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누구인가
존 도미닉 크로산 지음, 한인철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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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신의 길, 인간의 길》이 아니었더래도 내가 그의 이름을, 그의 책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글쎄....

이 책을 고른 건,
순전히 그 방송 때문이었다.
인터뷰에 응했던 어느 학자들 보다 진지했던 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까닭에 이름을 외워뒀었다.
폭풍 한 가운데 있지도,
폭풍이 막 지나가고난 자리도 아닌,
그저 오래 전에 겪은 일이고 이제는 그것으로 부터 자유하다는,
자유하게 된 지 오래라는 그 평온함에 이끌려 중얼 거리며 그의 이름을 머리에 새겼다.

서가에서 책을 선택하고 돌아와 읽기를 시작했는데
한편으론 반갑고..
다른 한편으론 당혹스럽고..
또 다른 한편으론 '옳다구나~' 감탄을 자아내는 등
이 책은 내게 다양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반가운 건,
방향성이 같다는 것 때문에.
당혹스러운 건,
어떤 면에선 동의할 수 없을 만큼 저 만치 떨어진 곳에 그가 있다는 것 때문에.
감탄스러운 건,
한 번도 그리 생각치 못했던 방식으로 사고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것에 동조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기 전에
나는 C. S. 루이스의 「기적」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헌데 히친스의 평이 떠오를만큼 뜬금 없는 논리에 짜증이 나서 읽기를 멈추어야만 했다.
그리곤 크로산의 책을 읽었는데 그의 책을 읽고 보니 루이스의 책은 그만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루이스의 긴 말보다 크로산의 짧은 문장 하나가 더 깊이있고 설득력이 있으니 말이다.
진리는
진리에 더 가까울수록 단순하다 했다.
잔말이 필요없다.

크로산이 예수를 더러 '기적' 이라 말했을 때, 루이스의 그 모든 잔말들이 사라졌다.
죽은 자가 산자가 되고,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걷고 하는 것들이 기적이 아니라
사랑을 삶으로, 실천적 삶으로 온전히 살아 낸 그가 바로, 그 점에 있어서 기적이라는 크로산의 말에 나는 감동을 입었다.

이로써
아마도 다시는
루이스의 책을 못 읽지 싶다.
나는 비로소,
종교의 핵심이 말이 아닌 '실천적 삶' 에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더불어
김경재氏의 「이름 없는 하느님」이란 책에 감사한다.
이후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쓰긴 할 거지만 어쨌든 등장한 책 세 권 모두가 이 깨달음에 조금씩 몫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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