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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지음, 권루시안 옮김, 이용대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1월
평점 :
암벽 등반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등산과 산악 서적,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 때문일까 지미 친의 첫 사진집 'There and back'의 한국어 버전인 '거기, 그곳에 세상 끝에 다녀오다'의 출판 소식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침 진선북스의 서평단에 선정되어고 지미 친의 경이로운 산악 여정을 서평 할 수 있다는 것을 크나큰 행운이라 생각하며 그의 빛나는 여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중국인 이민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사나 변호사, 교수 외의 직업은 생각하지도 않는 그의 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20대 시절 취미였던 산악등반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기로 결심한다. 직업관이 확고하기는 했지만 사서 부부인 친의 부모는 그에게 끝없는 격려와 책을 안겨줌으로써 이 길을 갈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책에서 위대한 모험을 읽게 되면서 그는 자신 안에서 일종의 경외감과 자기 신뢰를 일깨웠고 세계에서 가장 거친 장소로 나아가 남들이 도전하지 못한 것을 이루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모험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중에 그의 영원한 친구이자 멘토이며 동료인 키트 델로리에, 알레스 호놀드 같은 모험가들을 만나면서 이런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사진과 함께 기록하는 삶의 목표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위대한 여정의 시작인 셈이다.
어느 등반 잡지에서 전설적 등반가이자 사진작가인 게일런 로웰이 콘래드 앵커와 피터 크로프트가 카라코람 산맥 곳곳을 최초 등반하는 장면을 포착한 멋진 사진을 보고 진정한 등반가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친은 파키스탄 원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고 사진을 찍은 게일런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하고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로 간다. 그는 마운틴 라이트 사무실에서 내리 5일 동안 기다려 게일런을 만날 수 있었고 게일런에게서 차라쿠사의 계곡 여행담과 거기까지 필요한 것들, 그가 주로 접촉하는 파키스탄 연락처를 도움받게 되었다.
그곳이 당신이 갈 곳입니다. 카메라를 꼭 가지고 가세요.
몇 달 뒤 차라쿠사 계곡 입구를 지키고 있는 화강암 암봉인 파티 타워와 파르하트 타워를 보고 그 압도적인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어느 쪽이든 타고 오를 생각을 하니 겁부터 들기 시작했고 그의 동료 브레이디 로빈슨과 파티 타워를 공략했지만, 복잡하고 가파른 이면각을 오르지 못하고 두 번이나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요세미티와 시에라네바다를 오를 때 익힌 기술들과 등반 잡지에서 읽기만 기술까지 동원하며 등정에 성공한다. 나중에 친구 제드와 더그 워크먼, 에번 하우가 여행에 합류했고 새로운 루트 두 곳을 더 오르게 된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바위들 사이를 오르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고 계곡에서 돌아올 때는 진정한 등반가가 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친은 그로부터 20년 동안 그때 자신을 사로잡은 그 공포와 경외심을 찾아 전 세계를 다니게 된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모험가들의 여정을 이렇게 작은 책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삶과 죽음이 만나는 순간에 마주치게 되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고산 등반가이지 포토그래퍼로서 삶을 살아갈 지미 친과 그의 동료들의 또 다른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