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설에 빠지다 - 금오신화에서 호질까지 맛있게 읽기
조혜란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저자인 조혜란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종종 접했던 논문의 저자입니다. 여성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고전소설들이 꽤 재미있어서 논문임에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 <옛 소설에 빠지다>를 쓰면서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팅커벨이 나타나 어두운 공간에 반짝이는 정채精彩를 더하듯, 박제된 시간의 전시품으로 기억될지도 모를 고전소설을 오늘날의 삶의 공간으로 불러내고 싶다.' 아마 이 말은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고전문학'교육'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더욱 그렇겠고요. 저자 역시 '그때 거기'와 '지금 여기'를 연결하고픈 욕구를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책 자체가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원고들을 수정·보완해서 엮은 것이기도 하고요. 부제가 '금오신화에서 호질까지 맛있게 읽기'인 것에서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요.

 책에는 모두 열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생규장전'이나 '박씨전', '호질'처럼 익숙한 작품과 '소설'(작년에 출간된 돌베개의 도서, <千년의 우리 소설 1-사랑의 죽음>에서는 '옥소선전'이라고 번역되어 있지요), '윤지경전', '강도몽유록'처럼 일반 독자들에게 낯설 수 있는 작품이 고루 섞여있고요. 짧지만 흥미있는 미리 읽기, 간략한 줄거리에 꼼꼼한 작품 해제, 깊이 보기(원문 일부와 번역문, 약간의 설명)와 넓게 읽기(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들 소개)까지 있으니 구성 역시 탄탄합니다. 그야말로 두려움 없이 고전소설이라는 커다란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읽다보면 어느새 푹 잠겨 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겠고요. 

 그렇지만 깊이 보기 부분에서는 약간 평이 갈릴 수 있겠습니다. 전공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짧아서 감질날 수 있겠고, 고전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찾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굳이 한문 혹은 옛한글 원문까지 수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죠. 아마 전공자의 욕심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별점주기라는 전통을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별 하나를 뺀 건 이 때문입니다. 대신 작품 수록부터 다른 건 다 마음에 들어요. 디자인도 깔끔하고, 특히 소설 주제별로 장을 구분하면서 책거리도(로 추정되는^^;)의 서로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을 싣고 있는 것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고요. 추천할만한 한 권의 입문서입니다. 

 덧. 자꾸 돌베개의 <千년의 우리 소설>과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일부 중복된다는 것 외에도 고전과 현재의 소통을 꿈꾸며 이름 있는 전공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비슷해서 그런 생각이 드나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흥미를 끄는 발문부터 넓게 읽기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소설에 대해 교과서처럼 체계적인 안내를 하고 있고, <千년의 우리 소설>은 원작 자체를 읽는데 중점을 두고 작품들의 해제는 권말에 한꺼번에-간략히 싣고 있습니다. 후자는 시리즈로 계속 출간되는 만큼 다루는 작품 수가 좀 많고요. 각자 특색이 뚜렷하니 필요에 따라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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