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마음을 아프게 한 책이었다.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이 떠오르는.. 그런 책이었다. 책의 중반부를 읽을 때 TV를 켜놓고 있었는데 《고맙습니다》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TV를 켜는 부류의 사람이다. 외로움을 그닥 느끼진 않지만 TV의 소음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 뇌는 TV의 소음과 책의 내용, 그 둘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었던 거다. 덕분에, 눈물이 마르지 않고 연신 흘렀다. 이 책의 기본은 냉소주의자의 분노다. -그러니 어찌 작가 손승현의 시선이 내 입맛에 맞지 않으랴..!- 미국에 대한, 미국 사회의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기독교 침략주의에 대한 침잠(沈潛)한 분노다. 나는 매우 슬펐다. 내가 사람이라는게 슬펐고, 내가 기독인이란게 슬펐다. 나의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 때문에 슬펐고, 기독교의 신, 야웨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 때문에도 슬펐다. 무엇보다 자연 세계의 한 종으로써 인간이 취급되는 것이 몹시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