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2 - 죽기 전에 한번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1권보다 훨~ 흥미로운 2권!
오래 전 캄보디아 명승지를 여행 한 적이 있다. 첫날 앙코르톰을 방문했을 때 입이 벌어지지 않더라. 그런데 그 이튿날 앙코르와트를 봤더니 톰은 아마추어이고 와트는 프로더라. 만약 와트를 먼저보고 톰을 봤더라면 싱거울 뻔 했다. 이 <방외지사> 2권을 읽으면서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1권은 나와 조금 거리감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였지만, 2권은 가끔씩 내가 걸어가고자 꿈꾸기도 했던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였다. 2권 중에서도 특히 2부 '한길을 가는 구도자'편 보다 1부 '정신의 길을 가는 탐험가'편이 확~ 마음을 끌어당기더라. 단순한 방외지사의 소개가 아닌 저자 조 선생의 내공과 등장인물들의 내공이 어우러져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를 엿보게 하더라. 1,2 권 두 권 중 한 권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나는 2권을 택하겠다.


정신의 길!
인간의 각성은 우주론적 깨달음에 진정으로 이를 수 있는 걸까? 이 길에 멀리 가 있는 방외지사 제주도의 대각심 스님도 대단하고, 신선의 길을 추구하는 곽종인 화산파 23대 장문인의 인생사도 그냥 흥미롭다고 표현하기엔 찌리리~ 전율이 인다. 옥추경(玉樞經)을 외우는 청원 도사의 영적 파워는 또 어떤가. 글로 대한 그의 신통력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일어난다. 또한 선승 범휴(梵休)의 언덕배기인 청화(淸華)문중 수행 요지가 보리방편문(염불선)이라는데, 이 수행법이 용수보살로 부터 전해져온 티베트 닝마파의 비전(秘傳) '족첸' 수행법과 같다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유가의 도인 청곡을 통해 본 유교적 카리스마와, 영남·기호학파의 오늘 날 정체성과 존재감에 대한 내용도 괜찮은 읽을거리였다. 대담 중 최고의 대담은 도담(道談)이고 영담(靈談)이라더니 참으로 그 느낌이 잘 전해져 오는 조 선생 글빨! 대.단.하.다.


전어풍광공유전.
조 선생의 <방외지사 2>를 읽노라면 지리산 터줏대감이라는 김을생 선생의 소감과 책의 이미지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전어풍광공유전(傳語風光共流轉)이란 두보의 곡강(曲江) 한 구절로 지리산 철학을 전하고 있다. '바람과 빛과 대화하면서 함께 흘러간다.'는 뜻인데, 자유자재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의지'를 이루어내는 방외(方外) 그 길을 나는 왜 걸어가지 못했을까…….

일단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바깥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언젠가부터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말이 많이 들리던데,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부제를 단 이 <방외지사>는 그런 소소한 목표를 초월하는 자신의 삶 전체를 걸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바람과 저 빛에 나의 마음을 실고 자연과 함께 흘러갈 수 있는 나는 존재하기나 할까……. 이 시대 진정한 인생 고수들인 그들이 부.럽.다.


경계선 너머의 삶!
이규태 선생 이후 강호 동양학에서 가장 신선한 문필력으로 다가온 분이 조용헌 선생이다. 그의 글은 그냥 머리로 공부해 뱉어내는 공허함이 아니라 발로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본 그런 생생함이 살아있어 좋다. 대담자의 삶을 그냥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잘 섞어서 심장이 죽은 도시인의 일상과 다른 세상_무협지의 천외천 같은_을 걸어가는 방외지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이만 먹고 고정관념의 울타리 안에서 허덕이는, 어쩌면 열린 세계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사람들에게 경계선 너머의 삶이 있음을 알게 한다. 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했던가... '오포세대'란 신조어가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의 꿈마저 포기해 버린 청년 백수들이 넘쳐나는 세태를 꼬집는 단어인데, 이런 방외지사의 삶도 있음을 그들이 알았으면 하는 다소 비약적인 생각을 해 봤다.


잡스러운 생각 두어개.
조용헌 선생의 칼럼이나 책을 읽으면서 그의 젊고 신선한 강호학에 흠뻑 빠져들기는 하지만, 그에 대해 박수만 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강호학은 이거저거 다 떼어버린 '삶' 그 자체에 대해서는 참으로 진솔하고 깊이 있는 품격을 느끼게 하지만, 정작 그 삶이 끼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축소 또는 함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월의 더께가 조금 더 쌓이면 더욱 강건해진 글을 볼 수 있으리라고 혼자 생각해 버리고 만다... 또한 조 선생이 무협지를 써도 거의 김용(金庸)급 작가가 되었으리란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그의 글에는 독자를 끌어땅기는 감칠맛이 있다... 책 속으로 상당히 빠져든 2권의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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