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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반란
알 리스.로라 리스 지음, 심현식 옮김, 이종혁 감수 / 청림출판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책의 요지는 한마디로 말해 [뜨는 PR, 지는 광고]이다.
마케팅의 대부분의 영역이 광고라고 착각 할 만큼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 광고는 단지 '현상 유지'의 기능만을 담당할 뿐, 브랜드를 구축하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은 PR이라는 주장이다. PR이 나그네의 외투를 스스로 벗게 하는 '해님'의 지속적이고 은은한 전략이라면, 광고는 저돌적으로 불어닥치는 '바람'에 견줄 수 있겠다.
지은이(두 저자는 부녀지간이다.)는 현장에서 몸 소 터득한 체험을 바탕으로 왜 PR이 중요한지, 왜 광고는 몰락하고 있는지를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한 창 이슈가 되었던 우유광고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유명인사들이 모두 인중에 하얀 우유를 콧수염 처럼 묻히고 베시시 웃고 있는 광고이다. 광고 자체는 크게 히트를 쳤지만, 당시 우유 판매량은 하향곡선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미국인들의 의식속에(특히 젊은 여성층) 우유는 먹으면 살이 찌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어, 선뜻 구매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우유광고는 이슈화는 될 수 있을지라도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광고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한 광고이다.(광고를 예술의 한 장르로 치부하는 광고인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PR은 그렇지 않은 사실도 믿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광고를 보고 '진짜'라고 믿는 사람은 없지만, 신문의 한줄짜리 기사를 보고 '정말?'이라고 믿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신문에서 본 것이 전부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알게 모르게 우리는 미디어 언론의 지배를 받는다. 가장 좋은 차는? 이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BMW를 떠올리지만, 과연 우리 중 몇명이 BMW의 성능을 확인해 보았을까? 그건 단지 미디어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요즘과 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더욱 중요하다. 직접 물건을 보고 고를 수 없는 인터넷 쇼핑은 트윈슈머(남의 경험을 참고하여 빗대어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양산하고, 이에 따라 인터넷 기사나 누군가의 사용기가 소비활동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할 때는 PR의 역할이 배가된다. 존재하지 않던 어떤 것에 신뢰성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광고로 더욱 의심을 부추기기 보다, PR을 통해 먼저 잠재고객의 신뢰를 얻어야한다. PR로 잘 가꾸어 놓은 텃밭에 광고의 씨앗을 뿌렸을 때, 비로소 커다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무수한 선험사례들을 읽는 것 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만 PR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중요한 PR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어,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물론 독자의 판단에 맡기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언론홍보분야의 가치를 새롭게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광고는 몰락하고 PR만이 살길이라고 확대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