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여행자
조정용 지음 / 바롬웍스(=WINE BOOKS)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집에서 담근 포도주을 거쳐, 대학시절 국산와인 '마주앙' 조금 마셔본 게 전부였던 내가 와인에 대해 본격적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울(?)하게도 '신의 물방울'이란 일본만화 때문이었다.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만화적 상상력으로 미묘하게 표현해 내는 와인의 색감과 향, 그리고 풍부한 맛의 묘사는 다소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만화 속에 소개된 와인에 마음이 움직여 막상 사려갔더니 그림의 떡이더구먼. 만화와는 다르게 구경도 할 수 없거나 턱없이 비싸 경제적 좌절감만 맛보았었다. 이 시절 프랑스 와인은 왜 그리도 비싼지…. 그래도 와인 열풍에 편승하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칠레산 와인이나 이탈리아산 와인을 가끔 맛보다가 최근엔 부담없는 마주앙 메도크 (Majuang Medoc)를 즐겨 마시고 있다. 처음엔 타닌이 거칠게 와 닿지만 약간만 디켄딩(Decanting)하면 부드러운 타닌(Tannin)과 과일 맛을 느낄 수 있어 그런대로 만족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와인에 대해 뭘 안다고 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저 초보일 뿐이다.

 

 최근에 와인 여행자를 자처하는 두 분이 각각 와인을 주제로 한 일종의 테마여행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을 내었다. 한 권은 <올댓와인>의 대표이신 조정용 씨가 펴낸 <프랑스 와인여행자 (출판사 : 바롬웍스)>이고, 다른 한 권은 <김혁의 스페인 와인 기행 (출판사 : 알덴테북스)>이다. 두 분 모두 와인칼럼니스트이자 와인 여행 전문가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잘 알려져 있는 분이다. 김혁 씨의 책은 지갑 사정으로 눈요기만 했고, 손에 잡은 것은 <프랑스 와인여행자>이다. 일단 주르륵 훑어보니 오웃! 마음에 끌림이 있다. 읽어보니 프랑스 와인 산지로 다가가는 여행, 즉 프랑스 와인을 맛보는 여행이 곧 프랑스 문화를 덩어리로 체험하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저자가 제대로 발품을 팔았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내용이나 시각적 자료 및 편집 등이 알차고 괜찮다. 감성 있는 여행기와 풍부한 볼거리, 와인에 관한 유용한 정보와 그 와인에 어울리는 향토요리, 그리고 여행의 일정 등이 잘 짜여있어 당장 프랑스로 나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느낌은 이 정도 갈무리 하고 책 속에서 건진 몇 가지 Tip을 정리해 보자.

○ 열흘 이상 프랑스 여행을 계획한다면 파리, 보르도에 이어 론 발레(이 쪽 여행은 봄이 가장 좋다)를 들르는 여정을 택하라.(26쪽)
○ 네 가지 빈티지의 샤토뇌프 뒤파프. 2009, 2007, 2003년은 모두 완숙한 포도의 맛이 났다. 당시 찬란했던 태양의 솜씨를 어김없이 표현했다. 힘이 넘치며, 농익은 과일 향내가 뿜어져 나왔다. 그르냐슈의 단내와 알코올 느낌, 무르베드르의 신선한 감촉, 시라의 양념 맛 같은 풍미가 골고루 잘 녹아 있다.(47쪽)... (이 글 읽으면서 신의 물방울 묘사법 같아 실없이 웃었다. 대략 무슨 맛인지 알겠다.)
○ 남성 와인의 대명사, 곡선이 아닌 직선 같은 와인, 은둔 기사의 와인은? 에르미타주! (55쪽)
○ 그러면 여성 와인의 대명사는? 아주 섬세하고 화려한 향기를 가진 코트 로티! (66쪽)
○ 와인 애호가들도 보통 보르도 여행 한 번으로 프랑스 와인여행을 마스터 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부르고뉴를 경험하지 않고는 프랑스를 결코 여행한 것이 아니다.(107쪽)
○ 부르고뉴 와인은 왕의 와인이다. (141쪽)... (퀴베 뒤 파프, 퀴베 뒤 루아... 교항과 왕을 위한 포도를 만들었다는 말.)
○ '연인의 와인'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정답은 샹볼 뮈지니! 이 마을 포도밭 중에 '연인'이라는 뜻의 '레 자무뢰즈' 밭이 있다. (148쪽)
○ 와인 여행의 종착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나오는 곳? 본 로마네 (154쪽) 그 비싼 와인은? 로마네 콩티!
○ 애호가들의 소원 목록 1번 로마네 콩티에 대적하는 와인은? 몽라셰! (194쪽)... 화이트 와인이다.
○ 생애 한 번은 호사를 누리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최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와인은? 도멘 루루아! (161쪽) 이거 기억하자….^^*
○ 화이트의 천국, 샤르도네의 본향은? 코트 드 본! (176쪽)
○ <죽기 전에 꼭 마셔 봐야 할 와인 1001> 저자 휴 존슨. (203쪽)
○ 샴페인도 엄연히 와인이다... 그러나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거품와인만이 샴페인 이라는 사실.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만든 거품 와인은? 그저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 (230쪽 부근)
○ 와인 애호가들의 이상향, 위대한 등급으로 프랑스 와인을 대표하고, 고급 와인을 만들고 싶은 세계 양조가들에게 교과서적인 역할 모델을 하는 곳, 보르도 (273쪽)
○ 보르도 와인의 3대 역설 : 산도가 높지 않는데도 신선하고, 거칠지 않은데도 타닌이 많으며, 잔당이 없는데도 단내가 난다. (278쪽)
○ 클로드 다로즈 호텔 : 그라브 · 소테른 · 바르삭 지역에서 묵을 때 강추하는 곳. (409쪽)


 저자는 '여행은 슬로비디오처럼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제한된 일정이라고 해도 그 기간 동안에는 천천히 둘러봐야 하고, 현지인이나 여행자들에게도 다가가 인사 나누고 말을 걸어봐야 한다는데, 이 말에 참 공감한다. 프랑스 와인의 산지를 여행하면서 그 와인과 어울리는 그 지역의 향토 음식을 먹어보라는 저자의 말은 정말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이럴 때마다 당장 사표를 던지고 싶어지지만, 그냥 큰 호흡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은 그냥 나의 여행 스케줄대로 밀고 가면서 찬찬히 이런 테마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와인 마니아들에겐 아주 유용한 책일 듯하고, 앞으로 여행기 비슷한 책을 한번 써보고자 하는 분에게는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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