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을 좋아하는 경향은 악습이 되기 쉽고, 남을 꺾으려고 하기 때문에 남의 말에 반발하는 데만 정신을 쏟기 일쑤이고 흔히 사귀기 까다로운 사람이 되기 쉽다.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해도 이것이 원인이 되어 모처럼 주고받은 이야기를 불쾌한 것으로 망쳐 버릴 뿐 아니라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고 적의를 품게 만들기도 한다. (...) 그러나 그 후 내가 주의해 보니 생각이 깊은 법률가나 대학 교수들, 그리고 에딘버러 출신을 빼고는 이런 악습에 빠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29) - P29

그리하여 무엇이든 덮어놓고 반박하거나 반대하며 대드는 것을 피하고, 소크라테스의 논법에 따라 상대방의 말에 겸손하게 질문을 하거나 의문을 표시하는 방법을 쓰기로 하였다. (33) - P33

현명하게도 포프(1688~1744, 영국의 시인)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할 때에는 가르치지 않은 것처럼 해야 한다.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이라도 마치 그 자신은 그것을 잊은 것처럼 말해야 한다."
그는 또 우리에게 "틀림없는 일이라도 조심해서 말하라."고 권하고 있다. (34)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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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자가 추구할 때 비로소 숭고하다. (202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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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과 사건을 바라보는 화자의 정서와 시각이 틀어져 있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희박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왜곡된 행동을 가부장제와 결혼 제도의 불합리로 정당화하는 흐름 때문에 이입이 어렵다. 아니 에르노처럼 처절하게 솔직하지도 않다. 늦어도 2000년대에 결혼 생활을 한 여성들이라면 모를까, 지금 같은 때엔 ‘본인이 결혼해놓고 거기다 이혼도 안 할 거면서 왜 그러세요‘ 소리만 나오는 피해의식과 수동적 궤변들이 있다. 다만 그 덕분에 ˝습관적 거짓말˝을 하는 자들의 사고 흐름을 체험할 순 있다. 만성적인 무력감과 공허함, 우울감으로 점철된 수동적 인생의 자기 변론. 물론 이것까지 의도되어 쓰인 것 같진 않고. 소설 내내 나이브하게 쓰여진 문장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주 가끔 와닿는 문장들이 있다. (2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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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최인훈 전집 4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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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뒤 동갑내기 구보를 만났다. 그처럼 서울에 살고, 종로를 거니는 것을 좋아하는 독신인 채로. 구보와 내가 더 겹쳐지게 만든 2024년 말 계엄령은 덤. 아무쪼록 구보와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매일매일 그의 사유를 기대하며 책을 들었다. 그 시절의 지식인이 읽는 서울, 한국. 그 안의 사람들. 그의 눈과 머릿속에 들어 앉은 느낌. 최인훈은 천재라는 엄마의 말에 아무 이견이 없다. 중년에 다시 한 번 읽을 때를 기다리며. 구보라면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하는 질문을 오랫동안 즐겨할 것 같다. (20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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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리드 더글라스를 향해 거듭되는 헛된 미련, 사랑, 증오, 희망, 호소, 분노들. 가끔씩 비치는 자신과 예술에 대한 성찰만이 빛난다. 다 읽고 나면 출소 후 다시 유사한 문제적 삶을 살았다는 게 놀랍지 않다. 다만, 자신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2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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