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생래가 수줍은 사내였는지 모른다. 과대한 몸짓 과대한 변설,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은 그 많은 자칭 타칭의 독립지사 영웅들, 권필응의 수줍음은 그러나 영웅심에 대한 강한 제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항상 환상을 배제하며 정확하고 적확하게 사고를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론 그 정확함으로 하여 그를 환상하게 된다. 믿게 된다. 불가사의한 힘을 느끼게 한다. (305)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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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 (368) - P368

지삼만이 거들어주었으나 왈가왈부 시시비비는 말다툼으로 번지고 관수 석포, 나중에는 강쇠까지 주먹으로 삿대질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삿대질에서 그치고 육박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실상 핏대를 세우고 떠들어대었지만 그들끼리의 대결이 별무효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싸우는 이들 중에서 학식이 있고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석포 한 사람, 관수가 말깨나 하지만 나머지는 거의가 언문 정도를 깨친 그런 처지고 보면 실상 느낌이 있어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며 이들이 십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행동일 뿐이다. 한데도 왈가왈부 떠들어보는 것은 먹물 먹은 사람만 대수냐, 우리도 그런 정도는 알고 있으니 무조건 승복은 아니라는 치기 어린 오기던 것이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환이의 능력을. 몇 사람을 거쳐서 내려오는 지시는 환이로부터, 그리고 그의 지시는 영락없이 정확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무조건 승복이 아니라는 오기도 속셈으론 환이에 대한 관심의 표시요 신비스런 뭣으로 가려진 그의 정체를 벗겨보고 싶은 호기심이었던 것이다. (383) - P383

야무네는 숨을 할딱이며, 조그마한 것을 석이 손에 쥐여준다.
"아무래도 그냥 가기가 서분해서, 마침 떡장사가 있길래 샀다. 가믄서 입가심이나 해라."
"아지매도 참,"
"이냥, ... 서분해서 ... 부디 아금바리 해서 옛말 하고 살아라이? 우리사 머 지는 해니께...."
야무네는 눈물을 닦으며 돌아서 간다. 우두커니 손에 쥐여준 떡을 보다가 야무네 뒷모습을 보곤 하는 석이 어깨를 툭 친 관수
"어 가자. 간장 녹을 일이 어디 한두 가지가. 산 보듯 강 보듯, 가자!" (354)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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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의널리 알려진 사회 공헌은 뒤로하고, 놀라운 수준의 활동력의 근원을 엿볼 수 있다.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꾸준히 관리한 것, 중상모략과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부정적인 상황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그 다음의 행동‘을 내는 데 집중한 것, 주변 환경을 항상 예민한 호기심으로 바라본 것. 타고난 듯한 근면함과 절제력 같은 것들이 그를 역사적인 인물로 끌어올려준 기반이 된 게 아닐까 한다. 자서전이니까 본인이 본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미국 독립 역사를 간략하지만 내밀한 방식으로 엿보게 되는 재미도 있다.

대체로 아들을 위해 쓴 전편보다는 보다 너른 독자를 생각하며 쓴 속편이 더 흥미롭고 가져갈 부분이 많다.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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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You : How to Identify and Heal from NARCISSISTIC People (Paperback)
Ramani Durvasula / Ebury Publishing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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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 갇힌 피해자 구원서. 시간을 내어 이런 책을 세상에 내준 저자에게 무조건적으로 고마울 뿐이다.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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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이런 것이며 굶주림엔 체모가 없는 것이다. 제사 음식을 마을에 돌리고 혼례장을 찾아온 각설이떼에게는 술밥이 나누어지고 생일에는 며느리 손이 커서 살림 망하겠노라 하면서도 떡시루에 칼질하는 시어미 얼굴에 미소가 도는 그런 인정과 우애를 사람들은 순박한 농민들 기질이라 생각하지만 먹이와 직결되는 수성이 또한 농민들의 기질인 것을. 풍요한 대지, 삼엄하고 삭막한 대지, 대지의 그 양면 생리는 농민의 생리요, 농민은 대지의 산물이다. 좀더 날이 가물면 농민들의 눈빛은 달라질 것이다. 남의 논물을 볼 때는 야비한 도둑의 눈이 될 것이며 자기 논물을 볼 때는 도둑을 지키는 험악한 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으르릉거리며 시기하며 언쟁할 것이요 드디어는 괭이나 쇠스랑이 무기로 변하여 피를 흘리게도 되는 것이다. (177)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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