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글로스는 형이상학적, 신학적 우주론을 강의하였다. 그는 다음 같은 사실을 멋지게 증명해 보였다. 즉 원인 없는 결과란 없으며, 우리의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며, 남작 각하의 성은 이 세게의 성 중에서 가장 멋진 성이며, 남작 부인은 가장 좋은 남작 부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것이다. (p.10)

은밀한 불행은 공공연한 재난보다 더 잔인한 법이니까요. (p.117)

인간은 어디서나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마르틴만은 인내심을 갖고 모든 것을 감내하였다. (p.190)

헛된 공리공론은 집어치우고 일이나 합시다. 그것이 삶을 견뎌 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p.199)

팡글로스는 때때로 캉디드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최선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건들이 연계되어 있네. 만일 자네가 퀴네공드 양을 사랑한 죄로 엉덩이를 발길로 차이면서 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또 종교 재판을 받지 않았더라면, 또 걸어서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지 않았더라면, 또 남작을 칼로 찌르지 않았더라면, 또 엘도라도에서 가지고 온 양들을 모두 잃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여기서 설탕에 절인 레몬과 피스타치오를 먹지 못했을 것 아닌가."
그럴 때마다 캉디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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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도서관과 슈퍼마켓에 갔고 저녁때는 목욕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나쁜 점은, 기억이 뒤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꼼짝않고 있으면 기억도 꼼짝않는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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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진지하지 않은 것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고귀한 기능 중의 하나는 바로 지나치게 진지한 것들에 의혹의 그림자를 던지는 것이다 - 바로 이것이 패러디의 중요한 기능이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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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다양한 인생에 이끌리는 동시에 혐오감을 느끼면서, 나는 집 안에 있는 동시에 집 밖에 있는 것 같았다. (p.55)

개츠비는 부유함이 가두어 지켜 주는 젊음과 신비, 수많은 산뜻한 새 옷들, 가난한 사람들의 치열한 싸움에서 벗어나 빛나는 은처럼 안전하고 당당한 데이지의 존재를 고통스럽게 깨달았던 것이다. (p.200)

데이지는 젊었고, 그녀를 둘러싼 인공적 세계에는 난초 향기와 즐겁고 유쾌한 속물근성, 인생의 슬픔과 암시를 새로운 곡조에 담아 그해의 유행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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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그러니까 어떤 기술에 관한 내용을 글로 남기는 사람이나 글을 통해 좀 더 정확하고 확실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글을 습득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단순한 사람이라네...... 그런 사람은 씌어진 말, 즉 글이라는 것이 꽤나 대단한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 사실 글이라는 것은 그것이 다루고 있는 문제에 관해 애당초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회상의 보조수단에 불과한 건데 말야. (p.33, 첫번째 양탄자: 글은 고아소년과 같다)

이 책은 망각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한갓 모사물에 불과하며, 생생하고 구체적인 말들의 실루엣이다. (p.35, 첫번째 양탄자: 글은 고아소년과 같다)

사람들의 존경을 얻을 만한 다른 원천들이 막혀 있지만 않다면 고독 자체가 멸시의 원천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다. (p.102, 빈곤의 수사학)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작가들에게 어떤 특정한 과제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그러한 원형적 드라마를 그때그때의 현재로 매번 새롭게 번역하고, 또 새로운 형식으로 선보여야 하는 과제 말이다. 작가란, 자신의 독서 기술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독자이다ㅡ내 말이 틀린가? (p.160, 일곱번째 양탄자: 이야기 속의 연극론)

그녀는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런 유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녀는 지적이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런 유의 지성이었다. 그녀에게는 성적 매력이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런 유의 성적 매력이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로 온몸을 휘감고 다녔따. 그녀의 몸은 도처에서 찾아내어 게걸스레 집어삼킨 최신 텍스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책이나 잡지를 덮고 나면, 그녀는 갑자기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인물처럼 보이거나 엘프리데 옐리네크처럼 음험하게 행동했다. 그녀가 새로운 텍스트를 입는 순간, 그전의 텍스트는 옛것이 되어 그녀의 몸에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게다가 그녀는 요란스런 모방을 좋아했다. 자작나무 지팡이에서 펌프스 구두까지, 연보라색 멜빵바지에서 섬세한 나일론 스타킹까지, 작게 조여 감춘 가슴에서 풍만하게 드러낸 가슴까지, 그녀가 흉내내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였을 뿐이다. (이런 것들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말기 바란다.) 꿀색깔의 염색, 짧게 자른 단발머리, 곱슬거리는 파마…… 언제나 최신 유행에 따른 스타일, 늘 『브리기테』 『프로인딘』 『퓌어 지』에서 금방 튀어나올 듯한 모습. 언제나 『코스모폴리탄』에서 막 오려낸 듯한 모습. 팔크 라인홀트는 문화의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읽는 기분으로 그녀를 읽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흥미를 잃어갔다.
고향에 있었을 때 그는 아침에 본 그녀가 저녁때도 같은 글자를 입고 있을지 결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 집의 문을 따고 들어가면서 그는 종종 묘한 불안감마저 느끼곤 했다. 과산화수소로 탈색한 금발머리에 번쩍이는 검은색 에나멜 원피스를 입고 담배를 피우면서─도대체 담배는 언제부터 피우기 시작한 거지?─캄파리 광고에 나오는 포즈로 창 밖을 내다보는 저 여자가 정말 내 여자친구 맞나? 빨간 펌프스의 또각거리는 신호를 듣고서야 그는 여자의 입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구두는 얼마 전에 그녀와 함께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오디세우스처럼 오랜 시간 제화점 열도들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고른 것이었다. 로테. 아이 참, 이젠 로테라고 부르지 마. 리자라고 불러.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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