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은 없다. ~이 공空할 뿐…
<공空이란 무엇인가>의 강사 김영진 선생님의 인터뷰입니다. 본 인터뷰는 도서출판 그린비에서 제공합니다.
<공空이란 무엇인가> 저자 김영진
1970년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중국 근대사상가인 장타이옌(章太炎)의 불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근무하고 있고, 『불교평론』 편집 위원이며 〈연구공간 수유+너머〉 회원이다. 당나라 때 나온 경전 목록인 『대당내전록』(大唐內典錄)을 함께 번역했고, 『중국 근대사상과 불교』를 썼다.
서유기의 한 장면
『서유기』의 등장 인물들의 이름엔 다 뜻이 있다. 가령 오공은 ‘공空을 깨닫다’는 말이다. 그럼 '공'은 또 무엇인가? 세상에 '공'은 없다. 단지 '~이 공 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어떤 공부를 해오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1970 년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내 고향은 꽤 유명한 곳이다. 호수 같은 바다가 좋다. 1990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하면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이곳에서 공부했다. 중국의 4,5세기 불교에 대해 석사 논문을 썼다. 이 시기 중국 불교인들은 공(空)이나 반야(般若) 같은 개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박사과정 입학하면서 중국근대불교로 연구 방향을 잡았다. 고대불교에 비해 근대불교가 훨씬 박진감 있고, 더구나 현실과 만나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근대사상가인 장타이옌(章太炎)의 불교사상에 관한 박사논문을 썼다. 그에게는 전통학술이 있었고, 혁명이 있었다. 더구나 그 중심에 불교가 있었다.
여태껏 주로 중국 근대불교에 대해 공부하다가 작년부터 한국 근대불교에 대해서 다루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씩 전진해 볼 작정이다.
불교에 다양한 개념들이 있을 텐데 그중에서 특별히 ‘공’ 개념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일반들에게 가장 익숙한 불교 개념은 아마 연기(緣起), 인연(因緣), 인과응보(因果應報), 윤회(輪廻), 무상(無常), 열반(涅槃), 공(空) 등일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난해한 개념은 단연 공이다. 다른 개념들은 대충 넘겨짚겠지만 공은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이런 개념 때문에 불교가 철학적이고 꽤 멋있어 보이지만 턱없이 난해하여 다가서지 못한다. 책을 좀 읽은 사람은 공 개념에 대해 자신의 영역이나 입장에서 간접적으로 이해한다. 예를 들어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주희의 말을 빌려 공을 쉽게 절대적 허무 정도로 취급한다. 또 어떤 사람은 도(道)나 기(氣), 아니면 과학의 무엇으로 취급한다. 조금은 안타깝다.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공 개념을 좀더 친근하게 소개하고, 공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자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하게 만드는 불교의 매력이 있다면요?
불 교는 엄청난 지역을 다녔고, 많은 사람과 문화를 만나면서 새로운 사유와 문화를 창조했다. 그것을 위해서 누군가 하념 없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어쩌면 불교는 길 위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불교의 이런 점이 좋다. 그렇다고 불교환자는 아니다.
앞으 로도 계속 불교 공부를 하겠지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절반은 여전한 호기심 때문이고, 절반은 어느 정도 관성 때문일 것이다. 요즘 책임감 같은 것도 조금 생겼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불교 연구자로서 불교학 발전을 위해서 뭔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학부 다닐 때 ‘우리나라 불교학은 왜 이 모양이냐’ 투덜거렸는데 근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이제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해야 한다. 아무튼 나이 좀 들어 공부가 흐지부지되는 사람은 아니고 싶다. 불교 공부 열심히 하고 책도 쓰고 번역도 계속 해볼 작정이다. 아는 형이 어지간하면 여든 까지 산다고 말하더라. 그때까지 뭐하겠나. 천천히 그렇지만 놓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
불교는 종교적인 느낌보다는 철학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나도 불교 공부를 하기 전에 불교는 철학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철학과 간다는 마음으로 불교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철학이라기보다는 종교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물론 불교는 충분히 철학적이다. 다른 종교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고통 극복’이라는 기치로 불교가 출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철학이라고 섣불리 말하지 못하겠다. 나머지 불교의 이론 전개는 이 점을 둘러싸고 진행된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불교 개념인 공(空)의 경우도 얼른 보면 난해하기 짝이 없는 철학 개념이다. 그런데 그 개념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불교의 최초 깃발을 볼 수 있다.
‘공’ 이외에 소개하고 싶은 다른 개념이 있나요?
공 이외에 소개하고 싶은 개념은 ‘열반’이다. 이 개념은 불교의 궁극적 목표라고 이야기된다. ‘고통의 완벽한 소멸.’ 어떤 경지인지 나도 궁금하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불교가 결국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불교가 제기하는 삶이나 가치를 좀더 밀착해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하지만 나더러 하라면 난 못한다. 초기 경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어떤 연구를 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첫 째, 중국 근대사상사나 근대학술사 관련한 연구를 좀더 구체적으로 하고 싶다. 앞으로 한 10년은 이 분야에 대해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학위논문 쓴 이후 묻어 두었던 장타이옌 공부도 다시 해볼까 한다. 둘째, 중국근대불교에 관련한 개인 연구 성과를 작게나마 정리하고 싶다. 『근대중국의 고승』이나 『중국근대불교연구』 같은 책을 집필해 볼 요량이다. 셋째, 『승조평전』을 쓰고 싶다. 석사과정 때부터 간직한 나의 꿈이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나. “꿈은 이루어진다.”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서 꿈을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