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 중국사 13 : 수 / 당 1 - 21일간의 이야기만화 역사 기행 만리 중국사 13
쑨자위 글.그림, 류방승 옮김 / 이담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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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는 보물 상자나 이야기보따리와 같아서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접해도 언제나 흥미롭다. 워낙 장구한 시간 속에 왕조의 흥망이 빈번하다보니 인간사 온갖 영욕과 오욕을 내포한 지혜와 모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중국역사 자락(특히 춘추전국시대)에 얽힌 삶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고난을 헤쳐 온 그들의 지혜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삶을 각성하게 된다. 차고술금(借古述今)이라 해야 하겠지……. 하여간 “만만디(慢慢的)”로 대표되는 그들의 처세술처럼, 느린 듯하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대단한 끈기와 근성을 가진 나라가 중국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 : 빛을 감추고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에서 주동작위(主動作爲 :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로 이어지는 중국의 현대사를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 어쩌다 제1회 중국문화예술정부상 애니메이션출판물 부문 최우수상(最佳动漫出版物奖)을 받았다는 역사만화 <만리 중국사 漫画中国历史>를 보게 되었다. 중국의 상고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총 21권짜리 만화형식의 중국통사라고 보면 되겠는데, 내가 손에 잡은 책은 13권과 14권으로 수, 당 시대를 그리고 있다. 초·중등 아이들 책인데도 관심을 가진 것은 중국 사람들은 자국의 역사를 어떻게 그려내는지, 또한 우리 한국사를 그려낸 이현세 선생의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나 이이화 선생의 <만화 한국사>, 그리고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 나라' 중국편(근현대사)과는 또 어떻게 다른 풍미를 주련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뭐~ 대단하긴 하나 감동적인 그런 건 없었다. 쑨자위의 전작 <영웅 삼국지>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그림 표현이 아니라 동글동글하고 눈만 큰 등장인물들의 그림체가 시대와 주제가 달라져도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컬러풀하고 넉넉한 인물묘사가 묘한 끌림이 있어 초등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들이 굉장히 어려워할 대목들이 많다. 한문 투의 생소한 지명이나 제도가 언급된다거나, 인용된 당시(唐詩)가 별다른 감동이나 설명 없이 번역되어 우리 초등학생들이 당시(唐詩)의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화려함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중국 아이들이야 그들의 언어로 표기될 것이니 그 맛을 거의 본능으로 느끼겠지…….

 

전체적인 만화풍이 이현세처럼 스마트하거나 이원복처럼 깊이 있어 보이지 않으나, 여하간 우리 아이들이 중국사를 이해하는 초보 걸음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현재의 중국은 우리에게 제1의 교역대상국이 될 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중국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가볍게 중국의 역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그들의 문화적 정서와 사상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이 책은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얼마나 소중히 여겨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걸까? 나는 그걸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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