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슈퍼 컨슈머 - 13억 중국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사비오 챈.마이클 자쿠어 지음. 홍선영 옮김 / 부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갈수록 깊어만 간다. 자료에 의하면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양국 간 교역규모는 37배나 커졌다고 한다. 2014년 K-stat 통계를 찾아보니 우리의 수출 총액(5,482억 달러) 가운데 대 중국 수출(1,452억 달러)이 약 26%로 대 미국 수출(705억 달러)보다 약 2배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 수입 또한 대 중국 수입(900억 달러)이 대미 수입(455억 달러)의 두 배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에는 한중무역액이 3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중국은 우리의 제일 큰 무역 파트너 국가이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는 미국이 은근히 반대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였고, 올 6월엔 한·중 FTA 정식서명에 이어 발효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호시절에 대해 경고음이 요즘 자주 들린다. 중국향 수출이 예전처럼 좋은 게 아닌 모양새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작년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철강, IT, 자동차, 조선, 정밀기기 등 8대 수출 주력산업의 한중 양국간 글로벌 수출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될수록 중국의 경제 상황에 따른 변동 리스크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거시적인 경제 환경도 우환거리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기 위한 중국의 꿈(中國夢)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참여하자니 우리의 우방 미국의 눈총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대한민국호는 운항을 잘 해 나갈 수 있으련지..  

 

어쨌거나 중국이 성장할수록 그 거대한 소비시장은 아주 매력적이 유혹의 무대이다. 덩샤오핑 이후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중산층, 즉 인류 역사상 두 번째 슈퍼 소비자의 집단을 탄생시켰다. 이제는 차이나 파워가 세계를 바꾸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오프라인 소매업과 전자상거래를 좌지우지한다. 그들의 쇼핑 습관과 태도, 선호 채널, 의사소통 패턴이 기업의 상품 디자인과 제조, 이동, 보관 및 판매하는 방법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슈퍼 소비자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들의 실체는 누구이며, 무엇을 왜 구매하는 걸까? 우리는 이들의 등장으로 인한 수혜자일까 희생자일까?...

 

이번에 읽은 <중국의 슈퍼 컨슈머 _ 13억 중국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는 중국의 소비주의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거듭난 차이나 마켓에 안착을 원하는 기업에게 던지는 중국 소비자 분석서이다. 중국의 슈퍼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전에 무엇이 중국 사회와 문화, 사고방식을 형성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하고 내면화하라고 하는데, 약간 거칠고 개론적인 면도 다분하지만 서양 사회와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와 문화를 가진 '중국적' 사고방식의 근저를 아주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독자를 겨냥한 흐름상 연전에 읽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차이나>에서 느낀 중국 소비의 DNA와는 조금 다르게 와닿더라. 그래도 내용은 나무랄 데 없는 전문가의 포스였기에 꽤 괜찮았다.(책의 편집은 좀 구닥다리란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면 오랜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중국의 소비자와는 신뢰를 쌓고 추천도 받고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이 필수라는 중국 슈퍼 소비자의 특징은 무엇일까? 번역문맥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68쪽 참조) 첫째, 그들이 물질로 된 재화, 특히 호화롭거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의 번영이 축하해야 마땅한 자연적 단계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의 정세는 심지어 정부 형태조차 역사의 흐름과 완벽히 보조를 같이했으며, 이는 정상적인 과정이었다. 불가피한 절약의 시기는 지나갔다. 셋째, 중국은 부활했고 중국인은 국경 너머 세계에서 만들어지거나 영감을 받은 물건의 소비자로서, 전에는 누려 보지 못한 위치를 자랑스레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 서구적 마인드로 접근한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호된 통과의례를 거쳤다고 한다. 코카콜라의 경우 지금은 '커 코우 커 러(可口可樂의 중국어 발음)' 즉, ‘입안의 행복’이란 의미로 입이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코카콜라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지만, 진출 초기엔 코카콜라 발음 그대로를 살린 '커또우컨라'는 '밀랍 올챙이를 물어라'라는 뜻이 되고 말았으니 그 누가 사마시고 싶어 하겠는가. 또한 중국에서는 색과 숫자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술보다 음식에 더욱 초점을 맞춘 강렬하고 열정적인 음식문화, 단일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지역차이로 인하여 22개의 각기 다른 시장으로 바라보며 접근해야 하는 문제 등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는 성공적 접근이 어렵다고 봐야 하겠다.

 

중국의 슈퍼소비자는 누구인가? 중국의 슈퍼 소비자는... (139~140쪽)

(숫자는 물론 소비 규모면에서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막강하고 앞으로 가장 막강해질 소비자층이다.
◆ 일부 제품 분야에서는 이미 소비를 이끌고 있다.
◆ 미국 및 다른 서양의 슈퍼 소비자를 본보기로 삼고 있지만 그들의 심리나 갈망, 구매 동기는 다분히 중국적이다.
◆ 아직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려 하며 외형과 습관을 자주 바꾼다. 아직은 변덕스럽지만 그러면서도 활력과 활기, 에너지가 넘친다.
◆ 2020년이면 세계에서 가장 막대하고 대표적이며 가장 자유롭게 소비하는 해외여행자가 될 것이다.
◆ 이미 전 세계 명품의 25퍼센트를 구입하고 있으며, 그중 60퍼센트는 해외에서 구입한다.
◆ 중국 및 주변 지역의 자연환경을 바꾸고 있다.
◆ 더 이상 그들에게 물건을 팔고자 하는 기업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 이제는 그들이 스스로를 정의 내린다.
◆ 외국 및 중국 기업을 모두 받아들이는데, 그들의 선호도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결국은 '현지에 대한 통찰력'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이 이 책의 요체라 하겠다. 위신과 시각적 아름다움, 눈에 보이는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이 갈수록 세련되어지고 있다. 그들은 1년에 20만 명이 미국으로 유학 가고,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명품의 25%를 구입하며 이 중 60%는 중국 본토 밖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여행자들이지... 그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수년,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변화시킬 것이다. 중국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브랜드와 소매업체, 서비스 제공업체, 기업은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단순히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22개의 도시 클러스터를 잘 활용해야 하고, 영리한 중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알아야만 살아남는다.

 

이 책을 손에 잡기 전에 우연히도 <슈퍼 차이나>를 읽고 있었다. 연이어 중국 관련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소비시장이 기회이자 함정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한 박사가 그러더라. "중국 소비자를 무시하고는 세계적 브랜드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이제는 중국 소비자를 최우선 순위에 놓지 않으면 더 이상 세계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135쪽)"... 작금의 경제인치고 이런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 책의 말미에 중국 소비자와 관계를 맺기 위한, 관계를 확장하고 개선하기 위한 단기, 중기, 장기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런 중국 소비자 전략을 함께 세우고 시행할 무수한 사람들과 부서를 조직 내에 갖추고 있고 조직 밖에서도 핵심 전문가를 거느리는 것이라 했다. 주먹구구식으로는 안 통한다는 거지...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중국 슈퍼 소비자 부흥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희생자가 될 것인가?... 글쎄다... 우린 잘하고 있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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