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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좀 더 비약적으로 말하면, 이런 책 읽을 시간에 아직도 끝까지 읽어보지 못한 내 캐논 디지털 카메라 메뉴얼을 정독하는게 낫다. 읽는 동안의 느낌은 분명 흰말 궁둥이와 백말 엉덩이의 차이일 뿐,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내가 내 디지털 카메라의 (내 카메라 두께 보다도 더 두꺼운) 메뉴얼을 밤새 정독하고, 내 머리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모든 조작법을 터득했다고 치자. 내 사진이 달라질까? 물론 감도 조절은 자유스럽게 할 수 있겠지. 후레쉬를 터트리고 싶지 않을땐 가벼운 터치 한번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내가 찍어 낸 사진은 감도 조절과 가벼운 터치만으로 변화될 수 없다. 내 카메라 보다 더 두꺼운 줄줄이 메뉴얼 속엔 카메라를 좀 더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비법(?)이 소개되어 있을 뿐, 내 사진에 대한 애정은 담고 있지 못하다. 이런 책들에서 받게 되는 내 느낌이 딱 요만큼의 메뉴얼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내가 너무 비약적인 생각으로 점철된 인간인가?
애정이 담겨 있지 않은 책, 인간 내면의 깊이를 고찰하지 못한 책, 책을 덮고 나서도 아무런 여운이 남지 않는 책, 그저 설명하고, 어떻게 해 보라 하고, 지극히 일반적인 서술로 훈계하는 듯한 책. 매력 꽝이다.
매력은 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이 책보다 더) 매력없는 인간인지 통렬히 깨달았으니까. 나 처럼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분명 내 눈에는 부러운 것 투성인데 (내게 부럽다는 느낌은 칭찬하고 싶다는 느낌과 대략 비슷하다.) 그 부러움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말은 아껴야 제맛이지' '우리 사이 말 안해도 다 알지?' 이런 말들로 위로하고 넘어 가기엔 나란 인간은 너무 뻣뻣한 부류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든데, 내가 만약 고래 한마리를 키운다면 칭찬에 목마른 그 고래는 신나는 행진곡이 나와도 세상에서 가장 찌뿌둥한 표정으로 고독한 씨가 한 대를 태우고 있지나 않을런지 .--;
자, 보이지 않는 고래 한마리를 키우자. 그리고는 당대 최고의 춤꾼으로 만들어보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