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끝나기는 하는 걸까 싶었던 10번의 강의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용두사미' 였지만 그 강의실에 계시던 소수의 분들은 커다란 희망이라는 씨앗을 하나 품고  

인문학 스터디 1기를 마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고병권씨와 청중분들이 모두 하나가 되서 호흡했던 강의 였으니까요.  

그 어느 때보다 박수소리도 더 벅차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인문학 스터디는 이제 사회인으로 출발하는 문가에 선 저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  

영혼의 눈을 뜰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때론 고뇌와 좌절과 희열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던 강의들.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결석 1번, 지각 2번 스스로 성적이 뿌듯하네요^^)    

인문학 스터디 2기는 이제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중간기말이 닥쳐올테니...  아쉽기만 합니다.ㅠㅠ    

끝으로..

모자르지만 마지막 강의, 정리해보았어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고병권 


 대한민국은 87년 이후 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잃어버린 10년’이나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과 같이 사회는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판단은 뒤로하고 ‘현 정권이 독재의 행태를 보인다.’라고 말했을 때, 그 실체는 무엇일까?  


1. 대한민국은 성숙한 대의민주주의 국가이다. 
 대의 민주주의가 무엇인가하면 다수의 국민을 대표할 정책결정자들이 국민의 의사를 되도록 정확히 반영하여 정치를 하는 체제를 말한다. 더하여 시민단체와 언론, 노동조합, 학생회 등 여러 단체들이 이들이 정치를 잘못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게 되어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정권과 유착하는 행태를 보이긴 하지만 시민단체나 노동조합들은 어느 때보다 그 기능이 활발한 상태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토론이나 의견은 활발히 개진되고 논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문제가 있다고 난리 법석이다. ‘이명박 정권’을 물러나게 하면 진정한 민주주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향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노무현 정권 때와 이명박 정권은 별로 다른 것이 없다. FTA와 같은 정책적 과제들은 앞뒤가 딱딱 맞고, 일어나는 사건들도 비슷비슷하다. 국회의원들도 서로 정책사항을 가지고 맞붙는 것이 아니라 조금과 덜이라는 정도 차이가지고 격렬하게 싸울 뿐이다. 지금의 이명박 정권을 물러나게 한다 해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이명박 정권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퇴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2. 민주주의 이데아는 존재하는가.
 개념이나 실체에 대해 사고할 때, 관념의 환상에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함을 알면서도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아직 덜 되었다는 말은 어딘가에 완벽한 민주주의가 존재해서 거기까지 얼마만큼 남았다는 거리의 개념이 된다. 그러나 그런 민주주의는 아무데도 없다. 다만 지구상에 미국형 민주주의 유럽형 민주주의 등 상대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있을 뿐이다. 국민성이 모두 다름을 알고 있다면 이 상대적인 민주주의에 우리나라를 무턱대고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민주주의가 있다는 점을 유의할 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는가? 


3. 얼굴 없는 시민의 난입
 2003년을 앞뒤로 문제는 수면위로 떠올랐다. 바로 촛불시위다. 그 후로 쇠고기 수입, 장갑차사건, E랜드 사태, 스크린쿼터, 한미 FTA, 비정규직문제 그리고 최근 용산참사까지 이런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붉어져 나오고 있다. 공통된 특징은 사건의 주체들이 ‘신원불명’이라는 점이다. 시위를 막아서는 경찰이 “너 누구야?”라고 물으면 “저는 어디사는 누구인데요” 답한다. 그러나 경찰은 더욱 당황하며 묻는다. "누구냐니까?! "
대의 민주주의는 대표만이 발언권과 정치권력을 가진 제도이다. 개인이 직접 말하게 되면 그 사람의 성분이 파악되지 않고 따라서 표상되지도 않는다. 익명성이 국민의 맨얼굴이다. 그런데 드러나지 않아야 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대표를 산출하지 않고 ‘직접’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대의제가 무능력해졌음을 의미한다.  


 가계소득불평등지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같은 여러 통계자료들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민주화가 된 이후부터 양극화가 진행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민주화정권이 가장 먼저 내세운 캐치 프레이즈는 ‘세계화, 자유화 시대’에 경쟁력 기르기이다. 진정한 자유 속에서 정정당당히 경쟁한다니! 우리는 진정한 유토피아가 도래한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와 경쟁이 무엇을 가져왔는지 지금까지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바로 경쟁에서 도태된 민중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이고,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경쟁하고 있지만 이는 절대 공평한 싸움이 아니다. 이미 돈과 권력을 가진 부유층과 중산계층이 한 우리 안에서 경쟁을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양극화의 실상이고, 얼굴 없는 시민들이 광장에 등장하는 이유이다.  

4. 대의를 대의하지 않는 민주주의 
 아무리 대의제 체제라지만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있다. 아무리 학생대표를 뽑고, 이주노동자 대표를 뽑고 또 뽑아서 국회로 보낸다고 하지만 이들의 의사는 반영될 수 없다. 또한 뒷배경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만이 잘 대의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가 정책은 확고한 대의제 체제 위에 매우 합법하게 ‘소수 대의되는 시민들’만을 위하여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밖의 밀려난 사람들. 대의되지 않는 익명의 사람들. 이 사람들의 의견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의 이권은 누가 보장해 주는가? 대표라는 이름으로 대의제의 대표들이 내놓는 정책은 ‘밖의’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거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출국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폭 늘리고, 고가의 재개발로 이전의 영세한 거주자들을 내쫒는다. 이 모든 것이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자행된 정책이다. 이뿐인가, 아이의 건강이 걱정돼 유모차를 끌고나온 어머니들을 연행해가고, 철거의 자리에서 결국 사람이 죽게 만든다. 이들이 겪는 삶의 불안감은 그들을 시위하게 만든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여전히 이들을 대표하는 기구를 만들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는 불가능함이 지난 20년간 증명되었다. 대의민주주의의 무능력함이 계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어떤 민주주의로 이행해야하는가? 

5. 아르케 건너편의 오이코스
 아르케는 공공적, 제도적인 정치 영역을 의미한다. 반면 오이코스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삶의 영역이다. 인간은 아르케와 오이코스를 적절히 누리며 살고 있다. 아르케에서 쫓겨난 인간은 오이코스의 영역이 확대된다. 약자인 이들은 여기서 서로 연대하고 도와가며 나름의 재미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위협받으면 엄청난 세력으로 들고 일어날 수 있는 네트워크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격 없는 자들이 근거 없이 사는 것이 오이코스이다. 아무런 권력도 없고 부유하지도 않지만 오로지 삶에 대한 의지와 인간미 넘치는 인심만 가지고 서로 의지하며 산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삶에 대한 집단적 실천, 인간성의 회복은 사람을 살게 한다. 어떻게 아르케 영역까지 연결시킬지 아직 해답은 없지만 민초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르케가 공격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강력한 삶의 연대를 만드는 것이다. 
      

6. 와 닿았던 말씀들 

 -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오이코스의 삶입니다. 결핍도 결여도 없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삶을 보면 부자들이 벌벌떨어요. 왜냐하면 빼앗을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자신이 그들보다 즐겁지 못하다는 사실은 매우 공포스럽게 만듭니다. 민중들이 만드는 것이 이런 삶이에요. 자격없는 자들이 근거 없이 사는것. 근거가 다른 사람들이 근거를 넘어 연대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아무거나 '같이' 하세요. 혼자 있는게 제일 멍청한 거에요. 아이폰 모임을 만들고 독서토론 동호회에 나가고. 자신들이 즐기는 것 아무거나 같이 하세요.  여기서 연대의 힘이 나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 배운 것을 포함해서 이건 저렇다 저건 저렇다 가르치려 하지 마세요. 절대 도움안됩니다. 교화하겠다는 생각은 오만한 거에요. 아무말 없이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실천입니다.  

+ 질문을 한 저를 고병권 선생님이 안타깝게 바라보셨었는데 ..ㅎㅎㅎ  사실 저 여러 모임 하구있다구요!!! 저만이 아니라 같이 움직여야 큰 힘이 발휘 될텐데, 사람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답답해서 해본 질문이었었습니다. 흐윽ㅠ  어리석은 중생이 된 기분이었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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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3-2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계시든, 건강하고 행복하시길....대학이나 대학생들에 대해 말들이 많은 시대이긴 합니다만 '대딩' 시절처럼 좋은 시기는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인문학 공부하기 위해 다니시고 질문에 후기까지 남기시는 걸 보니 언젠가 또다른 자리에서 한번은 만날 것 같군요. 그런 인연을 기대하겠습니다.

불나방 2010-03-3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강의 진짜 강렬했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흥미로웠고,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강의가 풀어지니까 졸릴 틈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뮤니즘'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우리들 표정이 이상했나봐요. ㅋㅋㅋ 질문이 40분 가량 넘어가고 있는데도 한 명도 자릴 떠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물론 강의 자체가 참석한 인원이 소수기도 했지만.^^ 아무튼 잘 마감한 것 같고요~ 인문학에 대한 목마름은 더더욱 깊어졌습니다. 새로운 책과 강의 속으로 또 퐁당퐁당 빠져봐야겠습니다. 블루님의 질문이 참 진실되기도 하고 많이 공감이 됐습니다. 좋은 결실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

분다 2010-04-0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회식때문에... 마지막 강의 놓쳤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blue0729님의 글을 보니 내용이 정리됩니다. 감사드려요! 마지막 강의 꼭 듣고 싶었는데 너무 너무 슬프네요!~~ 2기 모집도 하는데, 이번에도 듣고 싶네요~ 전,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기 때, 두 번 빠지게 되었어요..ㅜ 하지만... 너무나 배운 것들이 많았던 인문학 강의.. 다른 분들과 연대(?)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정말 .. 여러 사유를 할 수 있었던 .. 강의였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