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던 세상 - 당신이 만날 미래의 業
이민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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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참 어렵다. 아니 언제나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까진 어떻게 잘 헤쳐 나온 형국이지만, 앞으로의 경제를 유추해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할 듯하다. 대외적 여건이야 그렇다하더라도 엄청난 가계 부채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동산 위기, 자동차·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의 고령화, 대책 없이 늘어만 가는 청년 실업과 일자리 절벽,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린 노령화 사회의 모습은 마치 살얼음판,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 같은 표현이 그닥 틀려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대처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위기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리고 있으나 어쩌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눈앞의 허물과 장애물을 감추고 치우기에만 급급한...

 

I.H.S 버핏연구소 이민주 소장의 책 <지금까지 없던 세상 : 당신이 만날 미래의 業>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고용 사회'가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는 진단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용 사회란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사회를 말하는데, 대량생산과 표준화를 특징으로 하는 포드 자동차의 포디즘Fordism을 그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포디즘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대규모 고용과 안정적인 일자리가 확보되었다는 거다. 이런 고용 안정의 선순환은 풍요로움과 함께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이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황금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거다. 이젠 변화의 시대이다. 그러니 고정관념을 버리고 이 변화의 흐름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순응해야 살아남는다는 거다. 살아남아야 뭐라도 할 수 있으므로...

 

미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그 변화가 감지되었다고 한다. 1,2차 오일쇼크로 인한 일시적 혼란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거대한 패러다임의 서막이더라네. 신기술의 등장과 여기에 기인한 신규경쟁자의 진입, 개도국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유통 대기업 월마트의 등장 등이 그 요인이다. 그런데 거대 유통 자본 월마트를 콕 짚어 명시한 것이 아주 흥미롭다. 낮은 판매가격을 위한 단가 후리기가 미국 제조기업의 힘을 극적으로 위축시켰다고 하네. 한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으면서 일순간에 고용 사회가 파괴된다. 하지만 이미 그 전에 한국 고용사회는 파열음을 내고 있었다. 1990년의 수입자유화로 인한 본격적인 경쟁 시대가 왔고, 이 시기에 이마트를 필두로 하는 대형 유통 할인점의 등장으로 '납품가 인하 요구 - 제조기업 직격탄'이란 흔들림이 있었다는 거다.

 

고용 사회가 막을 내린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이 책의 핵심적 물음이며, 이를 알아야 제대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저자는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를 꼽고 있다. 특히 모바일은 그 뛰어난 확장성_어느 신기술이 얼마나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가의 정도_으로 인하여 이전의 그 어떤 신기술_증기기관, 인터넷, 반도체, 컴퓨터 등_보다도 혁신적인 신기술이다. 모바일 말고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핀테크, 전자 경제, 산업 자동화, 바이오, 줄기세포, 의료기기 등 획기적인 신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기술은 본질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제 고용의 '넓은 문'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지금의 고용 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잘 활용하는 자는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109쪽)
첫째,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는 '플랫폼'이 생산 수단으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생산수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당신이 당신의 삶의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다가오는 시대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자에게 반드시 보상한다. 이것이 고용 사회와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셋째,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는 변화가 일상적이 될 것이기에 구성원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한마디로 기회가 열려있는 시대라는 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은 창작자, 최고 경영자, 창업가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창작자'에겐 새로운 신세계가 열릴 모양이다. '강남 스타일'의 싸이나 만화 '미생'의 윤태호처럼 창작자가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창조해내는 연결 경제 connection economy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거다. 하긴 쓸 만한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음악을 제작하고,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내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확산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 예전보다 기회의 문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또한 모바일 혁명은 새로운 사업 기회(창업)를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 '직장'을 잃는 것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누가 창업에 성공할까? 저자는 '준비된 창업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스타트업, 성공의 8가지"를 제시하는데 읽어둘 만하다.

 

스타트업, 성공의 8가지 (164쪽~)
1.준비된 창업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2. 당신의 예상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3. 마케팅 포인트가 관건이다
4. 협업을 즐겨라
5.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6. 작게 시작해서 독점하라
7. 다른 것이 이긴다
8. 흔들리지 않는 열정을 가져라

 

 미래 승부처가 될 2030년 ‘대한민국 6대 슈퍼 섹터’ - 절대 망하지 않는 산업
 파워 섹터 1_ 금융, 성장성이 가장 크다
 파워 섹터 2_ 자동차, 혁신에 빈틈이 있다
 파워 섹터 3_ 정보기술, 기회가 크지만 리스크도 있다
 파워 섹터 4_ 의료 및 제약, 고령화 시대의 수혜 섹터
 파워 섹터 5_ 서비스, 끝이 없는 기회의 땅
 파워 섹터 6_ 소비재는 영원하다

 

그럼 '직장인은 모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라는 말인가?' 아니다. 저자가 하려는 말은 그 반대라고 한다.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는 창업자, 창작자에게 유리하지만 기업과 조직 역시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이런 기업이나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고 개인적인 성취를 해나가는 직장인의 삶도 여전히 추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300쪽)."고 지적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저자가 지적하는 말이 가슴에 들어온다. "당신은 월급 받는 것 이상으로 일하고 있는가."... 이건 내가 신입사원에게 강조하는 말과 비슷하다. 조금 짜증나게 들릴지 몰라도 직장인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직장의 존재의미와도 관련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직장인은 무엇보다도 유능해야 한다. 유능해야 조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를 잘하는 조직원은 어느 조직에서든 우대받는다.

 

직장에 머무르는 게 좋은가, 아니면 내 일을 하는 것이 좋은가. 이 선택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순수히 자신의 문제이다. 다만 "직장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소가 아니다. 직장은 사회 정의나 이상을 실현하는 공간도 아니며 현실 그 자체이다. 냉정하지만 인생도 그렇지만 조직도 어느 정도는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314쪽)"고 조언한다. "조직이 당장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얄팍한 처세술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거나 "여기저기 자갈밭에 굴러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굴의 집념을 가져야 한다.(이승한 전 홈플러스 사장)"는 말씀도 귀담아 둘 내용이다.

 

지금까지의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가져오는 변화는 우리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이미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비관주의에 사로잡혀 걱정만 하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으라는 거다. 이러한 자세를 갖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문제 해결의 단계에 한걸음  더 성큼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 책은 경제적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 서적이라 할 수도 있고, 미래예측 경제 전망서라 할 수도 있겠다. 처음 읽을 땐 마치 멘토의 강의를 그대로 옮겨 적은 듯 조금 서걱서걱한, 다듬어지지 않아 매끄럽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드는 책인지라 그닥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MBA 출신이라 그런지 간간히 스며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그림자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고... 그런데 이렇게 리뷰 삼아 정리하면서 의외로 날카로운 현실감이 진중하게 배여 있음을 느꼈다. A급 경제서라고 하긴 좀 뭣하지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임은 틀림없다. 딱 떨어지게 하나만 콕 짚어내기 힘들어 중요한 내용을 나열하다시피 리뷰랍시고 정리했네... 인상 깊은 한 마디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다."...


오타 : 133쪽 3, 예전보타 → 예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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