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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이 책에 매기는 '만점' 이란 점수가 의아할 수도 있다.
유신론자에, 야웨(YHWH) 신앙을 가진 나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이 책에 만점을 주는 행동은 분명 의아한 구석이 있다.
허나, 어쩌랴!
정말 품위있게 잘 쓰여진 책인 것을!
도킨스의 책은 별반 추천하지 않지만 이 책은 신학에 종사하는 모든 관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론, 카뮈의 「이방인」이래 최고로 인상 깊은 책이니 만큼, 만점에 제곱을 얹어준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 만큼, 책이 좋다. -번역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아픔을 가장 많이 느꼈다. 조금.. 많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이...
그의 말은 전적으로, 전적에 가깝도록 옳았다.
내가 여전히 유신론자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나는 그의 모두에 동의하고 동조한다.
그 정도로 그의 논리는 기품있고, 옳다.
한동안, 아주 잠깐새였지만 나는 무신론자가 되었드랬다.
히친스의 눈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가 제시하고 있는 논리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리 돼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가다듬고,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유신론자로 돌아온 것이다.
내게는, 논리와 상충하는 경험과 그 기억이 존재한다.
그렇다 하여 '지적설계론'을 옹호하는 건 아니고, 그저 신(神)과 나눴던 교감을 기억해냈을 뿐이다.
13년을 크리스천으로 살면서 단 한 번 나눴던 교감... 엑스터시(Ecstasy)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그런 교감.
그 단 하나 때문에 나는 히친스에게 설득당하지 못했다.
허나, 신을 위대하지 않다 부르짓는 그의 말과 그 말의 의미엔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그러하다고, 그러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 책을 중간에 손에서 놓지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이끄신 신(神)에게 감사한다.
-나는 이 책의 끝을 보려고 시립도서관에서 두 번이나 대출을 받았다. 보름이란 간격을 두고.-
나는 이제, 다른 눈을 갖게 되었고, 다른 방식으로도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전의 호들갑스런, 제법 순수했던 그러한 것들은 사라졌다.
나는 성장했으니까.
그것으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