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1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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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 8회 스니카 문고 대상 수상작(지금까지 대상 수상자는 3명밖에 없었다 함, 대상 받을 만한 작품이 없으면 안 뽑는다고 함--;)이라 길래 얼른 구입하여 매우 나중에(--) 읽게 된 책인데, 일단 읽기 시작하니까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상인가? ㅋㅋ)

[내 이름은 스즈미야 하루히. 이 중에 우주인, 초능력자 등등이 있다면 연락 바람. 이상]

황당한 자기 소개 만큼이나 황당한 발상과 행동을 일삼는 스즈미야 하루히(얼굴은 이쁘고 몸매는 쥑이는데 성격은 엽기적인 전형적인 캐릭터)를 중심 캐릭터로 내세우고, 그런 엽기적인 캐릭터에게 걸려들어 온갖 수난(?)을 겪는 남자 주인공(별명 쿈, 끝까지 실명은 안밝혀짐)이 일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그녀의 행각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이런 전개방식의 특징은 타인의 관점에서 서술되기에 독자는 서술자와 함께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느낌을 공감할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또 다른 관찰자의 느낌 또한 넌지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어떻게 보면 재미를 배가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엽기 캐릭터는 단지 관찰만 하는 입장에서 서술되기에 그 생생한 매력이 떨어지고 설명 불가능한 부분에 있어서는 흐지부지 넘어가 버려도 별 지장이 없으므로 독자에게는 장점 못지않게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작자에게는 그것이 장점이자 일종의 면죄부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무수한 황당 에피소드들은 그저 ‘으악~뭐야~이게 뭐니 이게~’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나, 어느 것 하나 일관성 내지는 연계성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꿈’이었다는 세상에서 제일 편리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스토리의 질을 급강하 시킨다.

어쨌든 이 글의 목적은 안 읽어도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므로, 황당 에피소드 몇 가지와 함께 대강의 줄거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이야기는 주인공 쿈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뭐 하나 특출 난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쿈(집에서도 여동생한테 오빠라고 불려본 적이 없는)은 엽기적인 그녀 스즈미야 하루히의 앞 자리에 앉게 되면서부터 별난 일상을 겪게 된다. 예쁘고 깜찍한 외모와는 달리 항상 불만에 가득찬 표정과 툭툭 내던지는 듯한 말투의 하루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루한 일상에 이골이 난 듯, 특이한 행동을 일삼는다. 여타의 다른 여고생들이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어젯밤에 재미나게 본 드라마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동안 하루히는 우주인과 초능력자를 찾겠다며 쉬는 시간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그 뿐만 아니라, 요일별로 머리 모양을 달리하여, 이를 테면, 월요일엔 포니테일(하나로 묶는 스타일), 화요일엔 양 갈래, 수요일엔 세 갈래, 목요일엔 네 갈래….--;(그럼 일요일엔 일곱 갈래? 그러고 어딜 갈래??--;) 로 하고 나타나 등차수열의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런 하루히의 명성은 중학교 때부터도 자자하여 그녀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은 끊이지 않고 떠돌았다. 하루히와 같은 중학교에 다녔었다는 쿈의 친구가 알려준 그녀의 엽기 행각은 실로 뒤로 나자빠져 거북이 춤을 춘 다해도 말릴 사람 하나 없을 만큼 황당한 내용들 뿐. 예를 들면, 그녀는 밤마다 학교 운동장에 형이상학적인 그림을 그려놓고는 뭔가 알 수 없는 의식을 치른다는 것이다. 그 의식을 둘러싸고 ‘외계인을 부르는 의식이다.’, ‘사실은 하루히가 외계인인데 자기 별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등등 추측만 무성할 뿐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구석진 계단으로 쿈을 끌고 간 하루히가 클럽을 조직하자는 제안을 해온다. 이름하야 [SOS 단]. 뭐 하는 단체냐? 목적은 단 하나. 외계인, 우주인, 초능력자, 혹은 특별하고 재밌는 일을 찾아 다니는 단체. 실로 막연한 목적이긴 하지만, 하루히에게 있어서는 지루한 일상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 역할을 해줄 고마운 단체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려 들대로 말려 들어버린 불쌍한 쿈. 쿈은 어느새 정체불명 SOS단의 회원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멤버는? 아하~걱정마시라~ 우리 친구 하루히에게 불가능이란 말은 없으니. 조금씩 조금씩 하루히가 잡아들인 정체 불명의 멤버들. 초등학생처럼 여리고 순수하고 갸날픈 외모의 여학생하나를 끌고 와서는 [오늘부터 너를 SOS단의 명예 회원으로 임명한다!]라며 망언을 퍼붓는다. 쿈은 어리둥절하여 묻는다. [아니, 이렇게 순진하게 생긴 얘한테 이런 무지막지한 조직은 어울리지 않아….] 그러자, 이어지는 하루히의 대답. 그것이 가관이다. [(소녀의 가슴을 풀어헤치며--;)자 봐~얼굴은 초등학생인데 가슴은 디따 커~! 이건 필시 이 소녀가 비범하다는 증거야~!!] 쿈은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진다. 아니…말해 무엇하리요. 아무튼 이런식으로 잡아들인 여타의 멤버를 포함하여 정체불명 SOS단이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뭔가 특별한 일을 찾아 다니는 SOS단 앞에 뭔가 특별한 일은 쉽사리 나타나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쿈의 책 속에 끼워진 작은 쪽지 한 장. 만나달라는 멘트와 함께 약속장소가 적혀있었다. 약속장소에는 언제나 SF책만 무표정하게 읽고 있는 나카도가 나와잇었다. 그리고는 쿈에게 믿기지 않는 말을 내밷는다. [사실은 나…..우주인이야…..다른 여타의 멤버들도 초능력을 갖고 있어….어떻게 하루히는 우리들의 능력을 알아보고 SOS단에 투입시켰을까….근데…너…쿈….지극히 평범한 너는 왜 끌어 들인거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쿈의 머리 속. 자….쿈은 끊임없이 펼쳐지는 황당무계한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황당 에피소드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빠른 전개에 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관찰자 쿈이 마치 자신의 경험담을 스스럼 없는 친구에게 내 뱉는 듯이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묘사로 서술해 주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재밌는 묘사가 궁극의 결착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엔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마치 상다리가 부러져라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는 이 음식 저 음식 조금씩 맞보게 하여 식욕만 잔뜩 자극해 놓은 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을 엎어버리고는 사라져버리는 장난꾸러기 요리사처럼. 결국 책을 다 읽고 난 독자에게 남는 것은 허전함을 동반한 황당함이다. 마음씨 좋은 독자라면 [뭐 이런 얘기들이 다 그렇지 머….]라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얘기들의 어설픈 뒷 마무리에 이골이 난 나 같은 독자에게는 책 속의 등장 인물들을 내 앞에 앉혀 놓고는 [작가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 해 가는 동안 니들은 눈뜨고 당하고만 있었냐? ]라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스즈미야 하루히에게 느껴지는 적지 않은 공감대가 흐뭇함을 안겨준다. 어떻게 보면 하루히는 피곤한 일상에 지친 우리 10대들과 많이 닮아있다. 그것이 도가 지나쳐 우주인과 초능력자를 찾아 다니는 특이한 인물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우주인과 초능력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가 호언장담할 수 있겠는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은 무력을 써서라도 이루어내고 마는 젊은이의 혈기왕성한 도전정신(?)도 높이 살 만하다. (결국 하루히는 우주인과 초능력자를 곁에 두고, 조직까지 결성하게 되지 않았는가!!) 어딘가에 스즈미야 하루히 같은 친구가 있다면, 그리고 내게 접근해 온 다면, 나는 너무도 기꺼이 기쁘게 그녀를 나의 절친한 친구로 맞이하리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함이 판에 박힌 내 일상의 우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길 기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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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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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든 활동이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골치아파지는 것이 경제이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때 지하철을 타는 것이 좋을지, 버스를 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우리의 두뇌는 경제 원리를 기반으로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도표화 하고, 수식화 하면 갑자기 머나먼 별나라 이야기 처럼 느껴진다.

 

이책은 일상의 경제 논리를 이론적 설명(도표와 수치)에서 탈피하여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가격에 대한 민감성을 스스로 드러내게 하기 위해 커피의 종류를 세분화 한 스타벅스의 트릭, 보험 회사의 보상 범위를 줄이기 위한 정보의 비대칭, 외부효과, 희소성의 원리 등등 교과서에서 달달 외우던 경제 용어에서 부터 미처 생각지도 못한 시장 경제의 트릭까지 그야말로 화려한 무대 조명의 경제 콘서트 장을 연상시킨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역시 [인생도, 세상도 게임이다]라고 정의 내린 부분이었다. 경제 활동의 대부분은 포커 판의 게임 처럼 남의 마음을 간파 하려는 연쇄적 시도이다. 게임이론은 실로 단순하기 그지없지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운, 비밀, 능숙한 계략등이 맞물리는 치열한 전쟁을 치루어야 한다. 인생은 게임의 축소판이며 로또는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경품이다. ^^;;;

 

 경제가 주인공인 콘서트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지극히 경제적 측면에만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면 다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비교 우위를 찾아 교역하는 것이 최선이라 역설하고 있으나, 이것은 단지 경제적 효율성만을 고려한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 한 완전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희소 가치를 위해 최고가 될 것을 강조하나 이 또한 자본주의에 물든 사고일 뿐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희소성을 찾아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불평등한 분배가 수반된다. 경제 성장을 위한 희생이라 한다면 뭐 할말 없지만.

 

경제학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끊임 없이 앞날의 경제를 예측하고 오늘을 분석하는 것도 결국은 잘먹고 잘살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그것이 개인을 위한 것일지 모두를 위한 것일지는.......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숙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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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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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초절정 구제 불능 울 아버지.

이젠 남쪽으로 튀자는데....나 이거 참.

 

주인공 지로에게는 남 모르는 고민 거리가 있다.

물론 같은 또래 아이들도 다 느끼고 있는 신체적 변화와 알다가도 모를 세상에 눈을 떠 가는 과정에서의 두려움, 혹은 당황스러움 등등도 고민 거리이긴 하지만,

 

지로에게는 더 큰 고민 거리가 있다. 바로 말도 안 통하고, 세상과도 안 통하고,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괴짜 아버지!

 

10대인 지로보다 더 심하게 이유 없는 반항기를 겪고 있는 듯한 아버지의 일거수 일투족이 지로는 심히 못마땅하다. 도무지 타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막무가내 아버지 앞에서 늘 얼굴이 붉어지는 지로이다.

 

그러나 책 후반으로 갈 수록 그런 아버지에게 서서히 녹아 들어가는 지로를 발견 할 수 있다.자본주의의 병폐와 착취의 지배구조를 피해 남쪽으로 튄 일가족은 생활은 점점 불편해져도 마음은 점점 편안해진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밤을 지내야 해도 마을 사람들이 누구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결국엔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지로에게서 생물학적인 타협이 아닌 가치관의 타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아버지가 잘 못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가끔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거대한 철창 속에 갖혀 간수와 죄수가 되어 감시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때 마다 통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있다면......

 

바로 남쪽으로 튀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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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꿈에 미쳐라 - 평범한 직장인에서 월 스트리트까지, 토종 한국인 재키의 꿈을 향한 지독한 도전
명재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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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에서 월 스트리트까지 진출하게 된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담은 이야기다.

 

이런 책들의 특징은 무척이나 자신이 평범함을 강조하지만, 결국 내 관점에서 그들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에 진출하겠다는 꿈에 미쳐 힘든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지난한 과정은 결코 평범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루 네시간 수면에 체력의 한계로 쓰러지기 까지 했다는데.....그녀의 평범함과 나의 평범함의 기준이 다른 것 뿐이리라.

 

국제대학원에서 수학하다, 전 세계 시장경제의 논리 속에서 개발 도상국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보자는 꿈을 품고 (나에게는 무척이나 모호하고, 그것만을 바라보며 도전하기에는 애매한 꿈이지만) MBA 의 진학을 위한 힘든 과정 속에 몸을 담근다. IBM 에서 무척이나 어린나이에 고속 승진을 거듭할 정도로 인정받는 회사원이었지만 (이 부분에서도 그녀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월스트리스 진출에 대한 그녀의 욕망은 날이 갈수록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급기야 모든 사생활을 접고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한다. 드디어 쟁취하게된 워튼 스쿨 MBA의 합격장. 그녀는 힘들었던 지난 날들을 떠올리며, 밤새 펑펑 울었다 한다.

 

그녀에게 배울점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만다'라는 집념일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일들을 생각 날때마다 수첩에 적어 놓고, 하나 하나 이루어 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습관처럼 몸에 베어 있어 그 과정을 지루하거나, 귀찮게 여기지 않는다. 나에게도 크던 작던 그녀와 같은 '하고 싶은 일'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단지 '시간이 없다' '귀찮다'는 이유로 합리화 하며, 은근슬쩍 하고 싶은 일을 '나에겐 무리한 일'로 바꾸어 버린다. 결국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나는 그녀의 일상이 평범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읽으면 읽으수록 자꾸만 지금의 나와 비교하게 되고, 자책하게 만드는 이런 유형의 책은 왠만하면 읽지 않으려 하는데 그래도 자꾸만 읽게 되는 것을 보면, 평범한 인간의 얄팍한 부러움때문인가 보다.

 

반디앤루니스 베스트 셀러 비 소설 부분 맨아래에서 두번째 칸에 꽂혀 있지만 않았어도 나는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충동 구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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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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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울료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그다지 감명 깊게 읽지 못했다. 베스트셀러라는데, 나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파울료 코엘료라는 이름은 등한시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그와의 두번째 만남이 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연금술사 보다 먼저 읽게 되었다면, 그의 팬이 되었을텐데.

 

흔히들 '내일 죽을 각오로 살아라'라고 충고한다. 언제 죽을지 모를 우리내 인생, 1분 1초 아깝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라는 말이다. 하도 들어서 이젠 별 감흥도 없는 충고.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한다.

앞날이 너무 뻔해서.

 

장장 두페이지에 걸쳐 그녀가 늘어놓은 삶의 회의적인 독백은 구구절절 자살해야만 이유로 가득하다.

 

[결혼 첫해에는 자주 사랑을 나누겠지.두번째 해에는 조금 시들해질 테고, 그렇게 이년이 지나면 보름에 한번씩 섹스를 생각하고 한달에 한번 실행에 옮기게 될거야. 상황이 더 나빠지면 우린 서로 거의 아무말도 하지 않을꺼야. 난 그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서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될 거야.......]

 

특히나 뻔한 결혼생활에 대한 독백 부분은 '그렇담 이 세상의 모든 부부들은 늘 자살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단 말이냐!"라는 핀잔을 듣기에 충분할 정도로 애석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의 삶이 너무 뻔하게 느껴져서 선택한 자살. 그렇게 시작된 정신병원 생활. 그곳에는 미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어찌된게 그들의 삶이 더욱 충만해 보인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흡족하게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남이 만들어 놓은 제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왔던 것들때문에 미친 사람들이 본인의 세계 속에서 본인이 만들어 놓은 '재미'를 추구하며 지루하지 않게 살아 간다. 적당히 정상인들과 타이밍만 맞출 줄 안다면, 이대로 정신병원에서 나가 살아도 정상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니...정상인 보다 훨씬 풍요롭게 살수도 있다.

 

이 책의 의미를 죽기로 결심하니 살길이 보이더라는 고리타분한 교훈으로 일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진다면,그건 다 니가 그렇게 되길 원했기 때문이야."

 

이 책이 남긴 교훈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이다.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놀라울 정도로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

 

게다가 이 책을 읽고 나는  더욱 결혼이 빨리 하고 싶어졌다. 베로니카가 그렇게도 회의적으로 읊조리던 결혼 생활의 '뻔함'을 미치도록 재미나게 꾸려나가고 싶은 욕구.

 

그렇게 베로니카한테 복수하고 싶은 욕구가 셈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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