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정일이란 사람을 알게 된 건
개그우먼 김미화氏와 함께 진행을 맡았던 《TV, 책을 말하다》란 프로를 통해서 였다.
왜소한 체격과 민머리에 가까이 짧게 깎은 머리, 찡그린 듯한 표정, 그리고 느릿한 말씨.
그의 인상은 그랬다. 허나 내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참 매력적이었다.
책 표지에 그의 약관이 나와있는데
약관을 보아하니 낯익은 동명의 영화제목들이 보인다.
쑥스럽게도 그제서야 이이의 유명세를 알아본 거다.
아무튼, 함께 실려있는 사진 속 그의 모습과 내 속의 인식된 모습이 동일하여
기분은 좋았다.
본격적으로 서평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이 누군가에게 헌정된다면, 그는 바로 故 박정희 전대통령이 될 거다.
그만큼 이 책엔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어찌보면 23개의 에피소드가 그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어진 것같아 보일 정도다.
대략 이 책을 장식하는 인물은 셋이다.
첫째는 박정희, 둘째는 아돌프 히틀러, 셋째는 조봉암.
박정희와 히틀러는 같은 선상에 놓여져 있고, 조봉암은 그 반대의 선상에 위치해 있다.
어쨌든 이 책엔,
장정일 본인이 가진 박정희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조봉암에 대한 애정어림과 대치해 있고,
히틀러는 박정희의 편에 두었으면서도 그 보다 혐오스런 인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같이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2~3권 정도의 새로운 책을 소개하고 있으니
실제로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되는 다른 책의 제목은 쉰 개를 넘고도 남음이다.
아, 먼저 밝혔어야 하는 건데.. 이 책은 장정일의 독후감들로 엮여져 있다.
그런데 소개된 그 많은 책 중에 내가 읽어 본 책은 단 한 권으로,
노암 촘스키의 저서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의 관심사와 나의 관심사가 교차되는 단 한 부분으로
실상 등장인물 가운데 외국사람의 낯선 이름은 차치하고라도
조봉암이란 인물은 내 생애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승만과 김구에 가려 빛을 이른 이름. 조봉암.
한국의 근대사. 나아가 역사란 장르를 못 견뎌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이름이었던 거다.
기본적으로 나는 장정일과 비슷한 시선을 가졌다.
그래서 그의 시선으로 여러 책을 소개 받은 것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허나 그와같은 시선.. 노선을 갖지 않은 사람은 이 책을 보기가 매우 거북스러울 거다.
'사유 길라잡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이 「장정일의 공부」는
그러니까 그의 노선을 확인하는 정도다.
'사유란 이렇게 하는 거다' 혹은 '주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개하다'는 아니란 말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박근혜 의원과 그의 오라비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단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그들에 대한 동정심도 생긴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를 대하는 장정일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박근혜 의원이 사람, 즉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말도 많고 탈도 많아왔던 그의 오라비가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보일 뿐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말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여하튼,
장정일의 박정희에 대한 사랑..
애증이라고 불러야 더욱 마땅한 이야기들이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 책 한데에 가득 모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