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비추는 경영학
시어도어 레빗 지음, 정준희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이번 휴가 산행에 어떤 책을 가지고 갈 건지 고민을 한다. 배낭의 무게나 여유시간을 감안하니 두껍거나 사이즈가 큰 책은 곤란하다. 읽지 않고 소유하고 있는 책 중에서 적당한 걸 찾아본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미뤄온 참으로 적절한 책이 눈에 띈다.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하버드 MBA의 경영학 대가, 경영학도라면 한번은 뒤적거려 봤을 <Harvard Business Review : http://www.hbr.org >를 있게 한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 Theodore를 어떻게 읽어야할 지 항상 헷갈린다. 데오도르? 시어도르? 데어도어? ) 교수의 <내일을 비추는 경영학>! 벗님에게서 받은 책인데 2006년에 타계한 교수의 책인지라 조금 시류에 뒤쳐지는 책이 아닐까 싶어 얼른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다.


어쨌거나 동료들의 동양화 연구시간(?)과 기타 여유시간을 이용해 2박3일 동안 책을 다읽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다가 조금 이상한 느낌. 몇몇 중요하고 흥미로운 문장을 접하면서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어본 듯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러저러한 이유로 경영·경제 관련 서적은 많이 읽는 편이지만 이런 데자뷰는 뭐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의 이런 의문의 근거를 찾기 시작한다. 찾았다. 2007년에 같은 출판사(스마트비즈니스)에서 출간했던 <경영에 관한 마지막 충고>였다. 전혀 다른 제목인지라 내용도 다른 책이라고 생각했던게 그 원인이다. 같은 저자, 같은 옮긴이의 이 책은 목차와 본문의 배열, 편집이 틀리지만 분명 같은 내용의 책이다. <Thinking about Management>란 원제를 보면 이 제목이나 저 제목이나 출판사의 기획의도가 내포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내용은 마치 경영학 수업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세월이 흘러도 경영학의 기본은 변함없고 기교만 화려·복잡해졌구나~ 이런 생각을 하였다. "책머리에"의 첫 문장은 이 책의 가장 기본적 요약으로 시작한다. "유능한 관리자들은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꼭 해야 하는 4가지의 일이 있다. 바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변화’를 장려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경영’하는 일이다(4쪽)".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조직의 ‘관리 Management’, 경영자의 혁신적인 ‘생각 Thinking’, 조직의 ‘변화 Change’, 기업의 ‘경영 Operation’ 이렇게 네 파트로 나누어 각 분야를 다루고 있다.


1교시: Everlasting Light ‘Management’ 의 첫 강(講)이 '무능함이 무능함을 부른다.'인데, "유능한 관리자들 곁에는 유능한 동료들이 있다. 유능한 동료들이 곁에 없다면 그 관리자는 유능한 관리자가 아니다(14쪽)"는 문장이 눈에 바로 띈다. 무능한 관리자등은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직원을 교체한다. 그들이 아무리 유능해도 상관에게 위협적이고 고통스런 존재라고 여겨지면 쫓아낼 구실과 방법만 찾는 관리자. 당연히 조직에는 무능한 직원들만 남게 된다는 말에 공감을 한다. 3강의 '경영 능력은 IQ의 문제가 아니다'에서 경영 능력과 경영 소질을 다르게 보고 있는 점에 유의해 본다. 둘 다 모두 경험과 교육을 통해 향상될 수 있으나 경영 소질 자체를 경험과 교육을 통해 획득할 수는 없다. 4강에서는 "성공을 거두려면 실질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단순히 바라기만 하고 번지르르하게 말만 늘어놓아서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 지름길은 없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본다. 5강에서는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참모의 보고서'라는 굴절 렌즈를 벗어던지고 직접 조사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는 말에서 참된 관리자의 모습을 엿보고, 6강에서 '건전한 탐욕'이란 용어로 미국적 자본주의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2교시 : Everlasting Light ‘Thinking’, 1강의 제목이 어렵다. 예리하게 날이 선 꽃처럼 생각하라? 내용에 비해 제목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어쨌거나 '혁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장이었다. 성공한 기업들의 역사를 보면 는 한마디로 혁신의 역사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금과 고객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끊임없이 마케팅을 재발견하려는 과정에 '혁신'이 있었다. 혁신은 익숙하고 낯익은 것들을 버리고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익히라고 요구한다. 혁신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런 것은 익숙한 것, 그리고 편안한 것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이다.
간혹 고통스럽고도 갑작스럽게 혁신이 이뤄진 경우도 있지만 혁신은 대부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심지어는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천천히 진행되어 왔다. 관리자의 중요한 임무로 조직과 구성원들을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도록 독려("왜 안되는데?" "그 외에 다른 것은?" "그 밖에 다른 방법은?" "그 밖에 다른 사람은?")하는 것 또한 혁신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3교시 : Everlasting Light ‘Change’, 변화! 변화에 맞설 것인가 적응할 것인가. 레빗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목격한 변화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 그대로인 것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변화라고 말하는 것들 가운데 상당수가 균형 잡힌 시각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즉, 그들이 목격한 것은 입증 가능한 변화가 아닌 단순한 '활동'일 뿐이다."고 통찰하고 있다. 이 복잡한 세계, 다양함을 인정하고 장려하는 기업은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은 틀림없다.
말미에 다루는 '기업가 정신'은 시대가 변해도 언제나 강조되고 있는데, 교수는 과대 포장되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경계하고 있다. 결말이 너무 멋있는 문장이다. "기업가들은 한 차례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세탁을 해주고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며, 매일 신선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머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두 차례 이성적인 박수갈채를 보내야 할 것이다(169쪽)". 캬~ 철저한 자본 논리에 압도당해 인간대접 제대로 못받는 신자유주의 사상에서는 느낄수 없는 명문이다.


4교시 : Everlasting Light ‘Operation’, 경영! "설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스템을 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가 불확실하고, 부품 및 사후 서비스가 빈약하다면 설명서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여도 구매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 시대의 핵심 개념인지라 조금 식상한 느낌도 있지만 이런 대고객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는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
매출총이문(Gross Margin)과 매출총이익(Gross Profit)을 구분 짓는 부분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매출총이익으로 번역하여 혼용해 쓰고 있지 않은가. 이문은 이익을 올리는데 쓴 비용 중에서 장부에 기입되어 있지 않은 비용을 감추는데 편리한 방법이라는데, '비용부담 회피' 즉, 비용 왜곡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교수의 안목이 날카롭게 다가온다.


원서가 발간(1990.12.30)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괜찮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경영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휘리릭~ 읽어보면 경영의 근본 마인드를 축적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표지의 카피처럼 정말 '아주 특별한 경영수업'을 네 강좌 수강한 느낌이 든다.
우리 산업계에 또다시 '구조조정'이란 단어가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내외 경기 침체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조선, 건설 및 자동차, 전기전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마저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이 "슬립화를 위한 다이어트, ‘구조조정’"이다보니 '모든 것이 경쟁의 세계화와 관련이 있다'는 그의 혜안에서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경영·경제학 구루의 정수를 느껴보는 좋은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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