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과 사건을 바라보는 화자의 정서와 시각이 틀어져 있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희박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왜곡된 행동을 가부장제와 결혼 제도의 불합리로 정당화하는 흐름 때문에 이입이 어렵다. 아니 에르노처럼 처절하게 솔직하지도 않다. 늦어도 2000년대에 결혼 생활을 한 여성들이라면 모를까, 지금 같은 때엔 ‘본인이 결혼해놓고 거기다 이혼도 안 할 거면서 왜 그러세요‘ 소리만 나오는 피해의식과 수동적 궤변들이 있다. 다만 그 덕분에 ˝습관적 거짓말˝을 하는 자들의 사고 흐름을 체험할 순 있다. 만성적인 무력감과 공허함, 우울감으로 점철된 수동적 인생의 자기 변론. 물론 이것까지 의도되어 쓰인 것 같진 않고. 소설 내내 나이브하게 쓰여진 문장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주 가끔 와닿는 문장들이 있다. (25. 2.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