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글을 남기시는 몇몇 분이나 눈팅만 하고 가시는 분, 처음에 몇 차례 수업에 참여했다가 이후에는 상상마당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으신 분, 수업에는 참여하지만 알라딘 공부방엔 접속하지 않으시는 분 등 모두가 처음에는 열정적인 마음으로 개념어 특강이라는 공부를 시작했을 겁니다. 2010년에는 더 빡시게 공부하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자...이 결심을 실천으로 옮길 가장 좋은 방법이 인문학 공부라 생각해서 알라딘에 응모하셨을 테고, 또 공부방 1기로 선정되어서 다들 기뻐하셨겠지요.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마음먹은 대로 되겠습니까? 주위에는 이 공부보다 더욱 끌리는 유혹이 많았을 테고, 또 현실을 살다보니 이러저러한 일도 생겨 자꾸만 강의에 불참하는 일도 잦아졌겠지요.
강의 첫날의 그 뜨거운 열기와 희망에 부푼 눈동자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강의 진행을 맡으신 상상마당 담당자께서는 그날 너무 많은 수강 인원에 놀라 제대로 모임이나 한번 갖겠냐고 걱정하셨고, 알라딘 담당자와 그린비 관계자분들께서도 이걸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당혹스러워 하시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강의가 진행될수록 인원은 급격히 감소하여 지난 몇 번의 강의에서는 십여 명의 수강생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용두사미라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빗대었나 봅니다.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어떤 분께서는 이게 바로 모럴 해저드라고 탄식하셨고, 저는 또 나름대로 이렇게 된 이유를 요목조목 분석해서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늦은 후회와 반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첫 강의에서 채운 선생이 하신 말씀처럼 재현하는 삶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또 그런 각성과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바꾸고 스스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행동이 필요할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열 번의 강의에서 얻은 게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께서도 이번 강의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어떤 실마리라도 얻지 않으셨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어떤 곳에서는 노숙자분들이 자활의지를 갖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인문학 공부를 프로젝트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노숙자들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낫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산다는 걸 생각하면, 또 현실의 논리에 따라 잠시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태롭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가진 공부의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네요.
오늘이면 알라딘 공부방에서 마련한 인문학 프로젝트 1기 강의도 끝이 납니다. 아쉬운 마음도 안타까운 마음도 모두 접고 지난 강의들을 되짚어 보며 차분하게 생각들을 정리하려 합니다. 이번 강의로 어떤 구체적인 열매를 맺지는 못했더라도, 씨앗 하나는 마음에 품었다 생각합니다. 어느 한 분,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함께 공부한 공부방 1기 여러분들이 있어 좋았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오늘 수업에서 뵙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지난 석 달의 시간이 제겐 큰 행운과 행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