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일상산책 - 올드 시티 교토를 탐닉하는 감성 매뉴얼 18 일상산책 시리즈
김정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 땅을 가장 처음 여행한 곳은 오사카 - 나라 - 교토 - 고베로 이어지는 간사이(関西) 지역이었다. 그 때가 언제인지 희미하지만 아마도 부산-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페리호가 취항한 그 해가 아니었나 싶다. 결혼 후 첫 가족 해외 나들이였고, 백제 문화의 흔적이 베여있다곤 하나 특별히 아는 것도 없어 가이드가 붙는 패키지 상품으로 다녀왔었다.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 동대사), 교토(京都)의 기요미즈데라(淸水寺, 청수사) 및  킨카쿠지(金閣寺, 금각사)를 방문하면서 일본이 축소 지향적이고 쪼잔하다는 나의 편견은 산산이 깨어졌다. 목조건물의 크기나 그 아름다움에 솔직히 많이 놀랐다. 이런 문화유산을 잘 유지·관리해 온 일본인에 대해 다시 생각 안할 수가 없더라……. _쩝~ 왠지 입맛이 쓰더만._

 

이 교토는 그냥 하루 휘~익 관광하는 그런 곳이 아닌 듯 하더라. 패키지여행으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천년의 숨결과 바람이 곳곳에서 느껴지더라. 그냥 이 지역에 한 동안 머물면서 천천히, 느리디 느리게 여운을 즐겨야할 그런 깊이를 품은 고도(古都)더만. 비록 과거의 침략적 일본과 지금의 아베정권이 열불나게 하지만, 이런저런 미움의 그늘을 걷어내고 나면 마음의 평안이 함께할 수 있는 휠링의 공간이 아닐까 한다. 오래된 건축물이 아침의 따스한 햇살과 고즈넉한 석양과 어우러지는 정적인 풍취는 여유로움 그 자체였고, 돌과 모래로 꾸며진 료안지(龍安寺)의 가레산스이 정원은 어떤 우주의 심원을 느끼게 하는 간결함이 있더라. _덴류지(天龍寺)의 소겐치(曹原池) 정원도 좋다던데... 못 가 봤다._

 

<교토 일상산책>... 이 책은 교토가 품은 여유와 여백을 참 잘 보여주고 있다. 빠듯한 백과사전식 관광안내서에서 벗어나 천 년의 시간을 잘 표현했달까. 천천히 걸으면서 교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18개의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지은이(김정훈)의 감성이 잘 녹아든 좋은 안내서란 느낌을 받았다. 각 코스마다 <Area Info>로 산책의 포인트를 콕콕 찝어주고, <Walking Time>으로 대략적 소요시간을 알려주는데, 이와 함께 제공되는 일러스트 지도는 한 눈에 무얼 보고 감상할 것인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어 세부적 course를 소개하고, 그 마지막에 <이곳도 놓치지 말자>고 꼼꼼히 챙기고 있는데 직접 가서 보고 느낀 사실을 토대로 집필했다는 저자의 말이 실감이 난다. '교토'만의 관광안내서가 필요하다면 추천하고픈 책이다.

 

추언 : 교토엔 아픈 우리의 역사가 있다. 교토 히가시야마구에 있는 초라한 무덤 이총(耳塚, 미미즈카)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이 전리품으로 조선민중의 코와 귀를 베어가 묻은 곳이다. 휠링 관광지라고 하기엔 좀 그래서 이책에 빠져있는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다. 아픈 역사를 인식하는 것도 마음을 다스리는 한 길이다. 이를 소개하지 않은 것은 옥의 티!!! 이런 흠결을 감안하더라도 괜찮은 책이다. (그런데... 교토 전체 관광지도, 색인표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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