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아~ 난감…. 가끔씩 이럴 때가 있다. 책을 읽고 뭐라고 쓸 말이 없을 때…. 느끼는 게 아무 것도 없을 때….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지? 자문하게 될 때….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끝까지 읽어나간다. 그러고선 다시 묻는다. 내가 왜, 뭐한다고 이 책을 다 읽었지?
이 책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가 그런 책이다. 그냥 Free~ 하게 자신이 하고픈 말을 그대로 풀어낸 글, 그냥 자신의 글, 그들만의 리그에서 통할 수도 있는 뒷담화 같은 글, 지인들이 예의상 읽어줘야 하는 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책을 느껴졌다. 굳이 좋게 평가하자면 다양한 직종, 직군에 대한 눈요기를 잘 했달까.


그럼 건질게 없는 책이냐? 그건 아니다.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한 내용은 에필로그에 있다. 저자의 아홉 살 아들과의 대화 내용이 참 와 닿았다. 크리에이터라 자칭(타칭일수도 있겠구나)하는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크리에이티브를 적확하게 설명하는 핵심처럼 느껴졌다. 대화의 내용을 한번 보자.
"아빠 그럼 우주는 얼마나 넓어? 몇 미터야?
"우주는 끝도 없이 넓어. 무한해."
"그럼 우주는 어떻게 잴 수 있어? 세상에서 우주가 제일 커?"
"우주보다 더 큰 게 딱 하나 있어. 그건 상상이야.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넌 그것보다 더 넓은 크기를 상상하면 되잖아."
캬~ 저자의 답변이 정말 재기 있고 멋있다. 크리에이티브 하다. 훌륭하고 좋은 아버지 같다.


솔직히 본문에서는 그냥 고만고만 하였고 특별하거나 별다르게 느껴지는게 없었다.
아니, 하나 있다. "방송국 합격을 위한 청담동 이선생의 몇 가지 팁"으로 신문 기사보다 <씨네21>같은 영화잡지, <에스콰이어>나 같은 남성패션잡지에 실리는 에디터 노트를 흉내내어보면 좋은 효과가 있을 거란 것. 이거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과거와 생각을 풀어놓은 거지만, 쪼끔만 꼬아보면 음…. 그냥 말을 아끼자.


방송 및 작가로서 이재익 씨가 얼마나 유명한지 나는 잘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시니컬한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근무시간대인 두 시에 SBS 라디오「두시탈출 컬투쇼」를 들을 일은 0.01%도 안 된다. 영화를 잘 안보니「원더풀 라디오」를 못 봤다. 책은 좀 읽지만 이재익 씨의 책과는 인연이 별로 없다. 최근의 <싱크홀> 이건 서점에서 주르륵 훑어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 내가 왜 이렇게 시니컬한지 모르는가? 아니다. 안다. 난 무르익지 않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많이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 분들의 글은 깊이가 없고 자기 자랑을 은근히 섞어 자연스러운 듯 글을 꾸며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자가 꼭 그렇다는건 아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발전단계에 있다고 본다. 적어도 한 단계는 더 업그레이드 된 저자의 글이었으면 좋았을걸. 이렇게 나는 생각했다. 사람마다 판단기준과 느낌은 다른 법. 뭐~ 나는 그렇다고 생각을 한 가벼운 책이다. 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