를 않는다. -,-+
어제 하루치 숙박비만 지불했으므로, 관광에 나서기에 앞서 프론트에 가서 3일을 연장하고, 돈을 지불하였다. 그때였다. 이번 여행중 우리는 많은 좋은 사람들과 사귈 수 있었는데, 제일 처음 만나게된 사람이 '김C 아저씨' 였다. 연장 신청을 하는 우리옆에는 지금 막 호텔에 도착하여 방을 고르고 있는 한 한국인 남자가 있었다. 우리는 낯선 땅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이 너무 반가웠다. 평소의 나라면 모르는 사람 (그것도 성별이 남자)이라면 말도 잘 걸지 않고, 대꾸도 잘 하지 않을 테지만(남성 기피증 같은게 아니다. 수줍음을 좀 탈뿐... 호호호~) , 우리는 간단한 소개를 나누었다. 같이 관광을 하기로 했지만, 그남자는 17시간 정도의 기차여행을 하고, 지금 막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와 휴식을 원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날부터 함께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본격적인 관광에 앞서 우리는 북경 서역으로 향했다. 중국에서는 기차표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북경에서 시안으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끊어두기 위함이었다. 9시 30분쯤 숙소에서 나와 큰길까지 나온다음, (그다음이 문제였다) 북경 서역에 가는 버스를 묻기로 했다. 중국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인구가 많으므로, 물을 사람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문제는 영어가 통하는 사람은 그중 1/10도 안된다는 것이다. 더이상 "Can you speak English?"라고 묻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란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데, (이것은 실로 매우 간단하고, 유용하며,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통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수첩에 목적지를 한문으로 적은다음 지나가는 중국인에게 들이대면 된다. 영어로 물어보면 보통 도망을 가거나, No라고 하거나, 중국어로 당황한듯이 마구 말을 해대지만, 위의 방법을 이용하면, 손가락으로 아주 정성껏 방향을 일러준다. 그렇게 버스를 알아낸 우리는 1원(150원)
의 버스비를 지불하고, 버스를 타서, 북경 서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한번 느꼈으니... 이야~ 중국은 정말 모든것이 거대하구나. 가만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많은 인구가 이용하는 것들이니 뭐든지 거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북경 서역은 내가 다니는 대학보다 훨씬 커 보였다. (실제로 그랬다) 거기다 그곳이 좁아보일 정도로 사람이 들어차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한참을 헤매다 어찌어찌 기차표를 구입하고, 다시 아까의 방법으로 물어 52번 버스를 타고 텐안먼 광장으로 향했다. 오늘 우리의 관광 코스인 텐안먼 광장, 구궁 박물원, 징산공원, 왕푸징은 모두 첸먼과 가까운 곳이어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면 모두 오갈 수 있었다.
텐안먼 광장에 도착해서 제일먼저 그 엄청난 규모에 한번 놀라주고, 그곳을 모두 검게 보이게 할만큼 많은 사람에 다시 한번 놀란다음, 우리는 가이드책을 읽으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선 광장의 한가운데 불쑥 솟아있는 비석이 눈에 띈다. 이것은 인민 영웅 기념비인데 약 38m의 석비로 혁명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공적을 찬양한 것이라 한다. 다음으로 보이는 건물은 인민대회당으로 이곳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활동 거점으로 국제회의등이 열리는 곳이라고 하니 건물의 외관만 훑어보고 넘어갔다. 그 동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중국 혁명 바물관. 역사 박물관이었는데 원시 시대부터 아편전쟁 이전까지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하니 역시 건너뛰었다. -,-+ 이 모든 건물들이(설명한 건물 외에도 알지 못할 건물이 여러개 있다) 거대한 광장을 둘러싸고 있으니, 우리는 광장 중심인 인민 영웅 기념비 앞에서서 동, 서, 남, 북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씩 찍는 걸로 이모든 관광을 가볍게 마무리하였다. ^^:
광장에서 길을 건너면 우리의 주 목적지인 구궁 박물원이 있다. 구궁 박물원을 들어서기전에 텐안먼을 지나게 되는데, 텐안먼이란 높이 33.7m의 장대한 성문을 일컫는다. 마오쩌둥의 사진이 가운데 떡하니 붙어 있는 이문은 교과서나 중국소개 책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이다. 이 문까지는 5개의 흰 대리석 다리로 이어져있고, 1월 1일이라 그런지 그 다리도 온통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람의 물결속에 동참하여 앞뒤로 흔들거리며 안으로 조금씩 조금씩 밀려들어갔다. 솔직히, 텐안먼을 지나면 끝도 없이 웅장한 성문과, 궁들이 이어지는데, 어디서부터가 자금성인지 도저히 알수가 없다. 또한, 분명 들어올때 돈을 내었는데도 곳곳에 매표소가 있어서, 우리를 혼돈속에 빠뜨렸다. 한번은 알지못할 표를 끊었다가, 알지못할 성 위에 한번 올라갔다오는( 정말 그냥 올라갔다 바로 내려오는... 5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경험 후에 우리는 표를 끊는데 신중해 졌는데, 묻고 또 물어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표를 끊을 수 있었다.
자금성은 20만명의 사람의 노동력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1420년에 완공된 자
금성은 그후 마지막 황제 푸이까지 명, 청대의 황제 24명의 거성이 되었으며, 700여 건축물과 약 9000개의 방이 있었다. 우리는 오른쪽 왼쪽으로 통하는 수많은 문은 못본채하고 오로지 정 중앙의 본전들만을 쭉 훑어 보았는데도 거의 반나절이 걸렸으니, 그 크기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이런곳에서 왕자가 뛰어놀다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아마 시종들이 흰거품을 물고 쓰러질때까지 찾아다녀야 했을 것이다. -,-+ 자금성에는 수많은 궁들이 있고, 그중에서도 본전 앞에는 항상 사자상이 높여있다. 대부분 건물의 지붕색깔과 같은 금빛 사자인데, 가끔씩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었지만, 재료는 다를지라도 그 모양은 항상 같았다. 그곳에서 우
리는 황제의 침실이나, 의자등 중국 황제가 나오는 영화에서 보는 모든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참을 걸어 나오면 궁의 뒤쪽에 어화원이라는 정원이 나온다. 어린 황자가 뛰어놀던 곳으로 면적은 1만 2000㎡라고 하니 이또한 왕자가 술래잡기라도 하자고 하면 시종 대여섯은 죽어나갈 넓이이다. 궁정 건축 특유의 양식으로 정원 전체가 좌우 대칭을 이루고, 태호석으로 산을 쌓는 등 단조롭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볼만은 하지만, 다리가 몹시 아픈 관계로 가볍게 훑어준다.
구궁을 빠져나오면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것이 징산 공원이
다. 관광객이 징산공원에 오르는 주 목적은 징산 공원의 정상에 올라 방금 둘러보았던 자금성을 한눈에 보기위함이다. 우리는 공원의 주변산책은 생략하고 곧장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 높지 않아서 비교적 쉽게 올라갈 수 잇었는데 그곳에서 보는 자금성의 모습은 great!!! 였다. 내 눈앞에 펼쳐진 자금성을 보고 있자면, 중국 황제가 그곳에서 살아있을것같고, 왕자들이 뛰어놀것 같다. 그처럼 징산공원에서 보는 자금성은 먼 옛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살아숨쉬고' 있어서, 내가 역사를 거슬러 과거로 온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징산공원을 내려
와서 버스를 타고 구궁의 동쪽으로 달리면 왕푸징 대로를 중심으로 하는 베이징의 번화가가 이어진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걷자 포장마차가 죽 이어진 거리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곳은 포장마차가 꽤 많이 있어서, 경쟁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일본사람같이 보였는지 나를 보면 보통 '곤니찌와'같은 말로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러다 내가 반응이 없으면 '안녕하세요?'라며 꽤나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걸어온다. 한 포장마차에서는 내 앞에 꼬치를 들이대며 "참새~참새~ 맛있어~"라고외쳐대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무난해 보이는 새우를 골랐는데, 맛은 끔찍했다. -.-::
왕푸징 거리는 밤이 더 볼만하다. 하긴, 중국의 어디를 관광해도 그곳은 두얼굴을 가지는데 낮에 갔던 곳이라도 밤이면 전혀 다른 사람인듯 얼굴을 바꿔버린다. 중국의 밤은 화려하고, 활기차고, 아름답다. 우선 어딜가나 2초안에 찾아낼 수 있는 중국의 등을 밤이면 모두 밝히기 때문이고, 뿐만 아니라 어느 건물이든지 테두리에 조명을 설치하여 밤이면 불을 밝힌다. 그 작지도 않은 수많은 건물에 온통 불을 밝혀대니, 중국은 전기값이 비싸지 않은모양이다. 어스름해질때쯤 돌아본 왕푸징시장은 나에게 중국에서 물건사기를 실습할 수 있게 한 곳이기도 하다. 책에 나와있길, 중국인은 외국인에게 무조건 가격을 높에 부르니, 깎아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한 장신구를 골라, 얼마냐고 물었다. 50원정도 불렀던것 같다.(솔직히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책에 나와있는것 처럼 매우 사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쓸쓸히 돌아섰다. 그러자 그여자 나에게 원하는 가격을 말하라고 하여 (역시 책에 나와있는 것 처럼) 터무니 없는 가격인 5원을 찍었다. 내가 생각해도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 여자는 그가격에 물건을 팔겠다 하였다. 중국은 그런곳이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어색하게 인사했던 프랑스 남자와 여자가 돌아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차에 새로운 방 파트너(?)가 들어왔다. 프랑스 사람이랑 뭔 인연이 이리도 질긴지, 프랑스 남자 2명이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36살이었는데, 이층침대를 사용했던 남자는 28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꽤나 핸섬한 스타일이어서 이틀동안 내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들도,,,, 들어오자 마자 그냥 자더라. 씻지도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