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억제 식품사전 - 과학적으로 검증된 항암 식품 50가지
니시노 호요쿠 지음, 최지안 옮김 / 전나무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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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어머니를 암으로 보낸 후 정신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병원에 갔을 땐 이미 전이가 많이 되어 약 한번 제대로 못써봤다. 어머니 가계는 장수 집안이라 건강하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아픔을 삭이고 계셨다는 생각을 하니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다. 케이블TV에서 천기누설이니 뭐니 하면서 온갖 약초를 이야기하건만 그런 민방요법 마저도 한번 못하고 떠나보낸 것도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 시간이 흐르니 그동안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는 암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이런저런 책이나 EBS '명의' 등의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암 억제 식품 사전>은 그 제목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항암식품 50가지"란 부제목도 그렇고... 책을 펼쳐 추천사를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암을 '생활습관병'이라고 정의하는 문장이었다. '암에 걸리면 생활 태도를 돌이켜보고 반대로만 하라'고 하는데, 이는 결국 생활과 환경적 요소가 암과 연관이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평소의 식생활 습관만으로도 암을 예방할 수 있다면, 나중에 신비의 묘약 같은 것 찾아다닐 필요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어디 한 가지 요소만으로 건강을 완전히 지킬 수 있겠냐만, 아무튼 바른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은 만고의 보약인 건 틀림없는가 보다.

 

책은 총 8장으로 되어있는데, 식품을 채소류, 콩·곡류, 과일류, 버섯류, 해산물, 조미료·향신료, 차 종류, 음료 등 8가지 식품군으로 분류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목차에 앞서 50가지의 식품을 요약 정리한 걸 보니 전부 일상의 식사에서 먹게 되는 식품임이 틀림없다. 정리를 참 잘해 놓았네... 이 중 채소류가 15종류인데, 평소에 몰랐던 내용도 상당하였다. 예를 들어, 초록 피망, 노랑 피망보다 붉은 피망(파프리카)의 캡산틴이 거의 3배나 많아 암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캡산틴은 기름으로 조리하면 흡수가 잘된다고 한다.

 

열을 가한 고구마는 또 어떤가. 일본의 한 연구소에서 82종류의 채소를 가지고 항암 작용 실험 결과, 가열한 고구마가 발암억제율 98.7%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고 실험치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군고구마로 먹으면 섬유질이 풍부해져 한층 효과적이라고 한다. 조금 아리송한 내용도 있다. '가지'의 경우 간접변이원물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최고의 채소인데, 날것이나 가열한 것이나 변함없이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만 설명해 놓으면 일반적 상식에_가지를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 구토, 위경련, 현기증,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_ 비추어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부분 다음 판에 보충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

 

파 종류는 가열하거나 조리해야 항암 성분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건 몰랐다. 중국집 음식이나 일본 국수류에 양파나 대파를 볶아 넣는 이유가 다 있는 거였구나._날것으로 먹으면 그냥 아려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_ 먹거리의 조리법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또한 비슷한 놀라운 내용이 있는데 채소는 날것보다 수프로 먹어야 효과가 높다고 하네. 생채소에 비해 야채수프의 효과가 10~100배 높단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효력의 80~90%가 채소보다는 채소를 끓어낸 국물(수프)쪽에 들어있다는 사실인데, '채소는 열을 가하면 비타민류가 파괴된다'는 말은 일부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 한다. 채소와 국물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된장국 같은 것이 암 억제 효과를 높인다니... 우리네 전통 식단의 우수성이 실증되는 순간이네...

 

마늘 좋은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마늘기름은 피부암을 억제하고, 생마늘을 먹을 때는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며, 마늘분말은 종양의 발생을 억제한단다. 또한 역학조사 결과 마늘을 지속적으로 먹은 사람이 거의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약 절반으로 감소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단다. 이때 날것보다 볶아서 먹으면 암 예방 효과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강력한 발암 억제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고추냉이는_브로콜리보다 암 억제 성분이 20배나 많단다_ 가능하면 약간 얼렸다가 싹싹 갈아 상온에서 날것으로 먹는 것이 정석!

 

 

콩·곡류에서는 '메밀'이 눈에 띈다. 메밀은 단백질이 풍부하여 아미노산 스코어가 콩보다 더 높다고 하는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암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네. 그러면서 간암과 폐 전이 발생률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소개한다. 폴리페놀은 알맹이보다 껍질에 더 많으므로 통메밀로 만든 메밀면이 더 좋고, 메밀국수를 다 먹으면 삶았던 국물도 꼭 마시길 권한다. 이것은 잘 알려진 것처럼 메밀에 함유된 루틴이 당뇨와 고혈압, 췌장암에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밀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하나이기 때문에 알레르기의 우려가 있는 분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단다.

 

과일류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자몽은 약과 같이 먹지 않도록 하라는 것, 바나나는 검은 반점이 많을수록 면역력 효과가 더 높다는 것, 레몬을 구운 생선에 뿌리면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한다고 것, 천사의 열매라고 일컫는 파파야의 뛰어난 해독작용 등이었다.

 8가지 식품군 중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버섯류였다. 연구자 자신이 직장암과 피부암을 고쳤다는 팽이버섯의 항암 효능은 놀랍기만 하다. 부작용도 거의 없고 된장국이나 전골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암 예방 차원에서는 1일 10그램, 국물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또한 만가닥버섯을 늘 먹는 것은 암 예방약을 먹는 것과 같다고 하고, 표고버섯은 체내에서 백혈구를 활성화하고 암 억제 효과를 발휘한단다. 내일은 가족과 버섯전골요리 외식을 해볼까나...

 

 

오징어 먹물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가리비에도 놀라운 항암 성분이 있다는 건 몰랐다. 연어나 새우, 게는 붉은 빛이 짙을수록 좋은데, 녹황색 채소보다 월등한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이외에도 여러 좋은 식품이 소개되어있지만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면, "녹차와 현미차를 함께 마시면 암 크기가 1/10로 줄어든다"는 거다. 녹차는 방광암 재발을 늦추고 위암의 항균 작용과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데, 상승효과 연구를 위해 녹차와 현미차를 섞었더니 그 효과가 탁월했다는 거다. 홍차 또한 녹차에 못지않은 암 억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암 억제 식품 사전>은 읽기 전에 기대한 것보다_그냥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지식의 모음이겠지 싶었다._ 더 많은 흥미로움과 지적 충족을 느꼈다. 일본은 의학체계가 우리와 달라 그런지 이런 대체의학 쪽에 우리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 것만 같다. 이 책은 2006년에 출간된 바 있는데, 그동안의 진전된 연구를 보완하고, 이해하기 쉽게 새롭게 정리하였다고 한다. 과거의 책이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책은 정말 괜찮았다. 젊은 친구들에겐 그냥 그럴지 몰라도 가족을 책임져야 할 나이, 노후를 생각해야하는 나이의 독자라면 한 권씩 가지고 있을 필요를 느끼는 책이더라. 좋은 책이므로 필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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