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급은 그, 삼천 원짜리 공주인형에 박힌 유리 눈깔 같은 두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그러한 눈은 그날 이후로 내가 무수히 마주치게 될, 그런 눈들 중 하나였다. 아무 감정도 없이, 아무 느낌도 없이 그냥 얼굴 한복판에서 깜찍하게 반짝반짝하는.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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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정보. 이 책의 원제는 ˝Healing from Hidden Abuse: A Journey Through the Stage of Recovery from Psychological Abuse˝이다(남사스러운 한국어판 제목은 출판 시장에서 눈에 띄기 위함이라 생각해 그러려니 하자...). 그리고 이 본래의 제목에 매우 충실한 책이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등에게 심리적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의 회복이 이 책의 일관된 테마다.

주로 그들의 타겟이 되는 피해자들은 대개 공감능력이 높아 가해자의 행동 배경이나 심리, 심지어는 가해자에게 과거의 아픔이 있었던 건 아닌지부터 이해해보려 애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피해자 자신들의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에 파고드는 건 상황을 더 낫게 만드는 데 그리 효과가 없다. 특히 회복(혹은 탈출)을 결심한 초반이라면 더더욱. 그런 면에서 피해자의 경험과 마음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가까운 심리적 학대자에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이 첫번째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학대를 깨닫고 다시 이전의 건강한 나로 돌아가는 단계가 6개로 나뉘어 제시되며, 읽은 내용을 토대로 상세한 질문에 답변을 쓰며 어떤 피학대 경험을 했는지, 이를 어떤 심리적 용어나 가해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내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할 수 있는 노트도 있다.

저자의 말대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아서 상담을 받기 어렵거나, 나르시시스트와 같이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 상담사를 만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라도 이 책을 읽어보기를.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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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재밌고 쉬운데 얕지는 않다. 책-인간에 대한 흥미롭고 짤막한 이야기들. 좋은 그림 몇 점과 책 몇 권을 얻어간다. (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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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첫 일필(一筆)에 만필(萬筆)이 통섭되고 억만 개 문장을 수용한다. 생각이 나니 쓰는 게 아니다. 쓰니까 생각이 나고, 쓰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문장이 문장을 낳는다. 일필(一筆)로 벽을 차 부수는 수밖에 없다.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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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 - 악성 나르시시스트의 정체와 그 희생의 메커니즘을 찾아서
장 샤를르 부슈 지음, 권효정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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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살린 책. 가장 최근의 관계를 비롯해 지난 8년 간의 이성관계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간결하지만 명쾌한 정신분석 용어 및 매커니즘에 대한 해설과 함께,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근원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일그러진 심리와 그 동학을 정연하게 수면 위로 떠올린다.
그동안 나의 이해체계 안에선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웠던 시간들을 이 실타래 안에 끼워넣고 읽으니 책장을 넘기다 실제로 입을 틀어막고 눈을 크게 뜨기를 여러번. 그리고 나는 왜 이 유형의 인간들과 반복적으로 얽혔는가. 나를 유사한 관계로 회귀시켰던 기제는 무엇이었나. 나에겐 나르시시스트의 면모가 조금이라도 없는가에 대한 성찰까지 가능하다.
건강하고 충만하게, 중심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해선 종교적 명상뿐 아니라 정신분석에 대한 직접적인 공부 역시 뒤따라야 함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책이다. 혼자 머리를 싸맸던 관계와 사건들, 자기 수련만으로 애써 봉합해보려 진 뺐던 시간들이 정신분석의 얼굴을 하고 뒤통수를 쳤다. (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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