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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건축 -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
국형걸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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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형걸 교수가 대학 입학 면접에서 교수님에게 받은 질문이다. 건축가를 목표로 둔 전공자에게도 쉽지 않은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보았지만 역시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 이것은 우리가 건축을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하기에 거리감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시대는 변화고 있다. 단순 작은 주택, 카페 인테리어, 대형 건물을 시작으로 건물 설계를 넘어 외벽이나 조형물 디자인에도 건축가를 찾는다.
이 책은 건축이 무엇인지, 변화하고 변화되어야 할 건축의 미래, 그리고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담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공공건축물이나 주택, 아파트들은 획일적인 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축에서는 '정형'은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것, '비정형'은 돈 많이 드는 특이한 건축물로 여기며 피하고 있었는데 시대가 변화고 있는 지금, 저자는 좀 더 자유로운 형태와 다양성을 필요성을 제시한다. 특정 스타일이나 유형을 넘어 프로젝트의 상징성, 기능성, 경제성, 차별성 등을 고려한 연구로 기존의 획일적인 건축물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어렵지만 꼭 필요한 색
저자는 모더니즘 사조로 단조로운 백색이나 회색의 벽체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 주위에서 유명하거나 특이한 소이 모던하다는 건물은 전부 백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색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공간과 형태가 죽는다. 인간의 시력과 인지력은 상대적이며, 한 번에 둘 이상에 집중하기 어렵다. 강한 색이 시선을 모으면 음영이 만드는 공간감은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니 공간을 중요시하는 건축가들이 색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건축가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색을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색의 본질을 생각하며 건축물과 주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 적용해야 하며, 때로는 주위 건축물들 중에서 하나의 포인트로 강한 색을 적용해 반전을 줄 수도 있다. 충분한 이유와 목적만 있다면 자연에 특이한 색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아름다운 걸까?
미란 무엇일까?
절대적인 걸까, 상대적인 걸까?
건축가가 생각해야 할 건축의 미적 요소는 시대 흐름을 타고 문화와 양식에 따라 변화해 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구축 방식에서 오는 구축미는 재료와 재료가 만나 적절한 방식으로 쌓여 하나의 집합체가 만들어질 때 이런 미감이 생기는데 유명한 안토니 저자는 가우디의 '카터너리 커브', 최근의 기술인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까지 구축이 만드는 구축미는 건축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미감이다.
장소와 건물 쓰임의 프로그램에서 오는 아름다움 또한 건축미가 가지는 특수성으로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쿤스트하우스를 예로 들고 있는 저자는 주변 도시 환경과의 부조화도 건축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위 환경과 완벽한 조화보다는 때로는 개성 있는 건축물들로 랜드마크로 되어버린 건축물들도 다수 존재한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운 절대미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건축물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절대미에 대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평가에는 개인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선행되어야 보편적인 건축미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삶은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따로 그러나 같이 산다
코로나의 출현으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 전염을 염려한 개인화가 건축물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는데 주택에서도 세대 내 독립 공간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이기에 대부분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주변 생활 인프라와 유휴 공간 등을 공유하며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공간이 중요해졌다
1980년대 이전의 세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 과도하게 상승한 부동산값과 과거 중요시되었던 내 집 마련의 동기가 약해지면서 먼 미래를 위한 재산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편안하고 쾌적하다면 전세나 월세라 해도 괘념치 않고 살아가려는 경향이 뚜렸해지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부동산의 가치보다는 자신의 생활에 맞는 공간에서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좋은 환경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지 않을까.
요즘 건축의 네 가지 트렌드
4차 산업혁명과 펜데믹 상황이 겹쳐저 세계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저자는 요즘 건축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네 가지 트렌드로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로 '소비재로서의 건축'이다. 오늘날 소비 중심 사회에서 건축은 보존 대상이 아니라 패션과 같이 유행을 타는 소비 대상이다. 개인부터 기업까지 모두가 건축을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하고 있다. 건축은 빨리 만들고, 다시 부수고, 다시 새롭게 지어지는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두 번째로 '이미지로서의 건축'이다.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이미지와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건축도 직접적인 공간을 체험하기 전에 누군가가 공유한 이미지로 먼저 접하게 된다. 또한 실제 공간을 방문해 체험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까지 하는 세상이다. 이제 전통적인 드로잉이나 모형이 아닌 실제 이미지와 동영상을 담은 온라인 매체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공유재로서의 건축'이다. 전 세계에서 준공되는 수많은 건축 프로젝트는 매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유사한 디자인 쏟아져 나온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새로운 디자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창의력과 상상력보다 기존의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주어진 조건에 맞는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응용력과 문제 해결력이 중요해졌다.
네 번째로 '유한 산업으로서의 건축'을 들 수 있다. 건축은 구조, 기계, 전기 등 여러 분야가 협력해 만들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인테리어, 가구, 조형, 조경 등 타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건축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서처럼 한 건축가의 작품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작가 개인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건축은 사회의 일부이기에 변화를 읽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그리고 스스로 혁신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할 때 시대로 앞설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 생활에 주변에 늘 조용히, 때로는 제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해왔던 건축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건축학도와 건축가,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처럼 사고의 확장을 위해 읽고 있는 독자에게 건축의 본질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