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매뉴얼 - 라깡, 바디우, 일상의 윤리학
백상현 지음 / 위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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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음의 미학. 삶이란 사실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직선이 아닌 뒤엉키는 곡선 그 자체임을 무자비하게 드러내는 사유. 그러면서도 그것을 애틋하고도 씩씩하게 품는 곧은 말들.
삶이란 무언가를 쫓고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세상의 조악한 틀을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폭로하는 것. 삶은 최면과 미혹의 세계에서 번번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깨우는 것. 그 틀이 날아가버렸을 때 얼굴을 내미는 거대한 공허로부터 도망가지 말고, 그 텅 비어 있음을 직면하고 껴안을 것. 공허와 같이 걸을 것. 다시 빽빽하고도 몽롱한 꿈의 세계로 잠들지 말 것. 타자의 언어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지 말고 더듬거리며 내 언어를 한 획씩 그어 나갈 것.
일시적 성취가 아닌 지속적 투쟁으로서의 삶. 내 삶의 목표는 잠든 사람이 되지 않는 것. 나는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되지 않기 위해 산다.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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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당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 개인적이고 실제적인 경험만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다. (75) - P75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버림받을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내기까지 평생을 기다린다. 그러나 자신감이 생기기 전에 먼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이다. 자신감은 그 후에 따라온다. (78)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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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는 <Stop Caring the Borderline or Narcissist: How to End the Drama & Get on with Life>라는 점 참고.

경계선 성격장애자, 자기애적 성격장애자의 보호자로 (자기도 모르게) 기능하며 지내다 몸도 마음도 망가져버린 이들을 위한 지침서. 보호자격인 독자와 그를 괴롭혀 온 성격장애자의 현 상태 및 관계 인지부터 시작해 그 사이의 매커니즘 및 심리에 대한 논리적 이해,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실천적 지침과 위로, 공감, 지지까지 실하게 담겨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받듯이 당장의 정서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씩 책을 읽어나가면 된다. 책을 읽을 때마다, 특히 초반부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 이야기 상대를 찾거나 일기를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몰랐던, 내 삶의 가장 무거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려는 나의 움직임, 그 근본적인 개혁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경계선/자기애적 인격장애자로부터 가장 가까이서 끊임없이 정서적 착취를 당했던 보호자를 주제로 한 책으로서는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류의 책을 써서 상담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행동 인지, 치료를 가능하게 해주는 저자에게 무조건적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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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급은 그, 삼천 원짜리 공주인형에 박힌 유리 눈깔 같은 두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그러한 눈은 그날 이후로 내가 무수히 마주치게 될, 그런 눈들 중 하나였다. 아무 감정도 없이, 아무 느낌도 없이 그냥 얼굴 한복판에서 깜찍하게 반짝반짝하는.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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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정보. 이 책의 원제는 ˝Healing from Hidden Abuse: A Journey Through the Stage of Recovery from Psychological Abuse˝이다(남사스러운 한국어판 제목은 출판 시장에서 눈에 띄기 위함이라 생각해 그러려니 하자...). 그리고 이 본래의 제목에 매우 충실한 책이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등에게 심리적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의 회복이 이 책의 일관된 테마다.

주로 그들의 타겟이 되는 피해자들은 대개 공감능력이 높아 가해자의 행동 배경이나 심리, 심지어는 가해자에게 과거의 아픔이 있었던 건 아닌지부터 이해해보려 애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피해자 자신들의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에 파고드는 건 상황을 더 낫게 만드는 데 그리 효과가 없다. 특히 회복(혹은 탈출)을 결심한 초반이라면 더더욱. 그런 면에서 피해자의 경험과 마음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가까운 심리적 학대자에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이 첫번째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학대를 깨닫고 다시 이전의 건강한 나로 돌아가는 단계가 6개로 나뉘어 제시되며, 읽은 내용을 토대로 상세한 질문에 답변을 쓰며 어떤 피학대 경험을 했는지, 이를 어떤 심리적 용어나 가해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내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할 수 있는 노트도 있다.

저자의 말대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아서 상담을 받기 어렵거나, 나르시시스트와 같이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 상담사를 만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라도 이 책을 읽어보기를.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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