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궁금해! - 2022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나무의말 그림책 1
미카 아처 지음, 김난령 옮김 / 나무의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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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에 대해 아이들과 얘기를 나눌 때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콜라주를 활용한 독특한 그림에 '시'에 관한 그 다양한 표현들이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나온 표현 중 어떤 게 마음에 드는지, 나는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나눈 게 지난 3월인데 그 미카 아처 작가님의 새 책이라니!

노란 면지를 지나, 노란 하늘에 하얀 해가 뜬 자연을 배경으로 한 속표지가 이어지고, 본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연은 창밖의 대상이 된다. 눈길을 사로잡는 짙은 녹색의 소파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둘. 그리고 툭 내던지는 말 "심심해."

책을 읽다가, 고양이와 놀다가 심심해진 두 아이는 "우리 산책 갈까?"라는 제안에 "좋아."라는 화답으로 밖을 향한다. 그리고 소개 페이지에도 뒤표지에도 나오는, '산책자를 위한 놀라운 질문들'이 이어지고. "해는 세상의 전등일까?" "나무는 하늘의 다리일까?" 외에도 미처 다 담지 못할 시각들. 우리가 이런 질문을 하며 자연을 바라본 건, 아니 더 정확히 '즐긴' 건 언제였을까. 언제부터 이런 경이로운 시각을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길들였을까.

환한 햇빛 아래, '세상의 전등'으로 시작한 둘의 산책은 바깥에서 만나는 모든 자연을 의인화해서 친구처럼 함께 하게 만든다. 사람과 자연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보여주는 은유들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콜라주 기법. 빨간 상의에 파란 하의, 파란 상의에 빨간 하의. 닮았지만 같지 않은 둘이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차분한 계열의 옷으로 갈아 입으면서 '지구의 가로등'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끝맺게 되는데-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계를 바라보다가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아이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심심해."라는 비어 있는 시간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다는 욕심과 아이의 결과를 빨리 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사실은 안다. 나도 비어 있는 시간을 내가 채워나가던 힘으로 여기까지 왔고, 아이도 그렇게 자라리라는 것을. 그 비어 있음을 스스로 채워갈 수 있게 나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그러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건 안녕달님의 <왜냐면...>이었다. 사뭇 엉뚱하게 이어지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는 이런 여유를 만들어가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으니까. 정답을 빠르게 찾는 것이 옳다고 하는 세상에서 비어 있음을 존중하고 아이의 빠르기에 맞춰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래서 결국은 더 큰 세계와 만나게 해줄 수 있는 것. 미카 아처 작가님의 새 책 <나 진짜 궁금해!>가 나에게 가져다 준 진짜 경이는 이것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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