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가치
이타마르 시몬슨.엠마뉴엘 로젠 지음, 고영태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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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을 "Meeting needs profitably"라고 짧게 정의했다. 기업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이익을 낸다는 거지. 그런데 이 '고객'이란 대상이 예사 까다로운 존재가 아닐 뿐만 아니라, 흔히 '욕구'로 번역되는 '니즈'라는 것도 명확히 개념화하기 쉽지 않다. Market 3.0이라 하여 요즘의 소비자들은 이성(1.0)과 감성(2.0)을 넘어 영혼가치를 추구한다 하니 더 더욱 어렵기만 하다. 신세대 소비층인 베이비부머 2세들은_이들을 에코붐(echo boom)세대라고 하더만_ 뛰어난 외국어 구사능력과 글로벌 마인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정보 창출 및 습득능력, 오덕후에 가까운 개성과 상상력을 가졌는지라,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손쉽게 다루는 '고객'들이다. 그러니 고전적 STP_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_ 전략으로 마케팅 믹스를 프로그래밍 하다가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들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놓치는 순간 수익 창출은 고사하고 시장 퇴출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이 기업이 의도하는 마케팅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는 거다.

 

'고객 니즈'라... 얼마 전의 신문 기사 한 토막을 보자. 타이틀이 "갤럭시S6 부진은 예고된 실패... 첨단 고집하다 사용자경험 외면"이다. 좀 더 인용해 보자. "최고의 하드웨어, 다양한 기능은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다. 갤럭시 시리즈가 자랑하던 특성들이다. 아몰레드, 멀티코어, 고화질 카메라도 사용자가 싫다면 그만이다. 휘어지는 화면이 통했다면 소비자가 원할 때 공급해야 한다. 느껴지지 않는 첨단은 효용을 잃었다."... 아니~ 삼성 같은 초일류 글로벌기업이, 고객이 무얼 원하는지 조사 안했겠는가. 이런 뒷북 기사를 보면 약간 짜증이 나지만, 그 다음 기사에 급 공감을 했다. "PC시대의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때 놀라운 기능을 개발해 내놓으면 소비자가 기뻐하며 사가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가가 호평한 윈도우 비스타(VISTA)는 소비자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MS는 이제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시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이 놀랄만한 사양을 내는데 골몰하는 삼성전자가 참고할만하다." 능력? 시간? 무엇이 부족한 일일까? 어쨌든 소비자(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말 아닌가. 신기술 수용 이론으로도 쉽게 설명이 잘 안되는 존재가 현대 소비자들이다. _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4847 참조_

 

최근에 읽은 <절대 가치 :  완벽한 정보의 시대, 무엇이 소비자를 움직이는가?>란 책은 바로 이런,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에 초점을 맞춘 신 개념의 마케팅 서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케팅에 관한 아주 참신한_가히 추천할 만한_ 책이더라. 이 책의 전제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 요인이 상대가치에서 절대가치로 변해가고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된다. '절대가치'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실제로 경험하는 품질 또는 가치를 의미하는데,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환경 덕분에 소비자들은 맥락이나_선택군 효과: 제공된 선택의 종류가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_ 태스크 효과_사람들의 선호가 표출되는 방식도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_, 또는 프레이밍 조작의_질문이나 문제제시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해석이 달라진다는 의미_ 영향을 덜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브랜드, 포지셔닝, 고객충성도, 과도한 정보, 소비자의 비합리성 등과 관련된 기존의 마케팅 테크닉으로는 시장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니 마케팅 담당자들은 맹목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현실에 맞는 전략_좀 더 효율적인 접근법과 사고의 틀_을 채택해야 한다는 건데, 그 새로운 사고 분석 틀로 제시하는 것이 '인플루언스 믹스 Influence Mix'다.

 

인플루언스 믹스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이 소비자의 개인적 선호 및 경험 P,_(P)rior preferences, beliefs and experiences 모호하고 불안정하다_ 다른 사람들과의 정보 서비스 O,_Information and opinions from (O)ther people and from information services 신뢰할 수 있고 다양하다_ 마케팅 담당자 M_Information from (M)arketers 유력한 용의자, 실질적이고 주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_의 조합에 영향을 받는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과거엔 M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더 믿을 수 있는 정보로 인식되는 O가 등장하면서 O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하는데, 이 세 변수는 O의 중요성 증가 하면 P와 M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제로 섬zero-sum 게임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어쨌거나 인플루언스 믹스는 이 세 가지 요인들의 비중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분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좀 더 부언하면 "마케터 담당자들은 고객의 인플루언스 믹스와 O에 대한 의존도를 기준으로 영향력의 연속선상에서 고객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그에 상응하는 효과적인 인플루언스 믹스를 결정하라(188쪽)."는 거다.

 

요약해보면, 마케터는 소비자들이 O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 이제는 소비자들의 선호를 바꾸려 했던 과거의 마케팅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고객의 인플루언스 믹스에 맞춰야 하는데, 특히 O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변화를 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거다._기업들은 상품에 대한 미래 경험을 평가하는 소비자들의 능력 때문에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_ 결국 마케터들은 소비자들과 경쟁기업들이 무엇을 따라가고 있는지 재빨리 추적 파악하여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라고 보면 되겠다.

영리한 마케터는 상품을 팔지 않고, 고객에게 편의를 판매한다고 했던가. 책의 말미에 나오는 문장 하나를 소개하면서 독후기를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교묘한 속임수를 쓰는 기업은 승자가 될 수 없지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기업들은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은 기업의 성공이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출시된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 가장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절대 비즈니스가 온다. 257쪽)." 이 책, 너무 멋있다. 마케터라면 필독해야할 책이 아닐까 한다... 

 

○ 한 줄 요약 : 현대 소비자들은 마케터에 의해 제시되는 '상대가치'가 아닌 제품의 품질, 즉 '절대가치'에 의존해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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