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슬픔
마광수 / 해냄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그래..
이런 책도 있어야지.
한 시간으로도 탐독이 가능한.


나는
이 책이
너무 즐거웠다.
그 즐거움의 강도를 비유하자면
「광수생각」 보다 10배는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다문 입술 사이로 연신 웃음이 새는.. 그런 즐거움.

그리고,

작가의 고독과 니힐리즘을 느낀다.
그가 얼마나 고독한 사람인지.. 그 고독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시집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유쾌함은, 언어다.
노골적인 언어. 사실적인 묘사.
시(詩) 하면 떠오르는게 은유란 수사법인데 여기엔 직설이 가득하다.
굳이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그냥 그의 언어가 묘사해 준대로 상상만 하면 된다.
점잖은 양반네들,
아니,
점잖은 척하는 양반네들의 구미엔 역겨울 따름일 테지만
나는 그저 즐거웠다.
전혀 달콤하지 않은 에로티시즘이.
그 허무의 재미가
맛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책장을 연 순간 늙은 페니스에도 발동이 걸리고,
첫 번째 장(Chapter)을 지나면서는 혈기가 왕성했던 때처럼 곧추섰다가,
재미 좀 볼까하니, 이내 틈도 주지 않고 그 길로 서서히 고개를 떨구기 시작하는 페니스.
책장을 덮으니, 이제는 다 쪼그라들어 더 없이 작고.. 더 없이 볼품 없는.. 땅만을 바라보는 늙은 페니스,
그 허무함.
그 서러움.
마 교수의 슬픔이 묻어나는 사랑이야기였다.


인상적이었던 시를 몇 개 꼽는다.

서글픈 사랑,
입맞춤,
세월,
감은 때가 되면 떨어진다,
사랑마저 나를 버린다,
나는 천당가기 싫어,
그녀는 날아갔네,
칵테일 마시기,
태양도 결국 수많은 별 중의 하나,
개,
왕처럼 죽고 싶다,
별것도 아닌 인생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