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쟁 - 대한민국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최용식 지음 / 강단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경제가, 우리 경제가 정말 심상찮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최저치인 2.6%를 기록하였다지. 한국은행에서는 올해도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3% 전망에서 2.8%로 예상치를 낮추었다. 덩달아 한국금융연구원도 기존 예상치 3%에서 지난해와 같은 2.6%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성장경로상의 하방리스크(downside risk)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이런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저절로 악화될 수밖에... 기업은 투자에 신중하게 되고 가계는 선뜻 소비하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조선·해운업의 위기는 철강, 물류 등 전후방 산업에도 골이 깊은 파장을 던질 것이다.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슬기롭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은행 : 2016년 경제전망(수정) http://www.bok.or.kr/contents/total/ko/boardView.action?menuNaviId=559&boardBean.brdid=125799&boardBean.menuid=559

 

 한국은행은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앞으로 있을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우려하여 그 선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연 1.5% 에서 1.25%로 전격 인하 하였고, 조선업에 약 1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양적 완화? 한국형? 이 '한국형'이란 말이 영~ 불안하다. 솔까 '공적 자금'의 또 다른 이름 아니겠느냐. 조선업이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기간산업? 경쟁력을 갖춘 유망산업? 아니면 수명을 다한 부실산업?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이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돈을 풀어 성공적 결과를 보였지만, 양적완화·금리인하 두 처방을 다 사용하고도 경제 회복이 요원한 일본을 보면 두려움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해운>조선’으로 보고 있으나 전부 죽일 순 없고 구조조정이 그나마 해법이라고 보인다.

 

도대체 그 잘나가던 우리 경제가 왜 이렇게 흔들거리는 걸까? 조선업을 비롯하여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나왔는데 어찌 이렇게 되었을까? 혹자들은 '그래도 경상수지가 흑자 아니냐~'그러는데 이것이 함정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 불황을 가속화 시켰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 _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면서, 수입이 수출 감소량 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것_였다는 거지. 그래서 이 흑자를 두고 학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거다. 지금 우리 경제가 갈수록 저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등 '신(新) 4저' 경제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정말로 안 좋은 쪽으로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아갈 판이다.

 

 <경제 전쟁 - 대한민국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읽었다. '경제재도약추진모임'의 이름으로 발간된 이 책은 "좌초 직전인 대한민국 경제호"편에서 경제파국이 눈앞에 닥쳐왔다고 진단한다. "노태우 정권이 만들어놓은 암 덩어리가 김영삼 정권에서 터졌듯이, 똑같은 일이 지금 벌어지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우리 경제 깊숙이 암 덩어리를 만들어놓았고 박근혜 정권은 그것을 점점 키우고 있는 것이다.(29쪽)". 그런데도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우니 경제파국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성격은 좀 다르다네. 김영삼 정권 땐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 불러온 급성질환이었다면, 조만간 벌어질 경제파국은 경상수지의 과다 누적에 의한 만성질환이라고 한다. 급성이야 위태롭긴 하나 치료방법이 단순하나 만성은 치유방법과 고통이 예사 아니라는 거다.

 

 이 책에서 가장 읽어볼만한 부분은 "경제 뒤흔들고 국민 현혹하는 이슈 7가지"였다. _저자는 '우리 경제를 획기적으로 살려낼 경제정책 10가지'를 밀고 있는 모양새이나 그건 생각 나름이고..._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주류 경제학의 흐름과는 많이 달랐으나 확실히 생각꺼리는 있더라.

 

1.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 국내 경제연구소는 대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외환위기 전에는 7%대였으나, 외환위기 후에 5%대로 떨어졌고, 노무현 정권 때는 3~4%까지 떨어졌으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는 2~3%대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추정방법은 틀렸다고 이 책은 말한다. 2~3%대? 그렇다면 실현된 성장률이 그보다 높았을 경우에는 경기과열 현상, 즉 소비가 늘어나므로 물가상승이나 국제수지가 악화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라는 거다. 잠재성장률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이건 확실히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긴 하나 그렇다하여 잠재성장률 추정이 틀렸다고 보기엔...

 

2. 가계부채 이슈에 묻은 국가부채의 심각성...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고 간주하는데 이것은 틀렸다고 이 책은 말한다. 덴마크 145%,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은 130%가 넘는다는 예를 들며 세계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소득수준이 높고 경제도 안정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많다는 것은 자본축적이 그만큼 충분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란다. 경제전문가 집단이 가계부채 문제를 부각시키는 이면에는 정책당국의 흉계가 숨어 있단다. 즉, 국가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은폐하기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도록 하고 있다는 건데... 그 참... 둘 다 문제이지 선, 후가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3. 고령화가 청년실업의 원인?  고령화도 경기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게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것은 틀림없으나, 이것 역시 경제정책의 실패를 호도하는 데에 편리한 소재일 따름이라고 하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일자리를 많이 떠나니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넘쳐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당연히 성장률이 낮아서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지.

 

4. 무분별한 재정지출 확대... 우리 경제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당연히 경제정책이 줄줄이 실패했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새누리 정권이 지금껏 시행해 온 경제정책들은 이미 실패가 예정된 것들뿐이라는데... 대표적인 세 가지가 재정지출 확대,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 고환율 정책이라네. 특히 재정지출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부문이 외면하는 분야에 주로 이뤄진다. 따라서 재정지출을 확대할수록 국가 경제의 평균적인 생산성은 낮아지고 한계생산성은 더욱 낮아진다. 한계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경제생산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재정지출 확대는 이처럼 성장률을 낮출 뿐이라는 주장이다(49쪽).

 

5.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 실업률을 높인다... 왜? 일자리를 창출하면 소득이 늘고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상승하며, 그러면 성장률도 높아져 실업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의도인데, 그럴듯한 생각일 뿐이라네. 생산이 늘면 고용의 수요가 늘어나지만 이 수요에 응할 노동력은 이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진되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한계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경기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실업률은 상승한다는 논리이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성장의 결과일 따름이므로 인위적인 창출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건데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계약직이 삶의 질과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6. 경제난을 심화시킨 고환율 정책... 우리 경제를 장기부진의 늪에 빠트린 가장 결정적인 것은 고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네. 새누리당 정권이 수출 증대를 고환율 정책의 명분으로 내세우나 수출은 과거 어느 정권 때보다 부진하다는 거지. 그 이유는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 바이어가 수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대부분의 국내 수출업체는 이를 수용하기 때문이란다. 고환율 정책은 일반 수출업체에는 큰 혜택을 주지 못하고 대기업처럼 가격지배력이 강한 곳만 혜택을 입는, 소수 재벌을 위한 정책으로 국민의 경제적 고통만 키우고 있는 꼴이란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닌지...

 

7. 소득 주도 성장정책,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여당의 경제정책이 별로라면 야당은? 이 책은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이 '유능한 경제정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정책"도 심각한 경제파국을 초래할 뿐이라고 질책한다. 소득을 정책적으로 증가시켜 경기를 상승시키고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이 정책은 언뜻 듣기에는 탁월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정책은 더욱 심각한 고통을 가중시키는 실패작이고 하네...

 

 일하고 싶어도 직장에서 밀려난 중늙은이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부족한 젊은이들... 그들이 왜 산으로 내몰리고, 3포니 5포니 하는 세대가 되어야 하는가? 이 책이 줄기차게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말이지 그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 경제정책이 실패한 탓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바는 뭔가? "안정적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경제정책은 없다"는 거다. 경기가 부진해지면 못사는 사람이 먼저 해고당하고, 사업이 망해도 영세업체부터 망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진다. 경기의 안정적인 유지가 필수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 경제를 획기적으로 살려낼 경제정책 10가지"를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관점은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공부문을 축소해야하고, 자본시장통합법 같은 악법 등 금융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인구 백만 산업도시를 건설하여 산업공동화 예방과 국제경쟁력 강화 및 성장잠재력 향상을 기하며,  제조업 종합상사 도입 및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자고 하네. 두 번째 관점은 '성장잠재력 향상'이다. 이를 위해 환율을 조금씩 떨어뜨리고, 재산세는 국세로 전환하고 물품세는 지방세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며, 소득세와 법인세는 점진적으로 줄이고 재산세는 늘리면 성장잠재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란다. 세 번째 관점은 '성장지속력 확보'로 일자리 증대, 적절한 소득 재분배,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2월 국무회의에서 "국민경제 살리기와 국민 안전이 정치권의 이득과 실리보다 중요하다."라고 하셨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인데, 정작 대통령이 이끄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고 총선에서 결국 패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정치개혁이라는 것도 사실 궁극적인 목표도 정치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국민경제 살리기, 국민의 안전,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 개혁도 여기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셨지만, 국민은 그 말씀의 진의가 재벌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이유도 있었으리라. 조선·해운업의 위기가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솔직히 이 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경제의 건강성과 체력을 진단하는 기초적인 경제지표 중 환율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으면서, 고환율정책이 경기추락을 초래하였으며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도 불러왔다는 부분은 좀 더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대표 필자(최용식)가 국민의당 경제재도약추진위 부위원장으로 영입된 뒤 곧바로 나온 '고환율정책 비판'도 이 책의 관점과 연장선에서 주장하는 바이겠지만, 최근의 고환율은 그렇게 인위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달러의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라 봐도 무방한 현실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투자로 돌리는 것 또한 의도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좀 그렇다.
 어쨌거나 정책당국자들이 이런 저런 목소리를 잘 가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길 기대하면서 독후를 마무리해야겠다. 대한민국 화이팅!!! (아주 짧게 3단 정도로 정리하려한 것이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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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1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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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