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핸드북 - 늘 곁에 두는 단 한 권의 중국
성균중국연구소 엮음 / 김영사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친구인 듯 하면서도 아닌 것 같고, 아니라고 하기엔 살갑게 나누는 것이 너무나 많고... 하여튼 간단하지가 않다. 최근 독도와 댜오위다오/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영토적 집착이나 역사일탈 행각에 대해서는 우리와 공동대응을 모색하지만, 동북공정이나 북한 관련 문제를 보면 철저히 자신들의 잣대로 이익을 챙기는 모습이고...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보면 오키나와 해역에서의 미·일 동맹 해양패권에 대항하는 중국의 해양굴기(海洋崛起·바다에서 일어선다는 뜻. 그런데 崛起와 堀起 중 어느 것이 옳은 표기인가? 崛起가 맞는 듯한데 의외로 堀起가 많이 보인다) 정책에 우리가 이용(한·미·일 동맹네트워크의 해체) 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가끔씩 든다.

어쨌든 마오쩌둥이 중국을 통일한 후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 빛을 감추고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 장쩌민의 유소작위(有所作爲 : 해야 할 일은 한다), 후진타오의 화평굴기(和平崛起 : 평화적 대국화), 원자바오의 돌돌핍인(咄咄逼人 : 기세등등하게 상대방을 윽박지른다), 시진핑의 주동작위(主動作爲 :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로 이어지는 중국 대외정책의 변천사를 보면 춘추전국시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현대판인 듯하여 전율이 일기도 한다.

 

정치외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경제와 인적교류 동향만 보면 우리의 맹방 미국보다 더 친한 사이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대상국이 중국이다. 수출의 26.1%, 수입의 16.1%가 중국(홍콩 제외)과의 교역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미국, 홍콩, 일본에 이어 네 번째 수출 대상국이었고, 더 놀라운 것은 작년 중국 수입의 1위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이다. 일본과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어느 정도 그 수혜를 입은 걸로 보인다(이 통계는 한국무역협회 통계자료를 참고하여 산출 http://stat.kita.net). 중국이 G2의 위상을 보이기까지 기술적 우위의 한국과 낮은 제조업 원가와 넓은 시장을 가진 중국이 상호보완적 성장을 지속해 왔지만, 이제는 중국의 기술 추격이 만만찮아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양국의 우호관계가 깊어져 1000만 명의 인적교류 시대도 멀지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작은 변화가 곧바로 우리의 일자리와 경제구조를 바꿔놓을 만큼 그들의 영향력이 커진게 현실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들의 트렌드와 속성을 제대로 알고 다각적으로 대처하여야만 상생·공영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차이나 핸드북>. 대단히 공을 들인 책임을 느낄 수 있었다. 성균관 대학교의 ‘성균중국연구소’와 중국 전문가 74명이 지식을 모아 편찬한 책이니만큼, 지금까지 읽은 중국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면서도 내용이 알차고 맥을 잘 짚은 책이라고 하겠다. 핸드북(중국어로는 공구서工具書 : 연감 같은 기본 참고도서)이란 제목처럼 8개의 범주(개황, 현대사, 정치, 외교, 사회, 경제, 문화, 한중관계) 아래 104개의 주제(뒤표지에105개라 되어있는데 104개이다)에 대해 핵심과 쟁점을 아주 간결하게 잘 서술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좋은 공구서는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한다 했는가. 중국을 이해하는데 이만한 책이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내용에 품격을 갖춘 책이라 느꼈다.

이 책의 단점은 없을까? 물론 있다. 연구소에서 사실 직시의 연감(年鑑, 연구소에서는 앞으로 2년마다 최신 정보를 보강한 개정판을 낼 계획이란다) 형태로 발간하다보니 감정이 실리지 않아 참 무미건조하다. 마치 대학교 교재를 보는 것처럼 재미가 없고 지루한 면도 없지않다. 그래서 전체적 맥락을 잡기엔 아주 유용하나 주관적이면서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만족하기 쉽지 않다. 하나 더! 74분의 필진이 각각의 전문분야를 서술하다보니 한자음의 중국어 표기에 있어 인명, 지명 표기는 국립국어원 표기의 원칙을 잘 따르고 있는 듯하지만, 명사의 경우 완전하게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조금 있었다. 다음번엔 표기원칙을 앞에 밝혀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래도 워낙 장점이 많은 책이라 이런 잡생각은 곧 사라지고 만다. 이런 노고(勞苦)의 책이 앞으로도 많이 나오길 그저 기대하면서 표지를 다시 한 번 바라본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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