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도쿄 랄랄라 시티 가이드 11
정태관.윤가영.이덕환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그 해 가을! 불현듯 도쿄에 가고 싶었다. 마침 N항공의 취항 기념행사에 편승하여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었고... 인터넷을 서핑하여 신오쿠보의 한인 운영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 후_일본 말을 못하니 한인 민박이 좀 나을까 해서..._ 바로 도쿄로 날아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무대포 여행이었다. 가지고 간 것은 동네 여행사에서 얻은 간단한 여행용 책자와 도쿄 지도 한 장 뿐. 나리타공항에서_하네다 공항이 아니지? 이제 아리까리하네. 어쨌든 두 공항 다 이용해 봤다_ 기차를 타고 도쿄로 들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 일본의 교통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어 일본 말 몰라도 한자를 읽을 수 있으니 전혀 문제가 없더만. 가끔씩 손짓 발짓과 서투른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의사소통엔 별 무리가 없었다. 

 

신오쿠보역에 내려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낯설었지만 어렵지 않게 짐을 풀 수 있었고, 인사만 간단히 하고 그 길로 오다이바 해변으로 내달렸다.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를 타고 내린 그 곳의 경치는... 내가 살고 있는 광안리의 모습과 거의 일치하더라. 마치 광안대교와 해운대 바닷가를 합쳐놓은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광안대교와 판박이 같은 오다이바 레인보우브릿지가 먼저 만들어졌고, 다리 만들 때 기술 지원을 받았다는 말도 있으니 할 말 없다만 지금 현재의 밤 풍경을 비교해 보면 광안리가 한 걸음 앞서 있다고 보인다. 그렇게 도쿄의 첫날밤을 보낸 후 며칠 동안 JR 패스를 이용해 이곳저곳을 걷고 또 걸었었지. (어~ 롯폰기 롯데리아에서 만난 그 미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 언어소통의 어려움으로 별일 없었지만 그래도 마나님 알면 큰일이제...)^^

 

도쿄여행 이전에도 일본에 갔었고,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다녀왔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아베의 만행(?)이 이어지면서 별로 마음이 안내키는 여행지가 되었다. 중학교 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은 후 나이가 들면 꼭 가보리라 생각한 도호쿠(東北) 지방의 겨울 여행도 아직 못했는데, 산꾼이라면 한번쯤 다녀온다는 일본 알프스 산행도 아직 못했는데... 요즘의 아베 정권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여러모로 만정이 떨어진다. 하긴, 우리 사회엔 아직 심판받지 않은 친일파의 후손들이 득세하여 민족의 자존심을 깎아내는 친일 망언을 일삼는 판이니 일본 넘들 뭐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친일 잔재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이 늦은 듯해도 늦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은 이 이상한 이웃과 선린의 관계는 정말 요원한 걸까?

 

아이가 방학을 이용하여 도쿄에 가보고 싶다네. 독립할 시기가 다가온다고 느끼면서 웬만하면 뭐든지 허락을 한다. 일단 도쿄 최신 안내 서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랄랄라! 도쿄>란 신간 여행서를 입수하게 되었다. 손바닥만 한(128*188*35mm, 688쪽) 책 속에 사진들이 참 아기자기하네. 가본 곳에 대한 추억과, 안 가본 곳에 대한 눈요기를 해 나가다가 한 장의 사진에서 잠시 멈추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렸는데도 '사토우'의 멘치카츠(일종의 고로케)와 '오자사'의 양갱은 그 맛이 여전한가 보다,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보니... 이 곳 키치조지(吉祥寺)는 오랫동안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마을 1위였다지. 꽤 괜찮은 곳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그저 희미한 추억일 뿐이다. 이 책은 '도쿄의 재발견'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게 도쿄의 내밀한 모습을 잘 담고 있다. 

 

이 책이 마치 백과사전 마냥 도쿄의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러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름 아쉬운 점도 있더라. 도쿄 초보 여행자에겐 참으로 도움이 되겠으나, 배열에서 조금 딱딱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테마성 여행을 희망하는 이들에겐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부분에 일정 스타일별 여행 코스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행자의 관심사와 일정을 고려하여 추천 일정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여행 팁을 추가했다."는 부언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다음 판에서는 좀 더 보완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 내처럼 도쿄를 가 본 사람들을 위해 색다른 문화·예술 코스나, 잘 걷는 이들을 위한 테마 코스, 여유롭게 즐기고자 하는 중장년 코스 등등 여행자마다의 니즈를 스스로 특화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좀 더 많이 제시해 주었으면 더 좋은 책이 될 것 같았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도쿄에서의 에피소드 하나. 도쿄도청에 갔을 때 앞 공터에서 아나바다를 하고 있더라. 한참을 구경하다가 한 아가씨에게서 겨울용 장갑을 300엔 주고 샀는데 실제로 겨울에 한 번도 사용 안했다. 그런데 내 옆에 웬 할배가 자꾸만 내 발음을 가지고 언짢아하고 수정해 주려했다. 엔 발음이 마음에 거슬렸나 보다. '에~엥'이라며 자꾸 따라하라네. 내가 외국인이라 해도 그 할배 사람 돌게 하더만... 그냥 웃으며 자리를 옮기고 말았던 추억...^^
아 참!!! 그래서 아이는 도쿄여행을 갔느냐고요? 아닙니다... 방사능국 우짜고저짜고 혼자 떠들더니, 내심 숙소의 한 곳으로 생각한 하꼬네 온천마을에 화산 분화 경계 레벨이 격상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냥 접어버리더군요. 이번 광복절에 아베 수상이 무슨 말 하는지 보고 가을쯤 가보라 할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