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의 마지막 날이다.  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하기 까지는 거의 25시간이 걸렸다. 그 25시간 동안 우리는 배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끝도 없는 바다를 바라보고,  비디오도 한편 빌려봤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걸로 봐서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던 듯하다.  31일 3시 40분, 만 하루가 지나서 드디어 배에서 내려 중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 아~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중국 땅에 찍은 첫 발자국을 사진으로 남겨두어야지... ' 생각했지만, 그런 여유를 부릴틈도 없이 우리는 선상비자를 받고, 몇가지 검사를 한후 밖으로 내몰려야 했다. 그후 우리는 중국에 도착했다는 감격스러움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또다시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에게 삥둘러 쌓여 버렸는데, (중국 영화에서 무술을 쓰는 사람들이 쓰던 중국 특유의 박력넘치는 말투로) 아저씨들이 동시에 우리를 향해 말을 해댔고, 우리는 너무 겁에 질려 눈만 떙그라니 뜨고 있다 도망다녔다. 그 아저씨들은 빵차를 운전하는 기사들로, 자기네 차에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일종의 삐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중여동 정보방에서 텐진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빵차를 이용하지 말라던 글을 봤던 기억이 났다. (빵차는 우리나라의 봉고 정도의 크기의 차로 일정한 요금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흥정을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빵차에 앉아서 주위를 뱅뱅 돌던 아이들이 하나하나씩 잡혀오는 것을 보고 안도감마저 느꼈다.-.-+ 빵차를 탈려거든 40원에 흥정하라던 말이 생각났지만, 빵차에 탔던 전원이 항의를 했음에도 우리는 50원을 줘야했고, 그 차는 히터도 들어오지 않고, 심하게 덜컹거리는 데다 아저씨의 운전은 곡예수준이었다. 내가 처음 본 중국은 그 차속에서 바라본 풍경이었는데, 그날은 안개가 심하게 끼여있었고, 건물은 우중충 하고, 모든것이 우울해보였다. 흡사 교과서에서 봐왔던 공산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까... 2시간이 넘게 갔을까.. 북경 역앞에서 내려준다던 아저씨는 왠 알지못할 호텔 앞에 우릴 내려줬다. 우리는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지나가던 택시를 타기로 했다. 처음으로 중국인과 대화를 시도해본 셈이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첸먼의 원동 유스호스텔이었다. 택시 아저씨에게 우리는 단 두글자 "첸먼" 을 반복해서 외쳤다.

"첸먼! (1성조로 해봤다)  첸먼! (끝을 올렸다 내려보았다)  첸먼! (음을 떨어보았다)  -,-: " 

하지만 아저씨 모르시는 눈치... 결국 지도를 꺼내 가리키니 " 아~ 첸멘!!" 하셨다. 내가 첸먼이라고 수십번 말했잖아요~!! 그 아저씨는 나의 발음 교정을 해주시려는듯 성조를 매우 살려 "첸먼"이라고 크게 말했다. 피, 그게 그거지뭐. ^^::여하튼 우린 첸먼까지 12원인가? 그정도의 택시비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후 가 더 문제였으니, 원동 유스호스텔을 찾기 위해서는 동인당 약국을 찾으라고 하던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잘 알지 못하였다. (사실 이곳은 약국이 아니라 동인당 궁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뭐든지 거대하다. 약국조차도...옆사진)

 그러다 동인당 약국을 안다는 사람을 만났는데  처음에는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척 다가와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한다. 그래서 따라가 보면 결국 인력거를 들이대며 타라고 하는 것이다. 잠시 후 내 주변에는 어느새 모여든 서너명의 인력거꾼들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떠들어 대고 있었고, 돈을 구걸하는 아이가 내 발을 부여잡고 길을 막아버렸다. 나는 덜컥 겁이 나서 그들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무슨 007영화찍는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뛰는구나... 우리는 1시간을 헤맨끝에야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첸먼은 꽤 번화한 거리로 밤이면 수많은 상점과 시장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거기다 종점이기 때문에 교통도 편리하여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이곳을 찾고 따라서 그들을 위한 여관이나, 호텔도 꽤 많은 편이다. 우리가 묵은 원동 유스호스텔도 그중 하나였다. 우리는 60원짜리 4인실을 이용했다. 엄격히 말하면 원동 유스호스텔은 2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프론트가 있는 큰 건물은 호텔에 가깝고, 맞은편 건물은 모텔쯤... 두개의 느낌이 매우 달랐다. 당연히 호텔을 닮은 숙소가 가격이 비쌌고, 내가 묵은 곳은 아무래도... -,-+ 거기다 남녀 혼숙이고, 공동욕실 1개,.. 그래도 나는 뻔쩍거리는 앞 건물보다 전형적인 중국풍의 건물과 인테리어, 그리고 밤이면 붉은 등을 은은하게 밝히는 우리쪽 숙소가 마음에 들었다. (돈없는 자의 변명이리...) 밤에 잘 때 좀 추웠던 것만 빼면.. 혼숙도 나름대로 짜릿(?)한 경험이었다. ^^::  우리방 위쪽에 붙어 있는 히터를 우리는 당연히 에어컨이라 생각하고 2틀을 추위에 떨었다. 3일째 되던날 우리는 그것이 히터인 것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지만, 곧 고장난 것임을 알게되었다. 우리와 혼숙하던 프랑스 인들이 고장신고를 하였으나 중국인 아저씨가 오면 잘나오고 가면 고장나기를 반복 포기했다. -,-:: 내가 원동 유스호스텔을 떠나던날 삐까뻔쩍한 앞건물의 화장실을 잠시 이용해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 있었으니... 우리는 방에도 안나오는 히터가 거기는 화장실에서도 빵빵~ T.T 돈없는게 죄였으나,,, 그래도 난 우리건물이 좋소~

짐을 대충 정리하고, 10시 반쯤 우리는 시장기를 느끼고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식당이 문을 열고 있었는데, 그 중 English menu라고 적혀 있는 식당을 선택했다. 물론, 메뉴는 있었지만 그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 짐작이 어려워 난감해 하고 있을때 우리가 한국인임을 안 종업원이 슬며시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 탕수육! 밥! O.K? "

                                         

나는 너무나 반가운 한국말에 그것들을 주문했다. 탕수육은 12원 밥은 한공기에 1원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탕수육은 1800원 밥은 150원이다. 누군가 나에게 중국에서 살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음식에 관한 부분이다. 2주내내 나는 중국 음식을 먹지 못해 과일이나 한국에서 가져간 라면으로 연명하였는데 이날의 탕수육도  지나치게 셔서 - 식초를 5스푼은 넣었을게 분명하다 - 나에겐 너무 생소한 맛이었다. (옆 사진의 음식이 우리가 먹었던 탕수육이다. 사진속의 내 표정을 보면 맛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는 2층 침대 2개와, 조그만 세면대, 탁자가 전부였는데 우리가 돌아가고 얼마 안있어 프랑스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다. 나는 눈이 파랗고, 머리가 노란 사람들을 대하는게 처음이라 곧 얼어버렸고, 내가 당황하여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재빨리 누워서 곧장 잠이 들었다. 그렇다... 그들은.... 씻지도 않고 자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