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일순간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며, 무의식적으로 본의와 다른 표현을 내뱉고, 자신조차 그 단어를 왜 뱉었는지 의심하며, 타인들은 그의 말과 존재를 의심한다. 상황은 겹겹이 아귀를 물고 악화된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우유부단하고 마음이 약한 이들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궁지에 내몰린 주인공들은 타인들의 삿대질과 다그침 앞에 뒷걸음질치며 존재의 구석에, 벽에 부딪치고, 그렇게 존재의 존재를 확인할 것을 요구받는다.

2. 찰나의 미묘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감정이랄 수도 없는 정신의 틈을 묘사하는 부분들이 탁월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 그 어디쯤을 이렇게 텍스트로 길어올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복합적인 층들이 일순간 찾아오는 모순 덩어리라서,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잠깐 건너가려다 푸스슥 꺼지는 찰나라서 감정이라 부르기도 힘든 그 잠깐의 내면을 어떻게 이렇게 풀어내는지.

3. 많은 단편들이 일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야기와 인물, 상징들은 평행선으로, 삼각형으로, 액자식으로, 한바퀴 돌아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곡선으로 그려져 있다. 단편이 끝날 때마다 단편을 이해하기 위해 고개를 들고 오래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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