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실이 중요한 이유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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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울림이 큰 책! 를 읽고 난 첫 느낌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에게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절로 깨닫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양장본 B6판(125×176mm) 정도의 작은 크기이며 전체 쪽수도 130쪽 밖에 안됩니다. 여기에서 작가의 말, 저자와의 대화, 한국 독자를 위한 후기, 옮긴이의 글, 주석을 빼고 나면 실제적인 내용은 57쪽(17~72쪽) 밖에 안되니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도 완전 별 다섯(★★★★★)짜리 강추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전 편집/구성에 별 넷(☆☆☆☆)을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본문만 보면 정말 강추 중의 강추요, 제 아이에게도 '이거 읽어봐라'라고 권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옮긴이의 글'이 사족입니다. 보통 책에 한 두어 쪽 정도 나오는 그런 글이 아니라 옮긴이의 사상이 그대로 나타나는데, 이게 불편합니다. 아이에게도 '그 부분은 읽지마라'고 하였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건 독자들이 생각해야할 여지(몫)를 옮긴이가 자신이 재단한 판단으로 받아들이길 강요하는 셈입니다. 이런 것이 지적인 분들이 착각하는 겁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알아주길 바라는 것, 혹시 '오만'이란 씨앗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일단 책은 파격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끕니다.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놀랍습니다. 지구 종말도 아닌데 1,100만 명이라니요. 얼마 전 우리 인구가 5,000만 명 돌파했다고 하는데 1/5 이상이 죽임을 당한다면? 이게 예사 일 입니까? 큰일 이지요. 작가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저지른 1,100만 명 학살 사건을 조명하면서 글을 풀어 나갑니다. 나치의 유태인(노란색 별) 학살? 그러면 600만 명으로 대부분 알고 있는데 나머지 500만 명은 어디서? 궁금해집니다. 집시들과 로만 혈통(갈색 삼각형), 정부 정책과 상반된 견해를 가진 종교인(보라색 삼각형), 부랑자(검정색 삼각형), 이민자(파란색 삼각형), 정치적 불순분자(빨간색 삼각형), 동성애자 등의 성적 범죄자(분홍색 삼각형), 강도나 살인자(녹색 배지)……. 그들은 사람들이 노란색 별을 달고 죽어갈 때 방관했고 침묵했었지요. 그리고 결국 그들 모두, 평생 떼어버릴 수 없는 배지를 달게 되었다는군요. 우리가 여기서 이해해야 하는 대목은 바로, 무려 1,100만 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살해당하도록' 좌시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잠깐, 잠깐만! 여기서 다시 궁금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아침에 벌어진 건 아니잖습니까. 어떻게 속수무책,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요? 저자는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1,00만 명의 사람들을 어떻게 죽이겠는가? How do you kill eleven million people?" 그리고 답합니다.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라! Lie to them." 히틀러가 그랬다지요, "사람들은 생각이란 걸 안 해. 그러니까 뻥을 크게 치라고. 쉽고 간단하게 말해. 계속 말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그걸 믿는단 말이지(53쪽)." 그렇군요. '엄청난 규모의 대중들은 아주 작은 것보다는 거대한 거짓말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우울하게도 이 방법은 국민의 손에 의해 뽑힌 지도자들이 다양한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40쪽)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걸까요? 우리가 이 땅의 선출직 리더들에게 요구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덕목, 그리고 누군가에게 통치를 맡기는 자들이 기초적으로 갖춰야 할 판단기준으로 '진실만을 말하는 것'을 꼽습니다. 국가를 위협하는 최고의 위험은 '그들 거짓말쟁이들이 우리를 제대로 리드해줄 것'이라고 시민들이 믿기 시작하는 순간, 시작된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 볼까요. "어떤 국가도 바보 리더를 선택했다고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보의 나라'가 되어버리면 재앙이 시작된다. 역사가 반복해 주는 교훈이다(64쪽)." 이 말의 뜻은 장기적으로 보아 부정직한 리더가 수행한 정책들을 바로 잡는 것보다 그런 자를 애초에 리더로 뽑을 만큼 상실된 상식과 지혜를 회복하는 쪽이 훨씬 더 힘들다"는 군요. 결국 국민들,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이 책에 재밌는 글도 있습니다. "우리 중 어느 한 명이 정치인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씻을 수 없는 범죄가 된다. 하지만 소수의 그들 중 누군가가 우리 모두에게 아주 효과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바로 정치(politics)가 된다(66쪽)."는 군요. 우리가 숭앙하는 민주주의(Democracy)의 실상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모든 법을 만들고 예산을 계획하며 모든 정책을 만들어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지요. 어떻게요? 저자와의 대담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봅니다. "우리를 리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의 '행위'를 면밀히 보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현재 혹은 과거의 리더들에 대한 나의 생각과 당신의 생각이 충돌한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당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 어떤 정치 전문가나 지혜로운 현자도 당신의 인생을 대신 선택해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인생을 만들어갈 아주 중요한 질문을 자기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78쪽)."


자~ 우리에겐 아주 큰 정치적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저자는 묻습니다. "내 가족을 위한 미래를 만들어줄 사람을 선택하는 '나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나만 더 이 책의 내용을 언급하면, 히틀러가 사람을 꼬드겼던 정치 공약의 핵심이 '부의 재분배'였다는군요. 공교롭게도 오늘날에도 똑같은 약속을 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그러니 오늘날의 히틀러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랍니다. 그런데 어떻게 정치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알죠? 저자는 힌트를 살짝 줍니다. "과거의 행적이 미래의 행동을 말해준다!"고요. 이것 말고 또 하나 거짓말쟁이를 식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격>이라네요. 위대한 리더십은 고결한 인품의 결과물이라는데 엄청 공감합니다. 인격, 인품이라……. 아참, 여기서 지적해야 하는 것이 이건 우리나라 정치를 말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경우를 예를 들고 있습니다. 오해마시길…….
지난 25년간 미국 대선에서 1,000만 표 이상 차이로 당선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데,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은 1억 명에 달했다네요.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한 국가가 치명적인 길로 들어서는 데 '무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우리 연말 대선에 기권 없이 투표하자구요. 그래서 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봅시다. 대한민국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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