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고전문학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댓글로 참여하여 좋은 기회를 얻었다.
강의를 들으러가는 마음가짐의 일환으로 관련책자는 읽고가야지하고 인근 도서관을 찾았으나 읽어보고싶던 프로이트-심청을 만나다나 기타 추천도서는 죄다없고 살아있는고전문학교과서만이 비치되어있었다. 아쉬운마음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빌려서 가족편을 정독하며 강의시간을 기다렸다.
인디고서원의 지하1층은 책관련강의를 하기에는 빛이 너무 부족했다. 그렇지 않아도 눈이 침침해 휴대용독서등을 가지고 다니는데 그 덕을 볼정도로 어두웠다. 좌식으로 된 자리에 올망졸망 사람들이 모여 앉아 아담한 분위기속에 정출헌교수님의 강의는 시작되었다.
고전문학속의 가족의 재발견이라는 테두리안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과 부부. 형제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고전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는데 시간이 빨리감을 아쉬워해야했다.
특히나 심청전에 대해 하실말씀이 많으셨는지 듣고있던 내가 더 안타까워 심청전만 따로 어떻게 시간빼서 강의를 해주시면 안되냐고 여쭙고싶었다. 이부분은 서점관계자분께서 독자의 아쉬움을 어떻게 잘 다음기회로 연결해주셨으면 하는마음이지만..^^;

특히나 예습이랍시고 읽어갔지만, 역시나 작가가 하고싶은 말과 독자가 읽는것의 한계는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기전 두려워 뒷걸음쳤을때 했던 말인 "부친에 대한 ()이 부족한 때문이다"에서 빈칸에 들어갈말은 무엇일까? 나는 분명 읽었지만 항상 떠올리는 효녀심청의 이미지에 효라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정답은 바로 정이다. 비로소 아.. 심청전은 바로 그런거구나. 이것은 효의 대표작이라고도 할수있지만 심청이는 효를 실천하기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거라기보다 인간으로서의 도리로, 자신을 키워주신 심봉사에대한 깊은 정으로 이를 행한거구나. 라고 효와 정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어렴풋이 느낄수있었다.
바로 이런것이 밑줄효과가 아닐까? 글을 쓰는 저자가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고싶은 부분이 분명있지만 문맥상, 미관상 밑줄쫙에 별표열개는 칠수없다. 하지만 이렇게 강의를 통해서 그 부족한 하이라이트를 전달해줄수있는것이다.
정말 죽어서까지 효를 실천해야하는 표본의 심청이가 이번 강의로 인해 살신성효 심청이가 아닌 다정다감 심청이로 내안에서 변모를 했다.
그리고 조선중기때부터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 형제간의 다툼에 대한 경계는 바로 재산상속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나타나는 것이란점도, 흥부가 그렇게 힘든 생활속에서 제비다리 하나 고쳐주고 얻은 박씨로 로또대박을 얻은것이라기보다 자신이 할수있는 최선의 생활테두리안에서 노력끝에도 인간임을 잊지않고 측은지심을 발휘할수 있었던 그 심성에 대한 보답이었던것. 부자가 되었음에도 형님을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을 생각할수있는 그의 그릇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볼수있었다.
삼강오륜이라고 하면 아~ 열심히 외워서 도덕 윤리 점수 올리는데 보탬이 되었던것의 하나였지만 저것이야말로 인간을 알리는 지침이 되는게 아닌가.
이것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위해서는 그것의 절대적인 정의를 알고있는 것이 정답일것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정의라는 것이 존재할까? 그럴수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 질문의 대상이 가지는 관계들을 파악함으로써 답변을 할수있다.
요즘 사람들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인간이란 어떤 관계를 가지느냐에서부터 차근차근 나아가면 아마도 답을 얻을수있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 아니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귀에 남는다.
오히려 이황의 글처럼 나도 고인 못보고 고인도 날 못봤지만 그 길이 앞에 있듯이 오래된 것은 새롭게 나를 이끌어주는 눈길위의 발자국이 될수있을것이다.
점수에 연연하느라 밑줄만 그어댔던 그 작품들을 진짜 책한권으로 만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강의를 마치고난뒤 질문시간에 가족에 편입된 며느리나 첩. 계모들은 왜 악인으로 표현되는가라는 우문에 그들뿐아니라 남자조차도 가부장제도에 의한 피해자들이라는 현답을 이끌어내주셨던 교수님께 다시한번 감사를드리고싶다. 오는길에도 많은 생각을 해야만했다. 끝없는 생각이라 어떻게 매듭은 나지않았지만..
책은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만 답답해질때가 많다. 책밖으로 끌어내 대화할수있는 기회가 좀더 좀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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