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의 해머 세트 - 전3권 래리 니븐 컬렉션 7
레리 니븐.제리 퍼넬 지음, 김찬별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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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니븐Larry Niven! 대단하다. 그의 <링월드>만 대단한 줄 알았는데, 이 책<루시퍼의 해머Lucifer's Hammer>도 상당히 흥미진진한 A급 읽을거리이다. SF마니아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수준의 지구 종말 소설! _야아~ 이렇게 한 줄만으로도 충분한 독후 같건만... 이 이상 더 뭘 어떻게 덧붙일 게 있남. 그래도 3권이나 되는 책이니만큼 조금 아쉽다보고 조금만 더 주절거려 보자._

 

일단 기본적인 사항을 정리하면 이 책의 메인 테마는 지구와 혜성의 충돌이다.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에서 총 3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원작은 놀랍게도 출간연도가 1977년도이다. 약 37년 전의 책인데도 읽는데 별로 어색함이 없으니 그 어찌 대단하다 하지 않으리. 요즘의 젊은이들은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을 알까? 아폴로-소유즈 도킹 계획이 성공한 게 1975년 7월 17일이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나온 이 책에 미국의 아폴로와 소련의 소유즈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스페이스랩)에 도킹하는 장면을 책으로 실감나게 풀어내고 있으니 당시의 과학수준에 픽션을 더한 소설이라고도 하겠다. 아폴로에는 컴퓨터가 있지만 소유즈에는 없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엄청난 과학 진보와 함께 소련 몰락의 전주곡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앗! 여기서 하나 더! 1968년 '이카루스'라는 이름의 소행성이 지구 가까이 접근하면서 세계종말의 공포가 많이 퍼졌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c/cf/Apollo-soyuz.jpg/799px-Apollo-soyuz.jpg

 

처음 1권을 읽을 땐 각권마다 각각의 리뷰를 쓸 생각이었는데, 2권에 들어가니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더라.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 그래서 그냥 내달려 끝까지 읽고 이렇게 한 방에 쓰게 되었다. 1권(1부 대장간)은 혜성의 발견과 지구 충돌 전까지의 과정을 여러 캐릭터를 통해 전개하고 있는데 화려한 우주쇼를 예측하면서도 농담처럼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회자된다. 혜성의 발견자는 아마추어 천문학자이며 백만장자 팀 햄너와 십대소년 가빈 브라운. 거의 동시에 혜성 발견한 것으로 인정되어 국제천문학회로부터 '햄너-브라운'이란 이름을 붙이게 된다. <투나이트쇼>에 출연했을 때 사회자가 발음을 잘못하여 '해머-브라운'이라고 하면서 '신의 해머'란 별칭이 쓰이게 되는데, 책의 제목과 관련되는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무튼 햄너-브라운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그것은 마치 악마가 거대한 해머로 여러 차례 후려치는 것과 마찬가지의 충격일 것입니다(1권 170쪽)." 물론 혜성은 진짜 해머가 되고 말았고...

 

해일이 일어나겠죠. 워싱턴은 물에 잠길 겁니다. 동부 해안 대부분은 산꼭대기까지 모두 잠길 겁니다. 하지만 확률은 낮습니다. 아주 낮아요. 예측대로라면 굉장한 빛의 쇼를 보는 것으로 끝날 겁니다. 그냥 그 정도요." (1권221쪽)

 

2권(2부 해머)은 정말 서스펜스가 압권이다. 스쳐 지나가리라 믿었던 혜성은 지구 곳곳을 강타하고... 그 충격과 혼돈의 아수라장은 전율과 함께 시간을 멈추게 하는 듯이 빨려들게 한다. 바다의 굉음이 모든 말소리를 집어삼키고, 더운 비의 장막이 먼저 덮친 후 이어서 고층건물보다 더 높은 거대한 파도의 벽이 다가온다. 우뚝 솟은 물의 장벽은 동쪽으로 진행하며 대서양 남부를 모두 쓸어버리고 남극 빙하를 깨트리고 북반구 전역에 메가 쓰나미의 위력을 떨친다. 도시는 바다로 변해버린다. 해머의 충돌로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성층권까지 기둥처럼 솟구쳐 오르면서 수백만 톤의 흙과 먼지를 빨아올렸고 대륙을 가로지르는 바람은 여섯 개의 나선형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충격파로 땅은 흔들리고 솟구친 후 다시 흔들린다. 지각이 흔들리자 도처에서 지진과 화산폭발이 이어진다. 이런 위기를 틈타 중국은 소련에 핵공격을 하고, 미국과 소련이 손을 잡아 보복 핵공격을 한다. 불타는 지옥! 문명은 이렇게 사그라진다...

 

3부(2권) '산자와 죽은 자', 4부(3권) '운명의 날, 그 이후'는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사라지자 그나마 남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산자들의 처절한 다툼이 일어난다. 다가오는 빙하기도 문제지만 우선은 살아남아야 한다. 먹거리 확보가 관건이고 모든 도덕적 가치는 생존이라는 명제와 혼재된다. 당신이라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빙하시대의 시작과 문명의 끝을 더듬다 보니 인간의 존재와 가치, 그리고 이상에 대해 저절로 생각해 보게 되더라. 이 책을 단순한 B급 장르소설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간간히 등장하는 남녀상열지사가 의외로 주된 뼈대가 되고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후의 전개에 대해서는 다음 독자를 위해 아껴둬야겠다. 여기서 더 시부렁대면 이런 장르에선 욕먹기 십상이지...  _ 더 알고픈 분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소개를 읽어볼 것. 엄청 잘 썼네..._ 

 

http://bearalley.blogspot.kr/2008/11/larry-niven-cover-gallery-part-1.html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까지 내가 본 블록버스터 재앙 영화가 떠오르더라. 초반 혜성의 등장과 중반 지구와의 충돌에는 영화 아마겟돈(Armageddon), 딥임팩트(Deep Impact), 애스터로이드(Asteroid)가 오버랩 되다가, 이어 2012와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서 봤던 슈퍼 울트라 해일과 아수라장이 떠올랐고, 3권으로 접어들자 매드맥스(Mad Max)와 워터월드(Waterworld)가 생각나더만. _그러고 보니 이런 장르의 영화를 내가 참 즐겨봤구나. 하긴 SF영화는 거의 다 챙겨본 듯..._  이렇게 이 루시퍼의 해머 이후에 나온 많은 지구 멸망 영화가 이 책의 묘사와 상당히 닮아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다. 종말의 혼돈이 서로 비슷하기에 그런 거지만, 역설적으로 이 책이 종말 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방증이라 하겠다.  

 

번역도 무난하다. 하지만 번역자가 남성인지라 욕설의 번역이 직설적이란 것이 옥에 티(?). 예를 들어 아마도 Fuck나 Screw 류의 욕인 듯한데 이걸 "좆 까"로 번역하는 용기(?)가 아주 남성적이다. 하긴 사내들끼리 흔히 하는 욕이긴 하지^^. 그래도 그 장면에서 좀 더 순화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배 째~, 엿 먹어~도 있잖은가. 어쨌거나 읽어볼만한 킬 타임용 공상과학소설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별 점수로 나타내면 1권은 클라이맥스로 나아가기 위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엮어나가므로 별★★★★, 점층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2권과 3권은 당연 별★★★★★. (물론 인문 기준이 아니라 SF장르 기준이다. 오해마시길)

 

남도는 폭염주의보가 이어질 모양이다. 어제는 강풍에도 불구하고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약간 설치기도 했다. 이런 날엔 그저 머리 쓰지 않는 이런 책이 제격이다. 즐겁고 짜릿한 책읽기였다.

참고로 혜성과 지구 충돌이 실제 일어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괜찮은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이만 끝을 맺어야겠다.

 

○ 딥임팩트, 지구는 멸망할 것인가 1부
http://youtu.be/VXFnC8yQ8AM
 
○ 딥임팩트, 지구는 멸망할 것인가 2부
http://youtu.be/csrcNE_P_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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