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7가지 언어 - SERI CEO 인기 스피치 강좌
김은성.김재원 지음 / 알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자기 관리나 계발서는 참 평가하기 힘들다. 과제 수행 중 어떤 벽에 가로 막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나, 불투명한 안개 같은 삶의 미로에서 헤맬 때 문제해결의 길잡이가 되는 책은 당연히 고맙기 그지없다. 하지만 같은 책이라도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뜬구름 잡는 책으로 여겨질 것이다. 독자의 수용 정도에 따라 길을 열어주는 나침반이 되기도 하고 허접스러움으로 치부되기도 하니 참 이중적인 분야라고 하겠다. 그런데 어느 정도 책을 읽다보면 기본의 토대가 단단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구분이 된다. 오랜 기간 분야에 종사한 전문가의 글은 조금 둔탁하더라도 전해주고자 하는 진실성이 중후하게 가슴에 와 닿으나, 분야에 별 경험이 없는 글쟁이의 화려하고 그럴듯한 '~하라'체엔 식상한 가벼움과 씁쓰레함만이 남을 뿐이다. 여하간 독자의 반응정도에 따라 평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자기계발서의 운명이라 생각해 본다.


<리더의 7가지 언어>, "SERI CEO 인기 스피치 강좌"란 부제의 이 책은 어느 정도의 수준과 깊이로 나에게 접근하고 있는가? 나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책일까? 이 책의 출발은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의 <파워 스피치>코너 연말 특집으로 만든 <리더의 언어>라는 콘텐츠였다고 한다. (이 사이트는 _ http://www.sericeo.org/Media/ceoMdaL.html?p_menu=0441 _ 유료 회원제라 <리더의 언어>가 상, 하편으로 있다는 것만 확인했다). 일단 SERI란 단어가 붙으면 시중에선 어느 정도 그 수준을 인정해 도서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하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고, 저자 김은성, 김재원 씨 또한 말로 먹고사는 KBS 아나운서이며 커뮤니케이션 박사들이니 언어에 관한 한 나름의 경지에 들었다고 봐야겠다. 아나운서 특유의 건조한 문체이긴 하나 글 속에는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바가 고스란히 들어있어 제법 읽을 만한 내용이라 하겠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리더의 언어'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놓치고 있는 사실들을 잘 엮어 일관성을 부여했다는 느낌이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자기철학의 언어로 말하고, 비전을 담은 언어로 말하고, 명확한 언어로 말하고, 공감의 언어로 말하고, 반응하는 언어로 말하고, 균형잡힌 언어로 말하고, 언행일치의 언어로 말하라는 거다. 이 중에 특별한 비법이라고 생각되는 게 있는가? 없을 것이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하지 않던가. 진실 된 것은 그냥 우리 일상에 존재하건만 우린 이를 우리 것으로 체화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알면서도 실제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말의 표현과 전달'에 의미를 두어 자신만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언행일치의 언어를 꼽겠다. 약속을 지키고 행동으로 실천의 모습에서 '신뢰'가 싹트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명한 리더는 상대를 성급하게 예단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오랜 관찰과 관심, 경청을 통해 사람들의 비전을 만들어 주고 희망이 담긴 씨앗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씨앗의 언어는 관계를 만들고 조직을 건강하게 바꾸고 성장하게 만든다. 97쪽


리더의 언어는 씨앗이며 희망이다. 리더 중에는 역량과 성품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언변이 약하여 소통, 공감, 설득보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야기하는 분들이 더러 보이곤 한다. 공감이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리더들은 왜 자신을 '불통'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소통, 불통, 공감, 이런 말들의 존재근본이 무어라고 생각하는가? 단연코 나는 '경청'이라고 말하고 싶다. 들을 줄 모르니 독선만 드러나는 거다. S사 창업자께서 현 회장에게 내려준 가르침이 경청(傾聽)과 목계(木鷄)라고 했던가. 성공적 리더라면 무엇보다 이 가르침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말의 품격도 매우 중요하다. 근자의 리더 중에도 이것을 간과하여 자신의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되레 꼬투리 잡혀 어려움을 겪는걸 보긴 했다. 그러니 "자기철학과 진정성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품격의 언어"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니 어찌 귀가 솔깃하지 않겠는가.


알고 보면 리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크든 작든 우리 모두가 국가, 사회, 가정에서 작은 리더임에 틀림없다. 또한 공감의 언어로 소통하는 조직 에서는 우리 모두가 리더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의 언어에 존재가치를 세우는(자기철학), 가슴에 꿈을 심어주는(비전), 오해 없이 전달하는(명확), 어떤 것보다 강한 한마디(공감), 귀를 기울이는(반응), 흔들리지 않는(균형),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언행일치) 언어를 구사하여 신뢰받는 리더가 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좋은 일이다. 이런 면에서 한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누가 알겠는가. 진짜 품격 있는 말을 할 수 있을련지……. 결국 필요성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겠지만 스피치 분야의 책으로서는 나름 괜찮은 느낌을 받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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