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조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헌데, 제가 함께 보아 줄 때만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글씨가 없다보니 봐주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재미가 있고 없고가 갈리나 봅니다. 아직 혼자 책을 보는 나이가 되지 않은 탓에 제 조카는 보여줘야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엔 해설을 하듯 일방적으로 제 상상을 말해 주었는데 반복을 거듭하다보니 앵무새 노릇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더군요. 그리해 질문도 하고, 역할을 나누기도 하는 등 책 읽는 방식을 계속 바꿔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이 왜 좋은지를 알겠더군요. 글자 없는 그림책이 왜 좋은지를 말이지요. 책을 봐주는게 좀 귀찮긴 하지만 매번 이야기를 꾸며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지만 글자가 없다보니 그림을 좀 더 세세하게 살피며 이런저런 상상이 가능하고 또 그러한 과정이 놀이와 같은 효과를 주는 책읽기라 어린 아이들에겐 이만한 책이 없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