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조곤조곤 풀어놓던 바리의 이야기. 원래의 글에서 1연과 마지막 연의 1행을 빌어와 나름대로 그녀의 사연을 풀어봤달까. 섬세한 내면묘사와 수채화풍의 그림이 어우러지던 원작의 아우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김선우의 바리공주를 떠올리면, 황석영의 바리데기가 함께 그려진다. '세상이나 한 사람이나 다 같다. 모자라구 병들구 미욱하구 욕심 많구.'라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가엾지.'라고 덧붙일 수 있는 바리. 왜 그녀가 무조신이며, 모든 버려지는 것을 품을 수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 그리고 생각나는 또 하나의 바리, 김혜린의 꽃바리. 작가의 말마따나 밑바닥 인생이면서 '사랑, 사람, 삶… 부르다보면 같아져 버리는 저 몇 마디 때문에 이 빌어먹을 세상이 그래도 참 예뻐.'라고 노래하며 꿋꿋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그들에게 주어진 바리라는 이름이 그들의 삶을 결정짓고, 그들이 살아나가는 모습이 다시 바리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참 따뜻했다. 나 역시도 그의 품에서 쉴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