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책
Anonymous 지음, 조영학 옮김, 이관용 그림 / 서울문화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이름 없는 책.’ 사실 책 제목치고는 낯설다. 저마다 자신의 이름 알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데 이름이 없다니. 작가 역시도 마찬가지다. Anonymous? 작자 미상이라고? 당신 대체 누구야! 라고 말하고픈 심정.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읽는 텍스트와 책 속의 책이 묘하게 겹쳐진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 끝엔 무엇이 있을 것인가. 


 Chapter 1은 5년 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금연과 금주가 중죄가 되는 술집 타피오카. 담배 연기에 찌든 누런 벽과 술집 특유의 냄새가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자마자 그 곳에 이방인이 나타난다. 버번을 주문한 이방인에게 바텐더는 장난을 치고, 술집의 단골들은 텃세를 부린다. 그 모든 걸 다 무시하고 이방인은 버번을 비우는데……. 그리고? 모든 것은 상상에 맡겨둔 채 서술은 5년 뒤를 향한다. 
 Chapter 2에서는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수사 두 사람이 후발을 떠난다. 그들이 찾는 것은 어둠이 다가올 때 악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달의 돌.’ 그들이 향하는 곳은 5년에 한 번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도시 산타몬데가.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과연 이들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산타몬데가에 있는 달의 돌. 사실 모든 문제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마치 할렘을 연상케하는 술집들이 묘사되고- 그 사이에서 전경화되는, 절대로 마음씨 좋다고 말할 수 없을 바텐더와 힘 좀 쓴다는 현상금 사냥꾼, 우연히 굴러들어온 행운(?)을 잡은 남녀, 이들과 교차되는 많은 사람, 사람들. 여기에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와 전설로 남은 버번 키드의 이야기가 섞여들며 Chapter 65까지 숨가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니, 달려간다. 도저히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그리고 끝을 향해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었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가 버번을 들이키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시작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대하게 된다. 과연 다음 작품이라는 <달의 돌>에서는 이름 모를 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또 얼마나 치밀하게 풀어놓을지. 


덧.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더욱 즐겁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짧은 덧말을 통해 수많은 영화 속 인물과 대사를 겨우 따라다닌 나와는 다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